승주네가 마을에서 쫓겨나듯 이사한 날.
그날 밤 저는 텅빈 승주네 집 대문 앞을 서성였습니다.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인스타그램을 켜서 외국에 있는 승주에게 DM을 보냈습니다.
승주야 오늘 승주네 이사했다. 나는 참 슬펐다.
이사 간 집에 가보았는데 마당에 볕이 잘 들어 그나마 마음을 조금 놓았다.
어머니께 전화하면 좋겠다.
사랑한다고 꼭 말씀드리면 좋겠다.
그렇게 어둔 골목에서 밝게 빛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고 섰는데
저 멀리서 관장님? 하고 누가 저를 불렀습니다.
박현이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랑 같은 심정으로 빈 집을 찾으신 겁니다.
네 하고 가까이 다가갔는데 선생님은 움직이지 않고 그자리에 서계셨습니다.
작은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울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을 안아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어린이처럼 크게 우셨습니다.
교회 앞 마당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가만히 들었습니다.
삶이 참 길다.
살면서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우리는 늘 남을 생각하다 호구가 된다.
우리 참 구질구질하게 산다.
선생님, 호구가 낫습니다.
남 해치는 호랑이 말고 저는 그냥 호구하겠습니다.
첫댓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