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 풀이(동래본)
천지개벽 후 하늘에는 해, 달, 별이 빛나고 땅에는 나무와 풀이 돋아났다. 그때 인황씨가 태어났으며 그 형제 아홉이 세상을 아홉으로 나누어 다스렸다. 천궁대왕은 옥진부인과 함께 다정하게 살았다. 그러나 마흔이 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어서 영험한 산천을 찾아가 기도를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꿈에 도솔천의 천궁지왕이 나타나 부인에게 일월성신의 정기를 받은 아들을 점지한다고 하며 아이의 이름은 안심국으로, 별호(別號)를 성조로 하라 하였다. 그런 후 옥진부인은 산기가 있어 10달이 지나서 아들을 낳아 안심국이라 이름을 짓고 별호를 성조라 했다. 아이는 총명하여 15세가 되자 온갖 사물의 이치를 깨달았다.
하루는 성조가 천궁에서 지상 세계를 내려다보았더니 사람들이 집이 없이 춘하추동 자연 속에서 사는 것이었다. 성조는 세상에 내려가 집을 짓는 법을 가르쳐주리라고 결심하고 곧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 세상에 내려와 집 지을 나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성조는 집을 지을 만한 마땅한 재목을 찾을 수가 없어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 옥황상제께 그 상황을 이야기했다.
옥황상제가 제석궁에게 명하여 솔씨 3말 5되 7홉 5작을 성조에게 주었다. 성조는 지상의 민둥산에 뿌려놓고 다시 천상으로 올라가 3년을 기다렸다. 성조가 18세가 되어 황휘궁 공주인 계화와 혼인하였으나 성조는 계화씨를 박대하며 주색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사간원 신하들의 상소로 천궁대왕은 성조를 무인도로 귀양보냈다.
성조는 황토섬에 들어갔는데 4년이 지나도 귀양은 풀리지 않고 먹을 것도 없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성조는 무명지를 깨물어서 피를 내어 사연을 적어 청조(靑鳥) 편에 집으로 소식을 전했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근심 끝에 병석에 누워있던 옥진부인은 청조가 가져온 성조의 편지를 보고서 슬피 우니 모든 궁녀도 함께 울었다. 사정을 듣게 된 천궁대왕은 잘못을 깨닫고 즉시 배를 보내 성조를 데려오게 했다. 고국으로 돌아온 성조는 부인을 사랑하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며 자식 5남 5녀를 두었다.
어느덧 성조의 나이가 일흔이 되어서, 과거를 돌이켜 보다가 예전에 민둥산에 뿌려놓은 솔 씨가 생각나, 자식들을 모두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와 보니 민둥산은 온갖 나무로 덮여 있었다.
그런데 나무를 벨 연장이 없었다. 성조는 자식들을 데리고 강가에 나가 함지박으로 쇠를 일었으나 사철(沙鐵)이라 쓸 수 없어, 다시 쇠를 일어 상철 5말 하철 5말을 모아 풀무를 만들고 온갖 연장을 만들었다. 그것으로 나무를 베고 깎고 다듬어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집 짓는 법을 가르쳐 먹고살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해서 성조는 인간에게 처음으로 집 짓는 법을 가르쳤으므로 집에 좌정(坐定)하여 성조신이 되었고 그 부인은 몸주신이 되었으며 아들 다섯은 오토지신(五土地神)이 되고 딸 다섯은 오방부인(五方夫人)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