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주보에 실은 신앙칼럼>
뭘 먹고 사십니까?
미국인은 ‘좋은 아침입니다(Good morning)’라고 인사하고, 중국인은 ‘좋습니까(您好,)’라고 인사합니다. 일본인은 ‘오늘은 어떻습니까(今日は)’라고 하는데 한국인은 ‘밥 먹었습니까’,‘식사하셨습니까’ 라고 인사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배고프게 살았으면 만날 때마다 밥을 먹었느냐고 물었겠습니까?
배고픈 시절에는 한 끼 배부르게 먹는 게 미덕이었습니다. ‘처녀가 쌀 한 되 먹지 못하고 시집 간다’ 라고 했습니다. 그럼 시집가면 배 부르게 먹었겠습니까? 시집가면 더 못 먹습니다. 위로는 시부모, 아래로는 시누이, 시동생들 먼저 먹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그러다가 자식 태어나면 더 못 먹습니다. 우리의 엄마들은 늘 배가 고팠습니다. 하기야 엄마들만 그런 게 아니고 옛날에는 다 못 먹었습니다. 지금 이런 이야기 하면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 라고 하는 세대이니,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시대이지요, 배고픈 것을 안 겪어 본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에 목사님 몇 분과 팔공산에 보리밥 뷔페가 유명하다해서 갔습니다. 다양한 나물로 보리밥을 비벼 먹는 뷔페인데, 어떤 아주머니가 먹다가 통곡하고 울었습니다. 옆에 분들이 왜 우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생각이 나서 운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이 보리밥도 배부르게 못 먹고, 굶어 죽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엄마 생각이 나서 운다고 했습니다. 저는 보리밥을 안 좋아합니다. 옛날에 보리밥만 먹어서 싫습니다. 이 좋은 세상에 먹을게 많은 데, 굳이 보리밥 먹을 필요가 뭐 있습니까? 제가 좋아하는 밥은 찹쌀 넣고, 차 지정, 차 조, 수수 등등 오곡밥 같은 겁니다. 옛날에는 너무 너무 귀해서 먹고 싶어도 못 먹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잘 먹습니다. 이상하게 그런 것은 소화도 잘 됩니다.
그때는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는 사치였지요. 왜냐면 늘 배고팠기 때문입니다. 하얀 쌀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보리밥이나 잡곡밥이면 어떻습니까. 기회가 되는대로 최대한 많이 먹어두는 게 지혜였습니다.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먹는 게 잘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큰일 납니다. 이제는 많이 먹는 것보다 맛있게 먹는 게 더 중요합니다. 몸에도 좋고 근사한 것들을 먹는 게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제는 분위기 있는 곳에서 피자 같은 것을 먹는 걸 좋아하지요.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밥)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하였느니라.”(마태 4:4)
사순(the Lent)의 계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엇을 먹고 삽니까? 아직도 먹고 싶은 게 많고, 못 먹어서 억울합니까? 먹고 싶은 것은 많은데 다이어트 때문에 힘듭니까? 육신이 아닌 영혼을 살찌우는 지혜로운 선택을 할 때입니다. 영혼의 양식을 추구한다면 다이어트가 저절로 될 것 같습니다.
<2017,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