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주차규격 아직도 사용...

[캐치온]

“17년전 주차장규격 아직도 사용…”

　두 달 전 문모(36·전주시 효자동)씨는 요즘 인기 있다는 RV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아파트 주차장, 관공서 주차장 등을 이용할 때 불편함과 걱정이 앞선다.

　문씨는 “차량을 타고 내릴 때 주차돼있는 옆 차량이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신경이 쓰인다”며 “갈수록 차량이 커지고 있는데 주차공간이 너무 좁아 차량 옆부분에 흠집이 많이 나 속상하다”며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문씨처럼 최근 중형이상 차량구입이 늘면서 주차면의 규격확대가 요구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곳에서 예전 그대로 주차 구역을 정하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2003년 2000cc이상 승용차량이 2만1천532대 이었지만 2007년 현재 2만8천266대로 증가한 상태다. 또한 2003년 RV 및 9인승 이상 승용차량이 5만2천822대에서 2007년 현재 6만2천936대로 많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주차장법상 규정되어 있는 주차구획 단위는 ‘너비 2.3m, 길이 5m’로 되어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 운영자들은 이를 거의 지키고 있질 않다. 심지어 이보다 더 작은 크기의 공간을 정하고 있는 곳도 허다하다. 실제 도내 관공서 두 곳과 아파트 단지 세 곳에 대해 길이를 재어본 결과 대부분 너비는 2.1∼2.3m 이고 길이는 4.5∼4.8m 정도를 나태 내고 있었다. 최근 중형차 이상들의 전폭이 2m 정도임을 감안할 때 현실과 맞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도내 한 관공서에서 차량 세대를 붙여 주차시키고 가운데 차량의 문을 열었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소·중형차를 막론하고 대부분 상대 차의 옆부분에 닿아 차량파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파손을 우려해 아예 2개 주차면을 차지해 주차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러한 법규가 17년 전인 1990년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개정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건설교통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전국 주요 주차장의 실태조사에 대한 용역을 벌여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주차장 규격 변경 문제를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전주시청 교통과 관계자는 “평소 이 문제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법규가 정부차원에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