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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낙찰받아 8월 초순 잔금납부한 교회 명도가 며칠전 최종 마무리되었다.
부천 중동 현대백화점 후면 상업지역중 계남대로와 중동 아파트 및 오피스텔 단지와의 유동경로상에 입지하여, 괜찮은 내재가치를 지닌 상가여서 작년부터 유심히 봐왔던 물건이었다.
한층 전체가 전용 140평 가량되는데 작년초 임장갔을때는 전체를 교회와 다단계 건강음료 판매회사가 사용중이었다. 현재 한층의 절반은 작년에 낙찰되어 간판도 없는 투자 캐피털사가 사무실로 사용중이다. 아무래도 무슨 사채회사인 듯 싶다.
경매부동산 뿐 아니라 옆 사무실까지 웬지 '어둠의 향기'가 짙게 느껴지고, 교회도 정상적인 교회라기보다는 신도들을 모아서 건강음료를 피라미드 형식으로 판매하는 사이비 종교단체같다.
소유자와 채무자가 다르고 전세권자와 입점회사가 제각각인데, 옆호수의 지분권자가 본 경매건에 유치권 신고까지 하였다. 그래서 올해 5월초 70%대에 최초 입찰한 낙찰자가 유치권때문에 대출을 못받아 잔금을 미납하였고, 재경매에 이르게되었다.
공실인데 교회가 입점해서 명도 난이도가 상당하게 느껴지고, 유치권 금액이나 내용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전용 68평 (한층의 절반은 작년에 낙찰되었고, 나머지 절반이 경매 진행중)을 어떻게 임대처리할 것인가도 부담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보증금 20%로 경매 진행되어 1회 유찰된 상태에서 2회차 진행때 단독으로 낙찰을 받았다.
이 상가를 낙찰받은 이유는 1. 감정가격이 유사한 조건의 다른 상가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 2. 유치권,재경매,교회명도라는 3종 세트가 결합하여 입찰경쟁이 저조할 것으로 추정 3. 대형평형 (전용68평)을 2~3개 정도로 분할하여 사무실 임대하면 신속히 처리가능하며 상당한 임대수익율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낙찰받고 임장때부터 얼굴을 익혀두었던 관리소장님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자세히 들었다.
예상했던대로 현재 점유중인 교회는 정상적 임차인은 아니며 전소유자와 일종의 동업관계라고 한다. 즉 건강음료를 만드는 회사의 판매망임 셈이다. 비싼 건강음료를 교인들을 통하여 다단계 판매하는 일을 수년간 해온 것 같은데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00 생명공학이라는 건강음료 제조사는 결국 파산하고 목사님만 공중에 붕 떠버린 셈이다.
목사님은 동업자로부터 동 상가의 소유권을 넘겨받으면 은행 담보권때문에 실익이 없어서인지, 00생명공학 법인의 대표를 넘겨받기로 합의한 모양인데 그 회사가 거의 파산상태이므로 자신도 동업자한테 사기를 당한 셈이다.
여차저차한 사정을 탐문하고, 법원 사건열람을 통해서 법인의 대표가 6개월 단위로 수시로 교체되는등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회사임을 파악하였다. 그리고 유치권자 (작년에 낙찰받은 옆호수의 지분소유자)의 인적사항과 유치권 내용도 파악하였다.
이번 건의 명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1. 최단시간내 저렴한 비용으로 명도를 끝내고 2. 유치권은 점유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부각하면 될 것으로 보았다.
실제 임장때부터 명도완료까지 유치권자는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옆 호수의 경매낙찰자가 경매에 대한 어설픈 지식으로 쓸데없는 짓을 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전번 잔금을 미납한 낙찰자는 유치권자를 상대로 유치권 부존재 소송을 제기하여 진행중이었는데 내가 낙찰받는 바람에 소송을 취하하였다. 사건열람와중에 그 소송기록까지 모조리 복사해왔다.
유치권을 깨뜨리는 것은 서류상 이미 끝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유치권에 신경끄고 일반명도로 간주하여, 최단기간내 명도를 마무리하면 유치권도 자동 소멸이다.
