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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경남대학교 백남오 수필교실 수강 중
진등재 문학회 회원
<수상 소감>
양인석
열정의 양인석입니다.
청잣빛 하늘이 높아지는 결실의 가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는 날 우연의 일치일까, 신인상 수상 안내 문자가 왔습니다. 내게도 이런 일이 있다니. 신인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쁨과 감격을 감출 수 없습니다.
먼저, 저의 작품을 발견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상은 내게는 꿈같은 일로 큰 용기와 힘이 됩니다.
글을 통해 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항상 쉽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글이 잘 풀리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고, 때로는 제 글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저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알아준 문학소녀의 꿈을 가진 아내 위문숙 여사의 정성이었습니다.
이번 수필 신인상 수상작을 쓰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제 삶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콩은 오동통하게 잘 자라서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리며 사시사철 먹을 수 있습니다. 사람도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잘 어울려야 합니다. 어린 시절 콩나물 교실에서 서로 우정을 나누며 새로운 이상과 미래를 향해 머리를 맞대면서 함께 성장했습니다. 꿈을 키우며 경쟁을 하면서도 함께 노력했습니다. 즐거운 음악 시간에도 콩나물 대가리로 불리는 음표에 맞춰 합창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구들방 한편에는 어둠 속에서 자라는 콩나물시루가 있습니다. 서로 다투는 듯이 보이지만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콩깍지에 쌓인 작은 몸만큼이나 자라지 못한 마음으로 소소한 나부낌에도 넘어지기 일쑤인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이 어둠을 뚫고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담대한 마음을 우리가 함께 보듬고 가야 할 것입니다.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가족 수일, 소영, 상호, 지은, 시완, 시아와 문학으로 함께한 문우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도반들의 채찍질과 사랑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글을 쓸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백남오 교수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립니다.
기회를 주신 에세이스트 관계자분께 감사드립니다. 흡수지가 먹물을 빨아들이듯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글로 감동을 전하고 싶습니다. 별 본 김에 달도 딴다는 말처럼 이제는 문학의 수용자에서 창조자로 변신하고 싶습니다.
콩
양인석
청잣빛 하늘이 꿈처럼 높아지고 청아한 바람이 분다. 이제 완전한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여유로운 시간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어댔다. 선생님을 기다린다는 전화다. 급훈 ‘콩 한 쪽도 갈라 먹자’로 똘똘 뭉친 반 학생들이다. ‘뜰에 있는 콩깍지는 깐 콩깍지냐 안 깐 콩깍지냐.’ 발음하기 힘든 단어를 누가 더 잘 하나 하며 수업한 콩나물 교실 제자들이다. 알콩달콩 콩깍지 생활을 함께한 만남이 중년이 되어도 계속되고 있다.
통통하게 쑥쑥 자란 콩나물은 다른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탄생한다. 한국의 대표 음식 된장찌개, 김치찌개에는 물론 속풀이 해장국, 복국, 아귀 탕 뜨거운 국물에 자신의 몸을 던져 주당들을 살려내고 있다. 사람도 이처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잘 어울려야 한다.
콩나물 대가리에는 콩 자체의 고소한 영양분이 그대로, 숙취 해소에 좋다는 아스파라긴산은 뿌리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마산 아귀찜에는 거친 것 싫어하고 씹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떼고 먹고 있다. 라면을 색다르게 먹기 위해서는 콩나물을 조금씩 넣고 요리할 때도 있다. 특이한 향과 싱싱함,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입안에 잘 어울린다. 음식 전체에 시원한 맛을 한결 돋우어 주어 요리 작품을 연출한다.
가슴에 손수건을 달고 초등학교 입학식 때부터 콩나물시루다. 누가 누가 키가 더 크냐면서 콩나물 키 재듯이 서로 어울리며 지냈다. 하얀 고무신이 닿도록 친구들과 뛰놀면서 함께했다. 추운 겨울 어머니의 저녁밥 먹어라, 소리를 들어야만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은 큰 멸치가 들어간 콩나물국밥이다. 콩나물이 우려내는 시원한 국물에 숟가락으로 살짝살짝 떠먹어야만 뜨거운 밥을 빨리 먹을 수 있다.
중학교 입시경쟁은 심했다. 우정을 나누면서도 경쟁 아닌 경쟁 입시지옥의 뚫고 나와야 했다. 콩나물 음표가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화음을 만드는 음악 시간. 미솔도미솔파랄랄♪ 솔시레파미레도♬ 음표 길이를 묻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만의 암기 방식을 터득하였다. 200점 만점에 음악 점수를 만점을 받아야만 상급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점심 도시락 반찬은 어김없이 콩자반. 노란콩, 검정콩을 간장으로 졸여 참깨가 송송 뿌려져 있다. 빨간 김칫국물과 검정 콩물이 흘러내려 피카소도 그리지 못하는 더 멋진 교과서 벽화작품으로 그려낸다. 시큼한 향기에 서로 멋쩍은 웃음만 지어낼 뿐이다.
하교 후 어머니는 입담이 좋은 셋째아들을 시장에 콩나물과 두부를 사러 보냈다. 난전에서 정 많은 할머니에게 가서 사 온다. 할머니는 ‘어이구 내 강생이’라며 당신 손자처럼 생각하면서 어머니 안부와 함께 한 줌 더 넣어 주신다. 장바구니는 사랑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메주 담그는 날은 좋은 콩을 선별하여 잘 씻고, 물에 담가 콩 불리기를 한 다음 삶기 시작한다. 어느 것 한 가지도 버릴 것 없던 시절 콩알을 거두어낸 콩대로 불쏘시개를 해서 불을 피운다. 타닥타닥 튀는 소리도 정겹다. 콩은 버리는 게 하나도 없다.
