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소 '강제퇴거명령' 외교마찰 소지 -페루대사관, 3일 인권위에 자국 이주노동자 긴급구제신청 제기

[글샘]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편의적인 법 집행을 통해 외국인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빈번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지난해 불법체류자 합법화 조치시에 E-9(비전문취업) 체류자격을 부여받아 경기도 동두천에 소재한 B실업에서 근무하던 합법 이주노동자인 페루 출신 여성인 피네도(19세·Pinedo Briceno Danitza)씨는 지난 2월 16일 오후 7시 30분경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362-7 소재 군남슈퍼 앞 노상에서 특수절도 미수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양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같은 달 18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의정부출장소에서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사건 당시 피네도씨는 직장동료인 태국인 노동자 니조론 본 넷(Thipkomon Boonleri)과 퇴근하여 본인의 친언니와 거주하는 숙소로 돌아가던 중 방글라데시인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피네도씨 일행에게 영어로 ‘인형줄 게 이리와 봐’라는 취지로 이야기하여 인형 뽑는 기계가 있는 곳으로 갔다가, 불심검문 중인 112 순찰차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당시 불법체류자로 추정되는 문제의 외국인은 도망쳤지만, 피네도씨 일행은 합법이라 도망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위 기계의 소유자인 엄리 차드리는 (혐의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사건 정황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무리하게 ‘강제퇴거명령’이라는 법 집행을 감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이하 외노협)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며 이 사건에서 부당한 인권침해 사실이 인지된다고 판단한 정정훈 변호사('아름다운 재단' 파견)는 ‘피해자에 대한 피진정인의 강제퇴거명령은 외국인인 피네도씨가 언어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 및 관계 규정에 의한 법적 보호절차에 무지하다는 점 등에 기인하여 법 절차상에서 이루어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보장절차가 무시된 인권침해 행위’라고 보고, 페루대사관측과 공동으로 국가인권위에 4월 3일 긴급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정 변호사는 피네도씨의 직장 동료인 합법체류자 태국인 니조론 본 넷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이 이미 집행되어 본국으로 송환된 점에 비추어 피해자의 경우도 검찰조사여부를 떠나서 언제라도 퇴거명령이 집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긴급 구제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네도씨가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피네도씨의 행위가 특수절도미수 혹은 특수절도미수에 가담한 것으로 방조범이 성립하는지 아니면 혐의가 없는 것인지 여부 등은 검찰 조사 또는 법원의 판결 절차를 통하여 확정되어질 문제로, 절차상의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건에서 제기되고 있는 절차상의 문제는, 우선 출입국관리법(이하 법) 제46조에 의하면 강제퇴거명령은 ‘이 장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하여야 하고, 제59조 제3항에 의하면 강제퇴거명령을 발부하는 경우 그 용의자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하고, 같은 법 시행령 제74종에 의하면 명령의 취지 및 이유와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을 기재한 강제퇴거명령을 발부하여 그 부분을 용의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피네도씨는 출입국관리소 혹은 보호소의 관계자로부터 강제퇴거명령 및 이의 신청절차에 대한 고지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위 통고서가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양식이라 하더라도 진술자 서명란에 진술자로 되어 있는 피네도씨의 서명이 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의신청절차 등 절차상의 권리가 침해되었을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 통고서의 ‘용의사실 시인여부’란 및 ‘통고처분 이행의사’란에는 피해자가 용의사실을 시인하고 통고처분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통고서상 피해자의 서명이 없다는 점 및 피해자가 경찰조사 과정 및 검찰에서도 계속하여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의 무혐의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이미 강제처분이 집행된 태국인 동료와는 달리 페루대사관 등의 개입으로 검찰조사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강제퇴거 심사결정에 있어 용의사실 시인여부 및 통고처분 이행의사 여부에 대한 확인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페루 대사관측과 정정훈 변호사는, 피해자가 강제퇴거 처분 및 이의 신청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하여 절차상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주장에 대해 적법한 절차의 진행여부가 조사되어 피해자가 외국인으로서 인식상의 부당한 대우 및 언어 위험을 부담하여 부당한 인권이 침해되었음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법 집행 '이중 잣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무리한 강제퇴거명령에 대해 페루 대사관측이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신청을 제기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이중적인 잣대로 법 집행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피네도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조사 과정 중 강제퇴거 처분 및 이의 신청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하여 절차상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뿐만 아니라,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형사절차상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이 지켜지지 않아,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부당한 침해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사건의 변론을 맡은 정정훈 변호사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강제퇴거를 받을 경우, 외국인이라는 특성상 강제퇴거명령이 집행되고 나면 용의자가 형사절차상에서 무형의 혹은 무죄로 확정되더라도 이를 돌이킬 수 있는 현실적인 절차 및 그 실효성이 없다. 게다가 강제퇴거명령의 효과로 5년간은 입국이 금지되는 불이익을 받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출입국법상의 강제퇴거명령이 비록 행정절차라 하더라도 이러한 무죄 추정의 원칙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 변호사는 “피네도씨가 만약 그 혐의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죄질이 경미하고, 거주가 분명한 자로서 불구속수사 중인 피의자이나, 단지 경찰조사만을 근거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린다면 그 집행시까지 보호처분이 가능하게 되므로,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사안이 경미하여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존재하지 않아 구속사유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구속되어 수사를 받는 것과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강제퇴거명령이 편법적으로 운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정훈 변호사는 사건의 변론을 위해 출입국관리소 의정부지청 담당자에게 전화로 문의한 결과, 피해자에 대한 강제퇴거명령은 검사지휘를 받아 처리한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이는 검찰권과 행정권의 분립이라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비추어 검사가 강제퇴거명령을 지휘한다는 것은 결코 타당한 주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법무부, 검경의 합동단속이 실시되면서 이와 같은 부당한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모티터링하고 있는 외노협 관계자 역시, ‘강제퇴거명령이 재량행위라고 하더라도 금고형 이상에 해당한다는 정도의 범죄의 중대성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한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참작 가능한 사유가 있다면 그를 들어 강제퇴거명령을 발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법화 조치 이후,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혐의의 중대성이나 다른 참작사유에 대한 고려 없이 편의적으로 강제퇴거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샤말 타파씨의 경우처럼 국가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경우에 대해서도 강제퇴거명령을 집행할 만큼 법집행이 이성을 잃고 있어 시민사회단체와 관련 국가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법집행을 내국인에게 했을 경우 관련 공무원들이 과연 그 자리에 눌러 앉을 수 있는 지를 물어볼 때,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법집행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이중적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고기복 기자는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사무국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