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으로 작년에 받아두었던 올해의 토정비결을 뒤지게 됩니다. 첫 문구부터 학교일과 영흥도에 벌려놓은 일, 두 가지 사이에서 어느 것도 놓치못하는 제 마음을 다 안다는 듯한 문구입니다. 그런 중에 마음을 굳게 먹고 결단력있게 행동하라고 되어 있으니 무엇을 어떻게 굳게 먹고 결단력있게 행동하라는 것인지 구체적 해결점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 다음 문구, 신수가 불길하니 질병을 조심하라 라는 문구가 확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금요일 아침, 불덩이같이 열이 오르는 준이를 간호하면서 가장 먼저 코로나자가진단부터 해보았지만 음성이었습니다. 준이는 나와 함께 살면서 특별히 다른 사람은 접촉한 일이 없어서, 확진되어 일주일 치료받고 목요일 등교한 아이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런 역학적 추리는 이제 무의미합니다.
그렇게 어수선한 금요일을 보내고 주말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데 교사 1명과 두 명의 아이가 양성반응이 나온 것입니다. 한 아이는 제가 차에 태워 한참을 한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주말에 자가검사를 했더니 음성으로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2월 28일 하루 긴급 휴교를 하기로 했지만 28일이 월요일이라 태균이의 학교가겠다는 의지는 너무 굳건해서 이겨낼 수가 없습니다. 가지 않아도 될 용인길을 하는 수 없이 떠밀려서 가는데 콧물은 폭포처럼 쏟아지고 인후통은 심해져서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여간 고통이 아닙니다. 이건 분명 오미크론 변종 감염증세인데 어제 했던 검사는 음성이라 그저 감기몸살이 왔나 생각하려는 즈음...
점점 심상치않아지는 몸의 상태가 의심스러워서 다시 자가진단을 해보니 또렷한 양성반응입니다. 태균이는 다행히 음성이지만 이것도 내일이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어 매일 체크해봐야 되겠습니다.
예상을 했음에도 갑자기 양성결과를 받고보니 눈 앞이 아득합니다. 비접종자인 준이를 돌봐야하는 일부터 학교 점심급식 준비, 매일의 먼 출퇴근길 등등 그 동안 일상적으로 맡아왔던 일들을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눈 앞이 아득해졌습니다. 그리고 긴급 카톡 교사회의를 통해 다음주 수요일, 3월 9일까지 잠정적으로 학교문을 닫아서 더이상 확진자가 나오는 것을 막아보자고 결론을 냈습니다.
학교운영 9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런 장기적인 휴교는 처음있는 일입니다. 심한 코로나 상태에서도 잘 견뎌왔는데 오미크론 변종의 쓰나미같은 공세에는 이제 대처가 불가능한 듯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 놈은 너무 지능적이라 사람마다 취약점을 너무 잘 꿰뚫고 있습니다. 비슷한 감염인데도 어떤 사람에게는 고열을, 이비인후과 문제가 있는 사람은 이비인과적 증세를 대폭 유발하고, 평소 지병이 있는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태균이처럼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참으로 걱정됩니다. 다행히 겉으로는 아무 증세를 보이지않는 것같아 다행이지만 엄마와의 분리생활을 제대로 못 할 것이 뻔하기에 제가 늘 마스크쓰고 있어야되겠습니다.
전염병은 세계사 역사에 있어 중대한 고비와 전환점을 제공했습니다. 한 전염병이 쓰나미처럼 휩쓸고가면 그 전후의 상황은 확연한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전염병처럼 세기적 강렬한 전환점이 되는 것은 세계대전 외에는 없는 듯 합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위대한 작품 입니다. 그 대하소설 속에서도 세대교체와 시대상황에 맞는 대처방식의 전환을 가져오게하는 계기는 역시 전염병이었습니다. 최참판댁 가문의 기둥이었던 윤씨부인에서 윤씨부인의 손녀인 외동딸 서희에게 권력이 이양되는 계기도 전염병이었으며 수많은 인간관계가 상실되거나 전환되는 것도 전염병 때문이었습니다. 반주인공 격인 홍이가 가슴의 엄마를 만나게 된 것도 전염병이었으며 그 빈 틈을 노리고 자리를 차지하는 친모의 악행도 전염병 덕에 가능했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야릇한 소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까뮈가 쓴 '페스트' 소설도 동물과 인간 양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보다 무서운 전염병을 주제로 하고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진화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 그들의 변이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막상 오미크론바이러스에 감염되어보니 콧물과 목이 좀 많이 아프고 약간의 한기가 있으나 활동하는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열이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쩌다 내게 들어온 감기몸살 증세와 아주 유사합니다. 오히려 과거에 앓았던 감기몸살보다도 훨씬 약합니다. 부스터샷까지 3차 접종을 했음에도 인위적인 항체인식작업이 별로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오히려 이렇게 직접 앓고난 후에 얻게되는 항체인식작업이 훨씬 유효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미크론으로 약화된 코로나를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전국민의 감염을 통해 집단면역력을 유도하며 그것을 정책에 반영했던 몇몇 국가들의 결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집단감염과 집단면역체계로 가고 있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니~~'라는 명 성경구절은 언제라도 기분좋은 세월의 대책입니다.
첫댓글 몸조리 잘 하시고 얼릉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전화위복이 되시길 바랍니다.
몸조리 잘 하세요~^^
잘 이겨내시길요.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