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을 매혹시킨 불세출의 여걸, 아키텐의 엘레오노르
역사를 이끌어 가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많이 있지만 여걸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이 책은 중세 유럽의 여걸 중의 여걸로 손꼽히는 엘레오노르 왕비의 삶을 기발한 형식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그려 낸 이야기로, 뉴베리 메달을 두 번이나 수상한 현대 미국 아동문학계의 대표 작가 E. L. 코닉스버그의 작품이다.
프랑스 왕보다 더 넓은 땅을 가진 아키텐 공작의 딸 엘레오노르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왕비가 된 뒤 사자심왕 리처드 1세와 존 왕을 낳은, ‘두 왕의 아내이자 또 다른 두 왕의 어머니’로 유럽의 정치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왕비이다. 여자가 한갓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중세에, 그 한계를 넘어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으로 시대를 앞서갔던 엘레오노르의 삶을 코닉스버그는 특유의 독창적인 형식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솜씨로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 보인다.
20세기 말 ‘현재’의 천국에서 엘레오노르 왕비와 살아생전 그녀와 친분이 있던 몇몇 사람들이 모인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백 년간의 지옥 생활 후 마침내 천국에 오른 엘레오노르 왕비는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의 천국행 심판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면서, 지인들과 함께 지상에서의 자신의 삶을 회고한다. 엘레오노르 못지않은 중세의 여걸이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마틸다 황후, 엘레오노르의 첫 남편 루이 7세의 고문인 쉬제 대수도원장, 두 번째 남편 헨리 2세의 부하 윌리엄 최고사령관, 그리고 엘레오노르 자신까지, 각자 자신의 눈으로 바라본 엘레오노르 왕비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는 철없는 어린 왕비에서 성숙한 여인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겪어 낸 노년의 대비로 변해 가는 엘레오노르의 모습이 차례로 등장한다.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는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역사 속 인물과 당대의 역사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해 준다.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그리고 삶을 뜨겁게 사랑했던 엘레오노르라는 한 여인의 초상은 많은 청소년 독자들을 매혹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