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어느 곳에도 없는 두가지를 가진 섬. 규사 백사장과 수석전시장을 방불케하는 기암괴석이 그것이다. 생김새가 여우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그 속에 숨기고 있는 것도 많아 보면 볼수록 여우같은 섬, 호도다. 대천어항에서 한시간 동안 배를 타고 호도를 찾았다.
섬 마을의 뙤약볕은 어느 곳 보다 뜨겁다. 그 더운 햇빛아래 바위 틈에서 아낙네들은 바지락을 캐고, 마을에 남겨진 아이들은 행여나 학교간 언니들이 얼굴이라도 내밀까 두칸짜리 분교 앞을 서성거린다. 분교 앞에는 넓디 넓은 백사장과 물빠진 모래톱에 낡은 고깃배가 그림 처럼 박혀있고 질퍽이는 갯벌속엔 새까만 아이들이 바닥을 파며 놀고 있다. 모르는 아저씨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익숙치 않은 듯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모습이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로 와 닿는다.
50 여 호의 작은 마을 한켠에는 여름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새로이 민박들이 들어서고, 낡은 가게들은 새 치장을 하느라 부산스럽다. 섬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 바로 호도의 모습이다. 호도에는 제주도 여자들이 많다. 한때 전복이 한창 비싸던 시절. 지천으로 깔린 전복을 캐기 위해 품앗이를 왔던 제주도 해녀들이 섬 총각들과 눈이 맞아 눌러 앉은 결과란다.
그래서일까! 호도의 해안에는 물질하는 아낙네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선착장 에서 배를 손질하시던 할아버지를 졸라 호도 얘기를 해달랬다. " 예전에는 호도 사람들 고 기잡을 줄만 알았지, 바지락 하나도 캘줄을 몰랐제..... 20년도 채 안됐을 거여.. 제주도 해녀 들이 눌러살면서 고기도 잡고 전복도 캐고 해서 애들 대학이라도 다 보낼 수 있었던거제... 이제는 다들 부자여..."
호도는 이처럼 작고 포근한 섬다운 섬이다. 섬의 반이 해수욕장일 정도로 넓고 멋진 백사장 을 가지고 있는 섬. 지천으로 갯것들이 널려 있고, 기암괴석들이 바닷가 수석 전시장을 연상 케 하는 절경을 감추고 있는 섬. 호도는 한마디로 퍽이나 이색적이다. 대천에서 외연도로 가는 배를 타고 한시간여를 가면 호도가 있다. 제대로 된 선착장 시설 도 없이 방파제에 긴 송판대기를 대고 오르내린다.
방파제 주변에는 어망을 다듬는 작은 배 들이 점점이 떠있고 그 너머로 오밀조밀 지붕들을 맞대고 있는 작은 마을이 보인다. 엽서에 나 나올법한 모습이다. 마을 중간에 우리나라의 섬 가운데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태양열 발 전소가 있고 그 옆을 가로지르면 바로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 접하는 순간 다른 어느곳 보다 모래가 반짝인다는 걸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규사해수욕장인 탓이다. 특히 이곳의 규사는 아주 고우면서도 몸에 달라붙지 않아 아무리 뒹굴며 놀아도 툭툭 털기 만 하면 쉬 떨어진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햇살이 바다와 백사장이 구별이 안될 지경이다. 해변 뒤에는 넓은 소나무숲이 자리잡았다. 여느 이름난 해변 처럼 다듬어진 구석은 하나도 없지만, 발로 조금만 뭉개도 야영장이 된다. 해변과 마을 사이에는 해당화가 모래언덕 전부 를 메우고 있다.
해수욕장을 오른쪽으로 끼고가면 백사장이 끝나면서 바로 작은 몽돌밭이 이어진다. 둥글고 작은 회색의 몽돌과 파랗게 파래가 붙은 갯바위들이 극명한 대립을 보인다. 몽돌밭을 걷다 보면 몽돌이 조금씩 굵어지다가 어느새 호박돌 해변으로 변해있다. 갯것들이 많아 곳곳에서 호미를 들고 바위를 들추는 아낙네들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이쯤이다.
잠시 고개를 들면, 뾰족 뾰족 쏫은 까만 바위들이 해안을 틈새하나 없이 메우고 있다. 그 바위들 속에는 백두산 천 지를 줄여 놓은 듯 중간에 물을 품고 좌우로 삐죽삐죽 봉우리들을 세우고 있다. 신기한 풍 광에 반해 돌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기암괴석이 앞을 막아선다. 바닷가에 어찌 이런 것 이.... 모래에서 시작해 기암괴석까지 이어진 거다. 그 모습이 신기하고 예사롭지 않다. 이런 섬이 어찌 숨겨져 있었을까? 여우 섬이라는 이름에는 이런 의미도 있겠거니 싶어진다. 그 많은 바위 더미들을 창배바위나라라고 부른다.
큰 바위를 한 두개 타넘으면 작은 해식동 굴도 있다. 그 속에는 유독 반들거리고 반짝이는 작고 납작한 돌들이 수북이 쌓여있다. 동굴안으로 들어가면 습한 기운 보다는 시원한 냉기가 먼저 음습 한다. 작은 동굴 안에서 내다보는 해안 전경이 일품이다. 동굴쪽에서 조금만 위를 보면 마치 촛대같은 삐죽바위가 해변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육지의 어느 해변에 박혀있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이름을 날 릴 수 있었을 법한 풍광이지만 이곳에서는 그저그런 바위일 뿐.... 이곳에서 호도해변구경은 끝을 맺는다. 해안을 올라와 마을로 되돌아가는 일만 남는다.
볼거리
호도에서는 해수욕장 앞으로 해가 뜨는 데, 육지와 섬으로 가려 별반 대단할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일몰은 처연하리 만치 아름답다. 특히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은 배가 닿는 방파제와 선착장 옆 언덕위의 초소다.
사진찍기 좋은 곳..
호도해수욕장에서 오른쪽 해변을 따라가면 자갈해변이 나오고 다음으로 바위해변이 나타난다. 작은 해금강이라 할 정도로 볼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기에 아주 좋다. 또한 자갈해변에서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된다. 그리고 배가 닿는 방파제에서 일몰사진을 찍어보는 경험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찾아가는 길
* 대중교통 이용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해 대천까지 가는 게 우선이다. 서울의 경우 서울역과 남부터미널을 이용하면 된다. 대천에서는 다시 대천어항까지 버스를 이용한다. 대천어항에서 외연페리가 아침9시와 오후 2시에 출항한다., 나오는 배는 12시와 오후4시. 계절에 따라 출항시간이 바 뀌기 때문에 여행전에 꼭 확인하는 게 좋다.
* 자가용 이용시
1. 서해안고속도로->대천 ic->대천해수욕장->대천항->호도행 배편
2. 대전/천안->공주->청양->보령->대천해수욕장->대천항
3. 평택->아산->예산->홍성->광천->보령->대천해수욕장->대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