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만들어 드려야죠.
남상선 / 수필가
“ 장인어른!
예비 할아버지 되심을 축하드려요.”
다짜고짜 희소식을 알리는 사위의 전화였다.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세히 말해보라 했더니 딸이 임신을 했다는 것이었다.
“ 김 서방, 축하해. 김 서방이 드디어 아빠가 되는구나. 진심으로 축하하네.”
통화가 끝나고 바로 딸에게 축하 전화로 기쁜 마음을 전했다.
아내가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마는 그림자 없는 씁쓸함이 예서도 빠지지 않는 거였다.
아들이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임신 소식이 없어 초조하게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딸애의 임신 소식이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7년 대한 가문 날에 단비를 맞는 기분이었다.
먼저 결혼한 아들보다 늦게 시집간 딸이 기쁜 소식을 먼저 전해 온 것이었다.
사람의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아기를 임신하고 낳는 일인 것 같다.
순조로운 임신 출산으로 희소식을 알리는 신혼부부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들도 많기 때문이다. 역시 아기를 임신하고 낳는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런 희소식으로 같이 기뻐하고 좋아할 딸애 엄마가 곁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렇게 좋아할 일에 모성 본능을 발휘할 딸애 엄마가
이것도 챙기고 저것도 챙겨주는 마음으로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 처음 겪는 설렘과 예비 엄마 되는 딸애의 마음을
포근히 보듬어 주고 살펴주는 아내가 곁에 있었으면 얼마나 기뻤을까!
같은 부모이지만 아비는 제 어미 왼손만큼도 구실을 못하는 것이 못내 가슴 아팠다.
제 엄마가 곁에 있었으면
아기 기저귀도 배아니 저고리도 분유통도
올망졸망 많이도 사들이고 챙겨서 갖다 주었을 텐데
아비는 마음만 가지고 살지
제 엄마처럼 아끼고 챙기고 아쉬울 때 도와주지 못하는 남자라서 가슴이 무거웠다.
그러던 어느 겨울 날
임신한 딸에게 물어보았다.
입덧은 없는지 먹고 싶은 건 없는지 물어 보았다.
다행히 입덧은 없었지만 먹고 싶은 것은 아마도 있는 것 같은 눈치였다.
딸한테 뭐 먹고 싶은 게 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겸연쩍고 미안해서인지 없다고 했다.
“ 네 엄마가 있었으면 이것저것 맛있는 것 만들어 퍼 나르고 널 힘 덜 들게 하느라 야단법석이었을 텐데 아빠는 네 엄마처럼 그렇질 못해 미안하구나.
아빠 어려워하지 말고 얘기해 보아라. 네 엄마가 못한 걸 이 아비가 백분의 일이라도 해 주고 싶어 그런다. 그러니 얘길 해 봐라. 대개 임신하면 먹고 싶은 것이 많다는 얘길 들었는데 너도 그럴 게 아니냐?”
딸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아빠한테 죄송해서 얘길 안 하려고 했었는데 얘길 안하면 아빠 너무 서운해 하실 것 같아 말씀 안 드릴 수 없네요.”
“ 응, 빨리 얘기해 뵈라. 뭐가 먹고 싶으냐? ”
주저주저하다가
“ 어쩐지 겨울에 콩국수가 먹고 싶네요.”
“ 다른 것은 먹고 싶은 거 없니? ”
“ 예! ”
얘기가 끝나고 두 시간 정도 지체해 있다가 집을 나갔다.
콩국수 집을 찾으려 이 골목 저 골목을 휘젓고 돌아다녔다. 평상시 봐 두었던 콩국수집 상호는 다 찾아 다녔다. 헌데 모두 허탕이었다. 콩국수는 여름 한 철이 제철인데 겨울에 콩국수를 찾으니 그걸 하는 집이 어디도 없었다. 시내 전역을 다 돌아다녔지만 어느 곳에도 콩국수를 하는 집은 찾을 수가 없었다.
< 겨울에 콩국수를 찾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냉소어린 푸대접을 하는 집도 있었다.
