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때문에 본국에 송금을 못하고 애를 태우던 외국인이주노동자가 비자까지 만기돼 불법 체류자로 몰리자 신분을 비관, 지하철에 투신해 목숨을 끊은 사건이 27일 오전 10시 20분 경 대구 동구 아양교역 승강장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중국인 정모(34)씨는 역내로 들어오던 지하철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했다. 머리와 다리 등을 크게 다친 정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도중 숨졌다.
사건을 맡고 있는 대구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유서 내용을 언급, "정씨는 직원이 3, 4명 내외인 가내수공업 업체에서 컴퓨터 자수 일을 했으나, 일정 기간 월급을 받지 못해 고민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던 중 지난 21일로 비자까지 만기돼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자, 이를 비관한 정씨가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해당업체 사장을 불러 진술을 받았으나, 임금 체불에 대한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숨진 정씨와 같이 일했던 동료 직원들을 수소문 중이다.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지하철에 투신, 자살한 사건은 작년 11월 스리랑카인 다라카씨 이후 세 번째로, 이번에 자살한 중국인 정씨는 정부의 미등록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정책이 실시되면서 자살한 10번째 희생자다.
정부는 작년 11월 15일까지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을 합법화한 후, 미등록자에 대해 검·경 합동단속을 통해 강제 추방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를 주장해 온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이하 외노협)는 이러한 정부의 강제추방이나 단속과 같은 정책이 해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강제추방과 단속은 극단적인 경우, 자살과 같은 방법을 택하는 희생자들을 양산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외노협은 28일 성명을 내고 "우리 정부는 10번째 희생자인 정씨의 죽음을 끝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불법체류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특례 조치를 마련해 미등록자를 전면 사면해야 할 것"을 주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