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관봉(鷄冠峰) 북릉 암릉
용기 있게 떠나지 않는 자에겐 가슴 시린 만남도 없다. 그리고 망설이는 삶은 언제나 그 자리
일 뿐이다. 머무름과 떠남이, 만남과 헤어짐이, 그리고 들숨과 날숨이 공존하며 새로운 감동
으로 펼쳐질 여행과 어여쁜 사람들 속에서 거침없이 방랑하길 바란다.
--- 이홍석, 「슈퍼라이터」
▶ 산행일시 : 2010년 10월 30일(토), 맑음
▶ 산행인원 : 8명(영희언니, 산아, 드류, 대간거사, 화은, 감악산, 메아리, 신가이버)
▶ 산행시간 : 12시간 49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20.87㎞(1부 11.29㎞, 2부 9.58㎞)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00 ~ 05 : 05 - 함양군 백전면 백운리(白雲里) 하조(下鳥), 산행시작
06 : 10 - 능선 진입
06 : 42 - 987m봉
07 : 28 - 감투산(甘投山, △1,035.4m)
08 : 01 - ┣자 갈림길 안부
09 : 12 - 계관봉(鷄冠峰, △1,253m)
10 : 40 - 내중산(內中山, △760m)
11 : 36 ~ 12 : 20 - 함양군 서하면 송계리(松溪里) 월평교, 1부 산행종료, 점심식사
14 : 02 - △964.8m봉
14 : 35 - 1,059m봉
15 : 35 - 주능선 진입
15 : 59 - 1,245m봉, 거망산 전위봉, ┤자 능선 분기
17 : 07 - 갈밭재, ╋자 갈림길 안부
17 : 32 - 663m봉
17 : 54 - 함양군 서하면 송계리 양지말, 산행종료
22 : 48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일출, 왼쪽 멀리는 오도산
▶ 감투산(甘投山, △1,035.4m)
백전면(栢田面) 04시 정각 도착. 차안에서 히터 훈훈하게 틀어놓고 자세 보전하여 쪽잠 청하
려는데 기상하란다. 04시 35분이다. 갈 길이 멀어 서둔다. 아무래도 백전면 보건소 옆 사면으
로 올라 911.7m봉을 넘어 괘관산(이때는 괘관산이었다)을 가기는 벅차다. 뭉텅 잘라내어 하
조에서 원너머재를 오르기로 한다.
특히 야간산행에서는 움직이는 순간마다 동선에 신경을 곤두 세워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두메 님이 차를 백전면 삼거리에서 산행들머리인 백전보건소에 최대한 가깝게 대느라고 남
쪽을 향해 틀었었다. 하조로 이동한다고 그대로 직진한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간거사 님만이 나침반을 보고 확인하였다. 조금 지나서 차가 하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고 지적한다. 아슬하였다.
하조(下鳥)는 약 200년 전 어떤 풍수가 비봉하전(飛鳳下田)형이라고 새재라 하였으며 아래쪽
에 있어 아래새재라고도 한다(국토지리정보원). 잘록한 안부가 원너머재일 것. 농로 따라 오
른다. 산기슭 도는 ┤자 갈림길에서 방향표지판에 대경사로 간다는 왼쪽으로 방향 틀지만 대
경사는 나오지 않고 또한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느닷없이 개축사에서 개들이 생난리를 친다.
들깨 거둔 빈 밭을 지나 감나무 밭을 오른다. 그 위 가파른 사면은 무성한 잡목과 덤불숲이다.
도리 없다. 뚫어야 한다. 소나무를 간벌하여 지나기 아주 고약하다. 부지 중 발목 차이거나 머
리 받치거나 가시나무(주로 산초나무)에 찔릴라 앞사람은 뒷사람에게 장애물을 수시로 일러
준다. 화은 님은 뜻밖에도 잡목과 간벌이 오늘 자기를 살린다고 쾌재를 부른다. 이런 데에서
는 모든 걸음이 평준화되기 때문이다.
1시간 남짓 몸부림하여 좀체 그칠 것 같지 않던 잡목 숲에서 벗어난다. 원너머재 지난 중턱이
다. 능선 마루금에도 인적이 없다. 바윗길 지나 949m봉이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 끝이 제법
차다. 초겨울이다. 발밑에서 낙엽 와삭와삭 부서지는 소리조차 춥게 들린다. 긴 오름의 싸리
나무숲 역영으로 뚫어 오르면 987m봉이다.
암릉이 나온다. 아깝다만 성질 다독이고 그 중턱으로 양보했지만 이도 감당하지 못하고 돌아
선다. 아예 오른쪽 밑자락으로 뚝 떨어져 돌아 오른다. 06시 50분. 일출을 본다. 해가 가야산
어깨 위로 솟는다. 이중환의 택리지 아니래도 가야산을 석화성(石火星)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겠다. 바윗돌이 불꽃처럼 일어 타 오른다.