낙찰받고 명도를 할 때 초보자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 있다. 경험이 적을수록 낙찰받고 일단 부딪혀 보면서 명도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빨리 만난다고 빨리 명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낙찰부동산의 점유자성향, 각종 서류증거확보등을 통해 명도의 전략을 구상하고 이러한 전략이 어느정도 섰을때 즉 마음속으로 이미 이겨놓고 승리를 확인하기 위하여 만나는 것이다.
이렇게 만나게되면 상대방은 초반 만남에서 이미 기선을 제압당한다. 그렇게해야 서로의 상처와 피해를 줄이고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각설하고, 관리소장님이나 1층 부동산 사장님을 접하면서 점유자에 대한 성향과 나이대 등을 조사하고 목사님의 연락처를 파악하였다.
우선 전 낙찰자가 잔금을 미납하였기때문에 나는 잔금을 납부하고 연락을 취하였다.
지성 :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목사님, 안녕하세요. 경매낙찰자입니다. 어제 잔금납부했으니 얼굴 한번 뵙고 싶습니다. 목사 : (둔탁하고 어두운 목소리로) 아 그런가요? (이미 허를 찔렸다. 나를 보지도 않고 잔금을 내버렸으니 만만치 않다) 알았습니다. 언제 한번 봐야죠? 지성 : 내일이나 모레 어떠신가요? 목사 : 내일은 바쁘고 모레는 모르겠네. 지성 : (음, 일단은 피하고 보는구나, 좋다!) 어차피 잔금도 냈으니 조만간 인도명령등 법적 처리도 동시에 진행중입니다. 만나뵈어야 협의로 할 지, 법대로 갈지 결정짓지 않겠습니까? (조금 세게 나갔다) 목사 : 그럼 생각해보고 조만간 제가 연락하겠소.
첫 전화통화는 일단 서로의 내공과 기를 가늠해보는 것으로 끝이났다. 아마도 목사는 자기 측근들과 작전회의를 하고, 주변 경매브로커나 법무사 등에게 자문을 받을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 마음껏 시간을 가져라. 어차피 만나야할 인연이고, 이제부터는 부딪혀보면서 상황판단을 할테니까...
올 여름도 목사님 때문에 재미있게 보낼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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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수차례 약속일이 변경되었다.
진행와중에서 불확실한 전화협상에만 의지할 수 없으므로, 인도명령 접수차 목사님 인적사항이 필요해서 관리사무소로부터 사업자등록증을 한부 복사하였다.
(법원 현황조사때 목사님의 점유기록이 명확치 않기때문에 정확한 점유사실을 보여줄 수 있는 임대차계약서나 사업자등록증이 있어야 인도명령 결정이 쉽게 난다)
한창 신경전을 벌리고 약속일이 몇차례 바뀌고, 약속장소에서 한차례 바람도 맞고서야 경우 목사님을 만날수 있었다. 애인 만나는 것보다 솔직히 더 반가웠다.
60대 초반의 인생경험이 많은 분인데, 본 부동산에 얽힌 사연들을 한참 풀어놓으신다. 경험상 초반에는 상대의 이야기를 여과하지 말고 들어보는게 좋다는 판단으로 한창동안 사업상의 여러가지 진행사항들을 경청하였다.
결국 00생명공학과 동업관계였는데 자신도 피해자이고 그동안 밀렸던 미납관리비도 상당부분은 자신이 납부했다고 한다.
점유자의 말은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감정적인 경우가 많으므로 걸러서 듣고 핵심내용들 (점유기간, 미납관리비 등)은 숫자까지 파악하는게 좋다.
그리고 나의 신분증과 잔금완납증명원을 보여주고 목사님도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신분증에 나온 주소가 실제 거주하는 곳과 일치한지 확인하고 주소를 수첩에 신속히 적어두었다. (주소가 제대로 되어야 인도명령 등 각종 송달처리를 할 수 있다. 시간은 곧 돈이다!!!)
30분 가량 서로 대화하면서 어느정도 나에 대한 신뢰감(?)이 생겼는지, 조용히 열쇠를 건네주신다. 그다지 위협하거나 윽박지른 것도 없는데 내심 깜짝 놀랐다. 이렇게 쉽게 명도가 될 리가??? 그냥 순리대로 원칙대로 하겠다고 나직하게 말한 것 밖에 없는데 역시 나이가 있으니까 무리수를 두진 않으신 것 같다.
