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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계명은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는 명령이다(출 20:12). 십계명에서 사람에 대한 첫째 계명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살인하지 말라’는 6계명이 제일 우선일 듯한데, 하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을 제일 앞에 두셨다. 더군다나 6-10계명은 ‘-하지 말라’는 형태로 되어 있지만, 유독 5계명은 ‘-하라’는 형태로 되어 있다. 따라서 하나님은 부모를 공경하되, 적극적으로 공경할 것을 명령하셨다. 특히 이 계명은 다른 계명들과 달리 ‘약속이 있는 계명’이다. 즉 하나님께서 이 계명을 지킬 때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하나님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을 십계명의 두 번째 부분의 제일 첫 번째에 두신 것은 이 계명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나님 외에 가장 공경 받아야 할 대상이 부모임을 알아야 한다. 부모는 하나님의 대리자이다. 하나님은 부모를 세우셔서 통치하신다. 즉 하나님은 부모의 손을 통해 자녀들을 다스리시고 보호하신다. 창조이야기를 기억해보자. 하나님은 아담을 만드신 후에 하와를 만드셨고 그들을 통하여 후손이 태어나게 하셨다. 아담이 가장이며 하와는 그를 돕는 배필이고 그들을 통해 태어난 자들은 아담의 통치를 통해 하나님을 섬기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하나님을 공경하는 일 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십계명에서 말하는 ‘부모’란 누구인가? 우리는 여기서의 ‘부모’를 자신을 낳아준 ‘생물학적인 육신적인 부모’에 한정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제유법’(提喩法)이다. 즉 하나의 명칭으로 전체를 나타내는 표현방법이다. 우리는 여기서의 ‘부모’를 확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기 위에 있는 모든 권위들’을 뜻한다. 다시 말해서, 성경에서 부모란 육신적인 부모인 아버지와 어머니뿐만 아니라, 영적인 부모인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나아가서 세상의 부모인 통치자들과 권위자들과 선생들을 뜻한다. 따라서 5계명은 넓은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로마서 13장의 빛에서 그것을 이해해야 한다.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은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라고 권면하면서(롬 13:1; 참고. 벧전 3:5-6), 모든 사람들이 모든 권세들에게 복종해야 하는 이유는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참고. 골 1:16-17). 이 말은 하나님이 세상에 권세들을 세우시고 그들을 통해서 그분의 뜻을 펼치기를 기뻐하셨음을 뜻한다(참고. 시 75:7; 단2:21). 바울은 하나님께서 권세를 정하셨기 때문에 권세를 거스르는 자는 하나님의 명을 거스르는 것이며(롬 13:2a), 결국에는 심판을 자취(bring)할 것이라고 경고한다(롬 13:2b).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권위자들을 인정하고 그들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
하나님은 가정의 권위자를 세우셨을 뿐만 아니라 교회와 국가의 권위자를 세우셨다. 인간 세상의 모든 권위의 기초는 하나님이시고,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부모이며, 그것에서 출발하여 사회의 각 권위들이 세워진다. 부모의 권위가 존중되면 다른 권위들도 존중되어 사회가 평화롭지만, 부모의 권위가 존중되지 않으면 다른 공동체의 권위 관계에 영향이 미쳐서 파괴적이고 불행한 결과가 발생한다. 확실한 사실은 이것이다.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들은 학교에서 선생에게 순종하지 않으며, 교회에서 목사에게 저항하고, 직장에서 상사를 무시하고 불순종한다. 따라서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적용을 필요로 한다.
부모 공경에 대한 바울의 권면
이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에 대한 바울의 권면을 자세히 살펴보자. 에베소서의 후반부에는 ‘가정수칙’(household codes)이 나온다(참고. 5:22-6:9). ‘가정수칙’이란 그리스도인들이 가정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지침이다. 바울은 ‘가정수칙’의 첫 번째 부분에서 아내와 남편에게 권면하고(5:22-33), 두 번째 부분에서 부모와 자녀에게 권면하며(6:1-4), 세 번째 부분에서 종과 상전에게 권면한다(6:5-9). 그런데 이 권면들은 인간적인 차원에 한정되지 않고 ‘주님을 중심으로 하여’ 구축되어 있는 인간관계를 전제로 한다. 즉 주님의 관점에서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에 걸맞게 실천해야 한다는 사실을 권면하는 것이다.