매직 아우어(magic hour)란 또한 이때를 말하리라. 짧지만 석화성의 불빛은 비계산 오도산 황
매산 감악산 함양 첩첩 산을 두루 비춘다. 연신 곁눈질하며 △1,035.4m봉을 오른다. 전에 못
보던 ‘감투산(甘投山)’이라고 새긴 커다란 정상표지석이 떠억 하니 버티고 있다. 삼각점은 깨
졌다.
2. 일출과 가야산 석화성
3. 앞은 함양 주변
4. 멀리 가운데는 단지봉(?)
5. 멀리 오른쪽은 대봉산 천왕봉
6. 멀리 가운데는 황매산
7. 대봉산 천왕봉
▶ 계관봉(鷄冠峰, △1,253m), 내중산(內中山, △760m)
감투산 정상은 ┤자 갈림길로 이제부터는 길이 훤하다. 왼쪽 37번 도로상의 빼빼재는 1㎞. 빼
빼재(後海嶺)를 원통재라고도 하는가 보다. 이정표에 괄호로 병기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원통재로 표기된 ┼자 갈림길 안부에서 바닥 치고 괘관산까지 긴 오름이 이어진다.
이정표에 대봉산 천왕봉 4.1㎞, 계관봉 3.4㎞. 어째 낯설다.
한 피치 오르면 헬기장이 나오고, 살짝 내려 ├자 갈림길 안부 지나 또 한 피치 오르면 너른
헬기장이 연속해서 나온다. 헬기장 가장자리 빙 둘러 활짝 핀 억새가 너울거린다. 다시 숲속
으로 잠행한다. 무인산불감시시스템이 있는 천황봉이 가까워지자 키 작은 나무숲이다. 머리
내미니 뭇 산이 다 발아래다. 지리산은 구름에 가렸다.
천황봉(1,246m) 정상에서 약간 내린 ┤자 갈림길 나뭇가지에 중앙지명위원회의 지명 정비결
과를 비닐로 싸서 달아놓았다. 천황봉(天皇峰), 괘관산(掛冠山)은 일 제시대에 지어진 이름으
로 최근에 산 이름을 큰 인물이 난다는 대봉산(大鳳山)으로 변경하였다고 한다. 예전의 괘관
산이라는 산 이름은 벼슬을 마친 선비가 갓을 벗어 벽에 걸어놓았다는 뜻으로 이 지역에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일제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천왕봉은 큰새가 알을 품어 장차 큰 인물이 난다는 전설이 있어서라며 1,228m봉을 천왕봉으
로 정했고, 종전의 괘관산은 그 북릉의 암릉이 닭 벼슬처럼 생겨서 계관봉으로 정했다고 한
다. 또한 지나온 감투산은 봉우리가 높고 웅장하며 맛있는 열매가 많이 생산되어 그냥 던져준
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 지었다고 한다. 2009년 4월 7일자 일이다.
계관봉의 옆모습이 보이는 공터에다 정상 표지석을 세웠다. 아마 이 표지석을 암봉으로 이동
하기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암릉을 밑으로 돌거나 직등하여 계관봉 정상에 선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함양 22, 1988 재설)이다. 북릉 암릉. 오늘에야 숙제 푼다. 큰 숨 몰아쉬고 슬랩을
내린다.
싱겁다. 날등 멀찍이 비켜 산행표지기 앞세운 우회로가 탄탄하다. 두 번째 암릉도 마찬가지
다. 리지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리지가 도리어 전망 가린다. 세 번째 암릉. 우회로 마다하고 대
간거사 님 뒤따라 직등한다. 손바닥을 암면에 밀착하여 슬랩 올랐다가 침니를 엉덩이로 밀어
통과한다. 좁은 테라스로 트래버스하고 뜀바위. 건너 암반이 착지하기에 너무 좁아 보인다.
나오조의 하이쿠가 생각난다.
“꺾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이런 암릉에서 내가 그런다.
가도 후회가 되고
가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계관봉 암릉
심호흡하고 뛴다. 착지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나이프 리지로 이어진다. 살금살금 지난다.
밧줄 달린 슬랩 내리면 끝이다. Y자 갈림길. 커다란 바위 돌아 오른쪽으로 내린다. 내중산 가
는 길을 찾기가 까다롭다. 착각하여 미리 사면으로 빠졌다가 능선으로 복귀하여 한참 간다.
이제는 확실하다. 통통한 능선을 버리고 왼쪽의 펑퍼짐한 사면으로 내린다. 골로 가는 걸까?
