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건강정보] 2016년 1월호>
아름답고 건강한 구강(腔을)을 위해
김수경(金守經 )L치과병원 이사장 · 문학정신사 발행인
나는 서울대 치대에서 구강외과학을 오랫동안 가르쳤다. 퇴임 후 개인병원과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치의학 관련 책을 여러 권 냈으며, 최근(2015년 12월)에는 평생의 노하우를 담은 《구강외과학원리》라는 책도 냈다.
구강(口腔)이란 ‘입안’을 말한다. 교수와 치과의사로서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입은 하나의 소(小)우주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산이 있고, 강이 있고, 또 하늘이 있다. 우리는 입을 통해 말도 하고 밥도 먹는 것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입의 문화’를 위해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첫째, 충치 예방과 치료이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지만 치과 질환도 예방이 중요하다. 치아가 상하면 음식을 씹을 수 없고,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발음도 잘 되지 않는다. 입에 냄새가 날 경우, 대인기피증도 나타날 수 있다.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강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신선한 과일과 칼슘 등을 적당히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치아도 건강해진다.
둘째, 풍치(잇몸병)이다. 치아는 괜찮은데 잇몸과 잇몸 사이에 세균이 번식해 나타나는 염증이다. 풍치를 방치하면 골수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충치보다 더 심한 질환인 셈이다.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구강검사를 해 치석을 제거(스케일링)하는 것이 좋다. 단 음식은 피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즐겨 먹는 습관이 필요하다.
셋째, 부정교합이다. 유치(乳齒)가 영구치(永久齒)로 바뀔 때 치아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할 경우 생기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윗니와 아랫니가 제대로 안 맞는 것이다. 부정교합일 경우 턱 관절에 이상이 나타나며, 음식도 제대로 씹을 수 없다. 심리적으로 자신감도 없어진다. 유치와 영구치 교환기에 남아 있는 유치는 뽑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보정장치도 해야 한다.
넷째, 사랑니이다. 치의학적으로 ‘지치(智齒)’라고 한다. 드물게 사랑니가 안 나는 사람도 있다. 사랑니 주변에 염증이 생기면 턱 관절 주변에 염증과 통증이 나타난다. 방치하면 골수염 또는 구강암으로 번질 수 있다. 사랑니에 염증이 있을 경우 발치(拔齒)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나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미리 발치하는 것이 좋다. 임신 기간에 들어가면 발치 자체가 어렵다.
다섯째, 구개파열이다. 일명 언청이라고 한다. 구개파열은 태생 2~3주 내에 결정된다. 유전적 이유, 임신부의 약물복용, 방사선 등 여러 원인이 있다. 물론 수술을 통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가능한 발생 요인을 줄이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책이다.
여섯째, 일반화된 임플란트 시술이다. 한 가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임플란트는 자연치아가 아니다. 영구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임플란트에는 치근막이 없다. 따라서 구강 뼈에 심은 임플란트의 몸체가 흔들리면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럴 경우 다시 심어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을 한 사람은 딱딱한 음식이나 질긴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임플란트 시술을 하지 않으려면 자연치아를 최대한 건강하게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골프나 테니스 등 햇볕을 많이 쬐는 운동을 하면 치아와 악골(턱뼈)이 튼튼해진다.
취미생활과 치아건강
요컨대 구강 내 질환과 구강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스스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성인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뇨와 혈액 관련 질환은 구강 질환을 악화시킨다. 성인병은 치아건강과 직결돼 있다. 고기를 덜 먹고, 생선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의 ‘입안’을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한 가지 이색 제안을 하고 싶다. 본인만의 취미생활을 하라는 얘기다. 자연과 우주를 사랑하며,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취미생활은 삶을 풍요롭고 건강하게 한다. 자연스럽게 치아건강에도 큰 도움을 준다. 몸이 건강하면 치아도 건강하다. 거꾸로 몸이 아프면 치아도 안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