우선 임대에 협조하고 열쇠를 비밀장소에 두어 함께 공유하자고 하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결국 미팅 첫날 부분적인 명도(내부 물품은 적체되어있으니까)가 해결되고 열쇠를 건네받아 즉시 3개로 복사해서 1개만 비밀장소에 두고 나머지 1개는 1층 부동산에 맡겨 곧장 임대를 의뢰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이사비 문제는 타결짓지 못했다. 한번에 너무 몰아치면 나쁠 것 같아서 이사비 문제는 찬찬히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은 헤어졌다.
교회 명도가 너무 손쉽게 끝나서 나도 어리둥절할 정도이다. 그러나 아직 내부의 잔뜩 적체된 쓰레기짐들, 교회 의자, 단상 등을 생각하면 아직 끝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서로 열쇠를 공유한 상태이므로 아마 목사님은 이사비를 좀더 받기위하여 임대에 협조한 건지도 모른다.
첫 미팅이 순조롭게 끝나고 대략 1주일후 다시 연락을 취하였다. 아무래도 내부물품 반출이 안되면 임대조차 불가능하므로, 나직히 사정을 말씀드렸다.
지성 : 목사님, 내부를 부동산에 보여주어도 적체된 짐들이 너무 많이 쌓여서 도저히 임대나갈 것 같지가 않다고 합니다. 짐을 다 덜어내고 내부수리를 해야 될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협의를 하시죠?
목사님 : 그래요, 아직 이사갈 곳도 없는데 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마쇼. 지성 : 물품반출이 빨리 되어야 얼마라도 이사비를 더 드리지 않겠습니까? 목사님 : 교회 신도들이 말들이 많아요. 지성 : 목사님, 인도명령도 담당 법무사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서로 감정상하지 않게 처리했으니 마무리까지 잘하고 싶습니다.
2번째 미팅은 날짜 잡기부터 무척 힘들었다. 목사님도 2번째 만나면 이사비와 물품반출 날짜를 잡아야할 것을 아셨는지 계속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인도명령 결정은 났지만 송달을 지능적으로 회피하시는지 송달이 계속 불능이다. 누군가가 옆에서 코치를 하는게 분명하다.
이렇게 나가면 서로 험한 꼴을 볼 게 분명하므로 조금 세게 나가기로 했다.
점유자와 공유하던 열쇠를 모조리 바꿔버리고 현관문에다 출입 경고장을 큼직하게 써서 붙였더니 그날 밤 11시에 단박 전화가 왔다. (역시 자극을 줘야 반응이 오니, 세상일이 쉬운 게 없다.) 이번에는 목사님이 아니라 젊은 사람 목소리다. (무슨 법무사 사무장이고 교회 신도라고 한다.)
사무장 : (인사도 없이 대뜸) 아니 당신 이제 힘으로 하자는 거요? 지성 : 힘이 아니라 법대로 하는 겁니다. 연락이 안되니 할 수 없지요. 그리고 법과 협상중 선택하는 길은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 협의를 원하시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무장 : 교회 신도들이 잠자코 있지 않을 기세입니다. 법으로 집행하시면 집행 저지를 할거에요. 여러사람 다칠테니 신중하게 행동하세요. 지성 : (나직하면서 묵직한 톤으로 ) 사무장님이니까 더 법을 잘 아시는 분이 어떻게 신도들을 범법자로 만드시려합니까? 원하시는 이사비 금액을 먼저 말씀해보세요. 사무장 : 최소 천만원은 주셔야 새로 교회도 구하고 인테리어도 하지? 내가 나섰으니 신도들한테 체면도 차려야하고. 지성 :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당신 아니 왜 반말이야? 나도 당신만큼 나이 먹었어 ! 사무장 : (급속도로 누그러지며) 반말 안했습니다. 잘못 들어셨어요. 지성 : 그런가요? 제가 잘못 들었나봅니다. 어쨋든 이사비는 법적 처리비용 플러스 알파인데 집행 안하고도 명도 끝낼 수 있습니다. 사무장 : 네? 집행비만 최소 5백은 들텐데요? 지성 : 전용 68평이니까 최소 그정도는 맞습니다. 그런데 사무장님은 동산 압류로 할 수 있다는 건 모르셨나보네요. 미납관리비 대위변제해서 구상권으로 물품 압류하면 금방 끝납니다. 돈도 얼마 안들고, 관리사무소하고도 이미 계약서 썼어요.