가는 음식점마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오는 대답은 안 된다는 거였다.
이대로 말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갈마동 도서관 앞에 있는 음식점
‘ 두부사랑’으로 향했다. 가게 들어서자마자 주인 이모한테 사정을 했다.
실은 제 딸아이가 임신으로 콩국수가 먹고 싶다는데 시내 어떤 집도 하는 데가 없어 이렇게 이모를 찾아왔다고 했다.
“ 그래요, 겨울이라 저희 집도 콩국수를 하진 않는데 임신부가 먹고 싶어 한다니 어떻게든 만들어 드려야죠. ”
그 말을 듣는 순간 구세주의 음성을 듣는 기분이었다.
‘ 두부사랑 ’ 이모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천상의 선녀가 보시로 베푸는 말소리임에 틀림없었다.
‛ 어떻게든 만들어 드려야죠.’
정성을 다하여 만든 콩국수를 두 대접이나 싸줘서 가지고 왔다.
‘두부사랑’이모의 덕분인지 딸애가 그것을 먹고 입덧도 없이 순산했다.
‘두부사랑’ 이모의 선한 마음과 후덕한 마음이 양념으로 가미된 콩국수이어서인지 딸애가 그걸 먹고 예쁘고 영리한 공주님을 출산하게 되었다.
‘두부사랑’ 이모의 천사 같은 선한 마음, 그 정성, 그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두부사랑’의 음식은 그걸 만드는 이모가 후덕하고 솜씨가 좋아서인지 정결하고도 맛이 일품이다. 거기다 정성이 들어간 입맛을 돋우는 음식들이 온 상에 그득히 나온다.
끼니때만 되면 시내 곳곳에서 모여 든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모습이 마냥 보기가 좋다. 금상첨화가 어디 따로 있겠는가?
정갈하고 감칠 맛 나는 음식에 그걸 만드는 이모의 푸근하고 따듯한 가슴이 숨 쉬고 있으니 그게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벌과 나비가 많이 모여든 데를 가 보면 꿀을 지닌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다.
봉접을 살리는 아름다운 꽃들이 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원근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두부사랑’이모를 많이 찾고 있으니 그저 고맙기만 하다.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두부사랑’이모(박미애)께 느꺼운 마음을 전하며 이모가 하는 일 승승장구를 빌어본다.
선한 마음과 덕성도 선물할 수 있는 거라면, 소중한 사람한테, 기꺼이 주고 싶다.
백만 불짜리 이모 마음을 고이 접고 포장하여 한 아름 안겨 주고 싶다.
‘두부사랑’ 박미애 이모의 따뜻한 가슴과 덕성스러운 인품은 메마른 사회를 촉촉이 젓게 하는 인간성 부활의 불씨로서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심은 대로 거두는 게 부메랑의 진리라면‘두부사랑’ 이모의 앞길은 꽃길만이 있으리라.
첫댓글 가족애가 충만한 온화한 글, 행복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딸에대한 아빠의 극진한 사랑과 가족애!
사랑이 넘치는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며,
그 두부사랑 식당에 한번 가보고 이모도 보고 싶네요! 폭염에 건강 잘 챙기시기바랍니다.^^~
바야흐로 시원한 콩국수가 그리워지는 이때에 따뜻한 사랑이 녹아져 감칠맛까지 느껴지는 선생님의 글 잘 보았습니다.
두부사랑 이모님의 베품의 미덕을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훈훈한 글로 풀어 내시는 선생님의 필력 또한 훌륭하십니다.
남상선 선생님, 선생님의 글에는 늘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외할아버지!저다인이에요!엄마가그때콩국수드셔서저도지금콩국수~어~엄~처~엉~좋아해요!^^ 그때콩국수사주셔서감사합니다! ^^
그러게요 임산부가 먹고싶은거 못 먹으면 아기 눈이 짝짝이 된다는데 ㅎㅎ
두부와 우유만 있으면 간단하게 만들수 있는데 모르면 그도 어려운 일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