능선이 생긴다. 야트막한 산등성이가 내중산이다. 삼각점은 ‘측량기준점 BPI’. 쭉쭉 내린다.
겨울에서 가을로 되돌아간다. 일부러 골로 내려 고속도로 밑을 통과할 암거가 있으리라 예상
했는데 좁은 수로 뿐. 왼쪽으로 길게 돌아 굴다리를 찾아낸다.
남강천 크게 휘돌고 널찍한 층층 암반 주변에는 낙락장송이 우거졌다. 감나무 밭을 지난다.
탐스런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남강천변은 바람 불어 춥다. 월평교 건너기 전 사과밭 옆에
서 점심자리 편다.
8. 지나온 능선, 원너머재가 보인다
9. 앞은 함양
10. 계관봉
11. 계관봉 북릉 암릉
12. 계관봉 북릉 암릉, 두 번째 암릉이다
13. 월평마을 감
▶ 1,245m봉, 거망산 전위봉
마을 앞의 들 명칭이 달밭들이라 하고 들 가운데 달과 같이 생긴 바위가 있어 월평이라 한다
(국토지리정보원). 달과 같이 생긴 바위는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월평마을로 들어간다. 산기슭
밭마다 감나무요 집집마다 감나무다. 볼만하다. 마을이 감 깎아 곶감 만드느라 바쁘다. 감 껍
질만 해도 산더미처럼 쌓였다.
감나무 밭 지나 소나무 숲 울창한 산속으로 들어간다. 길 좋다. 쫙 깔린 샛노란 솔잎 낙엽이
밟기 아깝게 곱디곱다. 차츰 인적 희미해지고 간벌지대에 들어선다. 오뉴월 땀 흘려 ┬자 능
선 분기봉에 오르고 내쳐 △964.8봉을 오른다. 삼각점은 함양 429, 1983 재설. △964.8봉 조금
지나면 황석산 연릉이 한눈에 보이는 경점이 나온다.
한 피치 한 피치를 가파르게 오른다. 평원 잠깐 비친 1,059m봉을 넘고부터 사정이 딴판으로
달라진다. 미역줄나무 덩굴 뚫는다고 혼쭐나고 산죽지대 지나 싸리나무 숲 헤치고 나니 다시
산죽지대가 나온다. 내 키 훌쩍 넘는 산죽이다. 처음에는 오지산행의 자존심으로 희희낙락했
으나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도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자니 정색하는 생고역이다.
허리 잔뜩 굽히고 눈 찔릴까봐 실눈 뜨고 양팔로 산죽 숲을 헤친다. 그저 높은 곳을 향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수 번. 고사목 쓸어져 산죽이 짓눌린 곳 통과할 때는 일대 대난이
다. 앞사람도 뒷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 부석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1시간쯤 지났을까
주능선에 진입하기까지 산죽은 짱짱하다. 우리가 여태 겪은 험한 산죽 숲에 비해 그리 뒤지지
않는다는 사후 중평.
주능선 즈음하여 바라보는 황석산의 남봉 북봉 암릉이 새삼 대수롭지 않다. 가까이서는 그렇
게 당당하던 암릉이 유장한 산릉에서는 겨우 세 살배기 사금파리 같은 이빨일 뿐이다. 주능선
등로는 대로다. 거망산(1,184m) 전위봉인 1,245m봉은 천지 한가운데 위치한 경점이다. 우회
로가 있지만 직등하여 다시 확인한다.
우리는 양지말로 내린다. 내리는 능선에서도 오르는 능선 짝 날까봐 불안하다. 1,245m봉 정
상 내려 50m쯤 진행하다 ┤자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 잡는다. 가슴 쓸어내린다. 다행히 산죽
은 없다. 간벌한 인적이 뚜렷하여 지나기 퍽 수월하다. 막 내닫는다. 1,085m봉은 완만한 암릉
이다. Y자 갈림길에서는 연속해서 오른쪽으로 간다. 소나무 간벌지대가 나온다. 아까 산죽 숲
못지않게 지겹다. 아예 사면으로 비켜서 간다.
갈밭재. 칡넝쿨은 없고 소나무 숲만 무성하다. 정작 잔매로 녹아난다. 막판에 봉우리 두 개를
넘는다. 건너편 우락산(優樂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663m봉 내리면 바로 양지말이다. 동네
가로등은 불 밝혔다.
14. 곶감 건조 중
15. 곶감 건조 중
16. 황석산 남봉
17. 황석산 북봉
18. 황석산 연릉
19. 앞 능선은 백두대간, 육십령과 할미봉이 보인다
첫댓글 함양은 감의 고장인 듯 싶습니다...사방 팔방이 감 천지라..보기 좋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