사무장 : ____ 알았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시죠.
결국 이사합의는 필요한 물품을 목사님이 반출하고 나머지 쓰레기들은 내가 모두 사는 형식으로 물품인수계약을 맺고 인수대금으로 이사비를 주는 형식을 취하였다. 물품의 소유권을 확보해야 더이상 뒷탈이 없기 때문이다.
물품인수계약을 맺고 3일안에 목사님과 신도들이 와서 열심히 짐을 날랐다. 그래 진즉 그렇게 했으면 이사비 50만원은 더 챙겨줬을텐데, 괜히 버티다가 이사비만 깍였다.
어쨌든 또 하나의 명도가 마무리되고 철거업체 불러 견적을 내니 2톤 트럭 2대분에 인건비 2품해서 90만원에 (사실은 2만원 깍아서 88만원) 내부 물품처리까지 완료하였다.
교회든 법당이든 나이트클럽이든 명도는 마찬가지이다. 심적인 부담은 낙찰자가 스스로 만든 그림자인 것이다. 원칙과 법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도리를 지켜가면 모든 일은 순리를 따르게 되어있다.
이제 목사님도 어둠의 세계와 결별하고 올바른 전도활동을 할 것이고 이 부동산도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 팔자를 고칠게 아닌가?
잔금내고 4주만에 물품반출 및 쓰레기처리까지 해치웠으니 이제는 새로운 사냥에 나설 때이다. 자꾸 게을러지려는 심신에 긴장감을 주려고 최근들어 줄넘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안쉬고 100개 연달아 하는게 생각보다 어렵다. 우리 딸애는 500개를 하고도 땀도 안나는데 나는 70개만 넘어도 숨소리가 가빠진다. 어휴 술 줄이고 앞으로 운동 열심히 해야겠다.
ps>최근 조용히 지나갈줄 알았던 옆 호수의 유치권자와 열애중이다. 아직 더 지켜봐야할 것 같아서 유치권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명도는 끝났고 유치권도 더이상 저항할 방법이 없으므로 사실상 종료된 셈이다. 때가 되면 서비스로 유치권 처리도 후기로 올릴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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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는만큼 보인다 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정말..아는것이 힘이다는것을 다시한번 느끼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진정한 고수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심적인 부담은 낙찰자가 만들어낸 그림자이다 "
이 부분이 와닿네요~
정말 고수님은 다른듯 싶습니다~공부 열심히 해야겠어요!
글 잘읽었습니다~
배울점이 많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글을 통해 유치권과 명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되네요..
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신 분 같습니다. 앞으로 자주 좋을 글 통해 뵙도록 할께요
남은 부분 마무리 잘 하시고 좋은 결과 있길 기대합니다^^
대단하십니다 고수에향기가 진동하는 몇수를 기억하기 버거워 캡쳐해봅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수십니다
지는 언제 그경지에 올를수 있을지
올르기나 할려는지
용기주세요
추카드립니다
대단하세요!!!
재밌는 경험담이었습니다.
너무너무 재밌네요 실력도 고수이시고 개그감각도 고수이시고 멋집니다~~!!
임장경험도 없는 초보지만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알것같습니다.
''원칙과 법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의 도리를 지켜가면 모든일은
순리를 따르게 되어있다.''
이글이 저의 경매철학이 될 것 같습니다
소중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수중에 상고수향기가 납니다
멋집니다
잘 배우고 가겠습니다.
유치권은 너무 어려워요ㅠ
대단하세요. 그런데 유치권을 내새운 옆호수 낙찰자 좀 진상끼가 다분하네요;
고수의 스멜이 확~~~~~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유치권 대처방법에 대해 배우고 갑니다. 인쇄도 해서 반복해서 봐야겠어요 :)
아, 대단하십니다.
대단하세요 능수능란하게 대처를 정말 잘하시네요 아는만큼 보인다가 절로 느껴지는 경험담이네요 ^^
지성님은 글만봐도 고수의 느낌이 납니다.
침착하게 해결하시는모습 본받고싶어요. 글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막판 악덕 유치권자 처리는 정말 통쾌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