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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는 게 정말로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런 식으로 살아도 좋을까?'
길을 걷고 있을 때,
문득 이런 의문으로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종종 있지 않습니까?
목욕탕의 따뜻한 물속에서 훈훈한 기분에 잠겨 있을 때,
평소에는 생각해본적도 없던 이런 철학적인 생각이 가슴을 피고 들지는 않았는지요.
그러나 현실에서는 멀리서부터 비치는 태양의 미소도,
가슴 뛰는 사랑도,
황홀한 생각에 잠길 만한 희한한 사건도 일어나질 않습니다.
매일 보고 있는 얼굴들,
그 지긋지긋한 집안 일들,
자질구레한 일들의 연속입니다.
당신의 행복을 밖으로부터 받게 되는 '태양의 미소'처럼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요?
스츠키 히데꼬 '사랑과 치유의 366일'
'이렇게 사는 게 정말로 잘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의 화두.
사는 것이 그저 무의미한 나날.....
식혜밥을 만들기위해 물에 불렸던 찹쌀이 남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필경 잊어버리고서는 종당에는 버림받을 신세가 될 것이 명약관화라
약식을 만들기엔 양이 부족하지만 냉동실의 포도즙을 꺼내어서 물을 들인
찹쌀밥을 하였는데....
색감이 기대한 만큼 곱지가 않으니
의욕없이 만들었음이라...
나폴리자색고구마의 식혜물은 색감고운 칵테일인양 우쭐한데...
4층에 한 병 건네고.
얼마전에 손톱 중간에 금이가서 곧 부러질세라
동네 네일아트에 가서 래핑을 한 것이 손톱이 길어지매 며칠동안 내내 통증이 극심한지라
토요일 오후에 제거하러 일부러 들렀는데..
오랜만에 왔더니 그 사이 아가씨가 바뀌어서 예리예리한 신참이 담당이라
아무래도 일이 서툴어서 시간이 훌쩍 지나가도록 래핑한 것을 제거하지를 못하니
손톱밑의 통증이 기시지를 않고.
여느 때의 두 배의 시간을 보낸 후에야 겨우 마쳤는데
솜씨가 영 서투르다.
너무 지치기도 하고하여 맘에는 들지 않지만 지적을 하면 이제 새로 들어 온 아가씨에게
누가 될까봐 참기로...
집에 돌아와서 안경을 쓰고보니
에효~
서투르다 못해 엉망진창이다.
그래서 주일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은행에 나가는 김에
가게에 들렀더니 원장여자는없고 아가씨 혼자있다.
고르지 못한 손톱을 보여주면서
좀..잘못 하였지? 하니 고개를 끄덕끄덕...
원장여자에게 손질을 받았는데 무엇이 그리 못마땅한지 뚱하니....
그런데
래핑을 한 것은 아무래도 찌꺼기가 남았는지 깔끔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 가게는 이제 그만...
월요일.
장마비가 내리는데 발동이 걸렸다.
우산을 쓰고 수련을 만나러.
며칠전 아침에 슬몃 다녀왔을 때는 진딧물이 잔뜩 끼었던 수련잎이랑.. 갈대잎.
기름띠까지 생겼던 생태연못이 어떻게 되었을까..걱정이 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비가 내리면서 물이 다시 맑아졌고 진딧물이 잔뜩 내려앉았던 수련잎도
깨끗해진듯 하다..다행이다.. 다행...
비가 내리는 아침 수련이 피어있는 물길을 따라 우산을 쓴 여인이라....
누가 보면 이 빗속에 왠?
한 시간정도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안.
운동화신은 발은 흠뻑 젖은 행색.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다짜고짜 레지오의 A
"왜 문 안 열어줘요?"
"문? 어머..어디 있는거야? 우리집 현관1층에? 에효~ 나 지금 버스안인데..."
"엥? 비가 오는데 아침부터 어디를 가신거유?"
"아..나.지금 돌아가는 중인데 ..거의 다 왔어..."
부랴부랴 달려가니
언니네 농장에서 뜯어온 무공해 상추라며 한 보따리 주고가네.
가정기도, 자녀기도도 마쳤다면서...
당장 저녁상에 상추쌈을 올려 맛나게 냠냠~
이렇게 집집마다 나누는 것이 쉽지 않을 터인데...
뽑아 온 상추가 잔뜩이더라도 나눔을 하러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서라도..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화요일
서울....홍대입구역 근처 다녀오니
또 하루가 훌쩍 지나가고.
수요일.
밤새 잠을 설치고...
종일 김웅렬신부님 피정이 있는데 이렇게 잠을 설치다니 원....,
휴대폰을 이리저리 터치 해보다가 문자이모티콘.
별이 반짝이는 그림과
'밤하늘에 별이 반짝반짝...' 문자가 있어
슬몃 장난기 발동하여 P에게 문자를 보낸 시간이
am4시 17분이라....
수요일
김웅열신부님 피정... 레지오 ...독서..아침 9시에 집을 나서 돌아오니 저녁 7시가 넘어서
8시가 다 되었어라...
밤에 P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문자메세지..그것 뭐예요?
응..밤에 잠이 안와서 연습 해봤네...이모티콘메세지가 있기에...
그렇다고 새벽 4시에 문자를 보내요?
에효..그 때..잠을 못자서...
문자왔다는 소리에 잠이 깨서....
엥? 그렇다고 잠이 깨?
에구..어쩌나..난 그저 나중에 열어보고 웃으라고...
소리가 들리는데 잠이 깨지요...
그래서 화장실 다녀왔지만요....
에구구구..미안~~ 미안~
목요일
이른 아침부터 온 전화의 발신인은 독서부의 아가페자매.