에베소서 6:1-3에 나타난 바울의 권면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가진다.
1.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신앙의 성격을 가진다.
1절에서 바울은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라고 말한다. 부모에 대한 순종은 하나님께서 인간의 마음에 새겨 넣으신 자연법의 일부이다. 즉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마땅한 행위이다. 그리스의 스토아 철학자들은 부모공경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으며, 유교를 비롯한 다른 종교도 부모공경을 대단히 중요한 덕목(인륜)으로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권하였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은 이와 다르다. 바울은 “주 안에서”라는 표현을 붙임으로써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신앙의 성격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신앙의 성격은 이어지는 구절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바울은 2-3절에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라고 말한다. 이것은 십계명을 인용한 것인데, 이렇게 하여 그는 부모공경이 하나님의 명령임을 강조한다. 즉 부모를 공경하는 것은 단지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성격을 가질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신앙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다. 바울은 디모데전서 5:8에서도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라고 말하였다. 참으로 신자들에게 있어서 부모를 공경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부모공경 명령에 대한 신앙적 이해는 우리로 하여금 가정에서의 신앙교육에 대하여 생각하게 한다. 하나님은 부모를 신앙의 선생, 즉 말씀의 전달자로 세우셔서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말씀을 배우기를 원하신다. 분명히 부모들은 자녀들의 신앙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부모는 하나님이 세우신 ‘직분자’이다. 부모는 자녀들에게 말씀을 전수해 주어서 그들이 하나님을 알고 경외하게 만들어야 한다. 오늘날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교회의 선생들에게 책임지우고 부모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우선 부모가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해주어야 하며, 교회의 선생들은 부모들과 같은 입장에서 가르쳐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신앙교육을 책임져야 하고, 그런 가운데 자녀들은 부모 공경하는 법을 배운다.
2. 부모를 공경하는 방법은 순종하는 것이다.
바울은 1절에서 “순종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휘파쿠오는 능동태 명령형이다. 이것은 강한 의무를 가리킨다. 참고로, 바울은 5:22의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에서 ‘복종하라’에 해당하는 헬라어로 휘포타쏘마이를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자발적인 복종을 뜻하는 것으로 휘파쿠오보다 의미가 약하다. 이것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부모에게 모든 공경과 사랑과 신뢰를 나타내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선한 가르침과 징계에 마땅한 순종으로 자신을 복종시켜야 한다. “내 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 말라”(잠 1:8).
그리고 우리는 부모들의 결점에 대해서 인내해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너를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라고 말씀하셨다(잠 23:22). 이 말씀은 부모가 연로하고 힘이 없다고 해서 부모를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여 그분들에게 순종해야 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에게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동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은 절대적인 명령으로 그분들이 자식들에게 아무 것도 줄 수 없을 지라도 순종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모든 부모가 항상 옳거나 훌륭하지는 않다. 세상에는 문제 있는 부모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의 결점들과 연약한 점들에 대해서 인내해야 한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부모에게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주 안에서”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부모나 권위자들이 주님의 뜻에 반하게 행동하거나 우리에게 범죄를 강요할 때 우리는 순종의 의무를 가지지 않는다. 권위자들에게 권위를 주신 분이 더 높으며 그분의 뜻이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 주님으로부터 권위를 받은 자들은 주님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직분을 받은 자들은 하나님이 그들에게 자격이 있어서 그 자리를 주신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일하기를 원하셨기 때문에 주신 것임을 알고 사려 깊게 일해야 한다. 참으로 권위자들은 함부로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예수님을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가장 높은 권위자이시지만 자신을 가장 낮추셨다.
3. 부모 공경에는 약속(대가)이 있다.
바울은 2-3절에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이니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라고 말한다. 출애굽기 20:12에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라는 약속이 있다.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순종하는 자들에게 상을 약속하신 것은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하나님께서 부모를 공경하는 자들에 대하여 주시는 복은 ‘잘되고 장수하는 복’이다. 이것은 엄청난 복이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받을 복을 의미한다. 가나안에는 만만치 않은 민족들이 살고 있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험난한 미래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만일 그들이 부모를 공경하고 지도자들을 존중한다면 하나님의 은혜로 형통할 것이다.