전화를 받으면서 벽에 붙어있는 독서표을 힐끗보니 흠..목요일 독서에 그녀이다.
아니나 다르랴 독서부탁.
남편의 화장품이 달랑달랑이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백화점에 가야하고,
안젤라형님네 축복식이 토요일 저녁 7시 부터이니 6시 40분까지..초대의 말에 응하고,
미사후 성체조배 마치고
버스를 타러 가는 길, 횡단보도 신호등 앞에서 빨간 불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불은 좀처럼 바뀌지를 않고, 오가는 차도 없고,
그저 파란불이 바뀌기만을 기다리며 하릴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행색이라.
91번 92번 버스가 연달아 지나가더니 쌩하니 정류소를 지나가버린다.
에효~ 저 버스를 타야하는데..........
15분가량을 기다린 끝에야 버스가 도착.
백화점에서,
남편 화장품을 사러 화장품매장으로,
4층집 고등학생아이가 시험중이라
애호박을 채쳐서 전을 부치고
냉장고 뒤져서 찾아 낸 야채로 잡채를 만들어 갖다 주었다.
우리집 P가 시험보던 때를 생각하면서.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진 레지오마리애책을 찾아왔다.~
금요일 아침.
슬몃 꿀떡만들기를 시작.
치자물.백련초물..녹차물을 들인 반죽을 동글동글 굴려서 익혔다가
꿀물에 퐁당...
잣을 박았다.
'성당에 다니는 분 같았어요.' 후 부터 절친한 이웃이 된 4층의 그녀에게
와 계신 친정어머니.
서울의 맏아드님 댁에서 모시는데 그댁 며느리가 수술후 요양중이라
딸이 모셔온지 제법 되었는데
그 동안 간식거리 만들어서 맛보시라 드리고...
집에도 오시라하여 대접해 드리기도 하고
외출해 돌아오다가 4층에 들러서 점심을 함께 먹기도 하고...
부산 요양원에 계시는 구순이 넘은 시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이미 돌아가고 안 계신 친정어머니를 그리며
나름 말벗이 되어드리기도 하면서...
어른께서 나를 부르시는 호칭이
'새댁' 이라 요즘 회춘하여 새댁으로 살고 있다네^^.
요즘은 친밀도가 더해져서 '고운 새댁'이라고 '고운'이 덧붙여졌다...ㅎ~
맛난 것 해 가지고 가면
꼭 새댁같이 해왔다고 칭찬을 하시면서도 앞으로는 빈손으로 오라고 손을 저으시는데.
4층여자가 점심약속으로 나간 후
홀로 계시는 모습을 두고 올라 올 수가 없어서
말동무 해드리느라 서너시간이 후딱....
사실 아침부터 꿀떡 만든다고 부산하였더니 고단하기도 하여
떡그릇만 전해 주고 바로 올라와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오수의 휴식을 기꺼이 희생하고.
잠시지만 딸네집에 와 계심이지만 불편하지 않음이 어이 없으랴...
그런 내색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 속내를 이웃의 '새댁'에게 풀어내심이라...
에효~
딸내미 하나 없는 나로서는 모녀간이면 이심전심
눈빛만 보아도 서로 속내를 알 수 있으랴 싶건만... 그것도 아닌가보다.
밤...
회식중인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고
이번주는 동창들 모임이라 컴백홈 않겠다던 P가 돌아와 저녁을 차리는데
4층여자의 호출이라.
시원한 생맥주 한잔 하러가요...
아마도 어머니와 시간 보내준 것을 고마워하는 인사라...
간만에 밤바람 쏘이며 동네 한가운데로 나가서
화이트 한병 씩~~
다시 월요일.
나사렛병원 원목실 봉사.
담당수녀님이 입원하셨다는 전언이 있어서 아침에 나가기 전에 바나나머핀을 구워갔는데
이미 지난 금요일에 퇴원하였다는데....
12시가 되어서 원목실을 나와 울 본당의 데레사할머니가 입원하고 계신 병실에 가서
기도를 하니 ,
그 모습을 본 건너편 침상의 보호자께서 '우리도 신자'라고....
대전에서 오시어 오늘 퇴원할 것이라는 마리아자매님에게도 기도와 위로를 건네고.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
"어디세요?"
4층이다.
"아..여기는 나사렛병원인데....이제 곧 돌아갈 것이라네..."
"샌드위치 만들었으니 오세요..."
"오케이~"
집에 들러 옷을 갈아 입지도 못하고 바로 4층벨을 눌러 들어서니
할머니의 반색하시는 모습. 주말동안 뵙지를 못하였더니 반가운 표정이 역력하다.
가슴을 헤치며 벌겋게 된 부분을 보이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가 아팠는데 새댁이 오니 이제 아프지가 않다...."고...
딸은 깔깔 웃어가며
"엄마가 언니에게 아부가 심하시다고..."
에효...
아부든 뭐든
어른께서 그나마 작은 위로..즐거움이라도 느끼신다면야....
머핀을 드시면서는
"어찌 이리 맛날꼬~ 꼭 새댁같다..."
화요일,
묵을 쑤었다.
쇠고기를 채쳐서 볶고.
황백지단을 부치고
미나리도 데치고.
탕평채.
이건,
어제 오후. 동네 찜질방 목욕을 하면서
테켓과 함께 등을 시원하게 밀어준 4층의 그녀에게 땡쓰~하는 보답~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어디에서 행복을 찾았지요?
그 답은 당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스츠키 히데꼬 '사랑과 치유의 36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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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랬만이어요 한 열흘 되었지요? 저도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내가 잘 달리고 있는지?..
백그라운드노이즈....온종일 아파트 풀깎는기계소리에 갇혀 지낸 하루였습니다.....소리가 길어서 두통이 오더군요..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