그런데 이차적으로 이 복은 모든 세대의 모든 지역에도 적용된다. 일반적인 측면에서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는 사회는 대체로 잘 된다. 그런 사회는 안정되어 있고 풍요롭다. 하나님은 부모를 공경하고 지도자들에게 순종하는 자들이 모여 사는 곳에 복을 주신다. 또한 개인적으로도 자녀가 부모를 공경하는 가정에는 행복과 평화가 있다. 비록 물질적인 번영이 따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은 평안하며, 가족들 모두가 화목하고, 가정에 기쁨이 넘쳐흐를 것이다. 참으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향해 취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의무는 부모를 공경하는 일이며 하나님이 세우신 모든 권위자들에게 순종하는 일이다. 이것을 실천하면 큰 복을 받는다.
반면에 성경에는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들에 대한 무서운 경고가 가득하다. 필시 부모를 공경하지 않는 자들은 저주를 받아서 멸망할 것이다. “자기 아비나 어미를 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 21:15). “그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출 21:17). “완악하고 패역한 아들이 있어 그 아비의 말이나 그 어미의 말을 순종치 아니하고 부모가 징책 하여도 듣지 아니하거든 ...... 그를 돌로 쳐 죽이라”(신 21:18-21). “자기의 아비나 어미를 저주하는 자는 그의 등불이 흑암 중에 꺼짐을 당하리라”(잠 20:20). “아비를 조롱하며 어미 순종하기를 싫어하는 자의 눈은 골짜기의 까마귀에게 쪼이고 독수리 새끼에게 먹히리라”(잠30:17).
5계명의 의미
앞에서 언급했듯이,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명령은 가정의 차원에 국한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세우신 통치자들을 공경하라는 명령으로 확장된다. 하나님은 가정과 교회와 국가를 세우셨다. 하나님은 가정에서 부모가 다스리게 하셨고, 교회에서 목사와 지도자들이 다스리게 하셨으며, 세상에서 대통령과 상급자들이 다스리게 하셨다. 우리는 성과 속을 구분하지 말고 어느 영역에서든지 하나님의 명령을 지켜서 하나님께서 통치자들로 세우신 직분자들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지도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지도자에게 순종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으려 하는 경향은 단순히 도덕적인 예절에서 벗어난 행위가 아니라 근원적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와 그분의 통치원리를 무너뜨리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해야 한다. 이는 단지 부모가 자신을 낳아준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다. 부모공경은 하나님이 부모를 세우셨다는 창조의 질서와 원리에 순응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교인들은 목사에게와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순종해야 한다. 목사가 훌륭하면 순종하고 그렇지 않으면 순종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목사를 세우셔서 교회를 다스리시기 때문에 순종해야 한다.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로 강단에 서서 말씀을 전하며 교회를 이끌어간다. 아울러 교회의 다른 직분자들도 주님의 권위를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순종하고 협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국가의 통치자들에게 순종해야 하며 회사의 상급자들에게 순종해야 한다. 비록 그들이 불신자라 하더라도 하나님이 그들을 세우셨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부모나 지도자들이 잘못을 행할 수가 있다. 그들도 연약한 인간인지라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거나 공동체에 피해를 끼칠 수가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기본적으로 그들을 존경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잘못할 때에는 인내하면서 그들이 바르게 하도록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과격하고 파괴적인 비판과 저항은 옳지 않다. 만일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자들이 명백히 하나님의 뜻에 어긋난 행동을 했다면 우리는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도록 촉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도 우리는 매우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우리는 신앙과 문화와 전통과 관례와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행동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신앙의 문제로 부모와 대립할 경우에 우리는 상당한 주의력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예컨대, 존 스토트(John Stott)는 미성년자들이 신앙의 문제로 부모와 의견이 맞지 않을 때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순종하라’고 충고하였다. 즉 부모가 믿는 것을 반대하는 경우에는 순종할 필요가 없으나(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세례 받는 것을 반대할 경우에는 나중에 세례 받으라고 말하였다. 이렇게 우리는 부모의 권위가 절대적인 것을 알아야 하며 자녀들이 그들의 권위에 순종해야 함을 배워야 한다. 비록 불신 부모라 하더라도 부모는 그 자체로 권위를 가진다. 분명히 하나님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자에게 큰 상을 주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