따뜻한 부뚜막에서 큰 주걱으로 잘 저어 주어야 한다. 어머니는 콩을 삶을 때에 물을 넉넉히 부어 솥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잘 저으라고 하신다. 낮에 열심히 놀아 따뜻한 부뚜막은 곧 졸음이다. 졸면서 저어가고 저으면서 졸고 어머니의 호통 소리에 깜짝 정신을 차린다.
잘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끈기도 있고 잘 뭉쳐진다. 찧은 후 메주 만들 때도 좋고 잘 뜨고 장맛이 좋아진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콩을 큰 들통에 옮긴 후 식혀 가면서 절구에 넣어 잘 찧어야 한다. 이때가 참 좋다. 찧으면서 달콤한 콩 맛을 살짝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탁탁 치면서 동글하지만 네모반듯하게 잘 만들어야 한다. 겉면이 완전히 굳으면 새끼줄로 엮어 통풍이 잘되는 처마에 매달아 띄운다. 기다려야 한다. 우리 인생도 이처럼 잘 숙성되어야만 한다. 모양 좋게 잘 만들어진 메주 한 개는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것도 있다.
구들장 한편에는 콩나물시루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마르지 않도록 정성을 들여 물을 주어야 한다. 서민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콩나물은 밝은 곳이 아닌 어두운 곳에서 빼곡하게 머리를 위로 치켜들고 경쟁하듯이 자란다. 서로 다투는 듯이 보이지만 함께 쑥쑥 천장을 향해 자라고 있다. 물은 흘려보내지만 영양분을 받아 이렇게 통통하게 쑥쑥 자란다.
콩나물처럼 어둠 속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많다. 콩깍지에 쌓인 작은 몸만큼이나 자라지 못한 마음은 소소한 나부낌에도 넘어지기 일쑤다. 자신을 찾지 못하는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빼꼭히 서로 부대끼면서 새로운 생활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들의 담대한 마음을 우리가 함께 보듬고 가야 할 것이다.
신문지를 펼쳐 놓고 잘 자란 콩나물을 하나하나 다듬는다. 해탈을 위한 수도승처럼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사유의 시간으로 정진한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세월을 떠올리면서 웃음이 살짝 배어 나오기도 하고 후회와 반성,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콩나물 다듬기가 완성되었다.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해 가는 단단한 콩알들처럼 이제 중년 신사가 되어버린 제자들과 오손도손 콩 한 쪽도 나눠 먹자며 모임 장소로 노란색 신발을 동여매고 나선다.
<심사평>
심사위원 / 현정원
양인석의 「콩」은 청잣빛 하늘과 청아한 바람으로 시작한다. 유난히 길게 이어지는 초고온의 계절을 겪어서일까. 제목 콩에 바싹 붙은 청잣빛과 청아의 음 파열이 마음과 눈을, 귀와 코까지 시원케 했다. 그뿐인가, 요란하게 울리는 작가의 스마트폰 벨소리는 덩달아 신나게까지! 전화의 용건은 제자들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오십사’. 오늘은 급훈 ‘콩 한 쪽도 갈라먹자’로 똘똘 뭉친 제자들이 은사인 작가를 모시는 날이다.
전화를 끊고 작가는 신문지를 펼쳐 콩나물을 다듬는다. 머릿속에선 잠시 후면 만날 콩나물 교실의 제자들이 불러일으킨 콩과 콩나물에 대한 사유가 떠다니고 있다. 콩깍지 속 콩 같이 알콩달콩했던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의 풍경도 울쑥불쑥 일어난다. 해탈을 위한 수도승처럼 작가가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파노라마처럼 지나간 세월을 떠올리며 또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며….
그 시절엔 그랬다. 한 반에 60여 명을 몰아넣어도 교실이 모자라 오전 오후 2부제 수업을 했고, 고정 메뉴 김치 포함, 집 반찬이 도시락통으로 옮겨진 혼식 도시락을 먹었다. 그래도 얼마나 즐겁고 맛있던지! 가난이 너나없는 일상사라 불만도 없었다. 그런데 작가가 그려낸 이 따뜻한 정경, 합계출산율 0.72 시대의 젊은이들이 상상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떠드는 머리통으로 빽빽한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과 조금은 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가는 심부름과 김칫국물로 퀴퀴 눅눅 불룩해진 교과서와 콩 삶는 향기로 시작해 큼큼한 냄새로 마무리되는 메주 만들기 같은 것. 작가는 메주를 말하며 ‘겉면이 완전히 굳으면 새끼줄로 엮어 통풍이 잘되는 처마에 매달아 띄운다’라며 기다려야 함을, 우리 인생도 숙성해야 함을, 강조한다.
작가의 사유는 콩나물로도 나아간다. 콩나물이 어느 요리에나 잘 어울린다며 사람도 때와 장소 가림 없이 잘 어울려야 함을 권면하며, 영양 면에서 콩나물 대가리는 말할 것도 없고 뿌리엔 숙취 해소에 좋다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되어 있다며 또 콩나물의 특이한 향과 아삭한 식감은 음식 전체에 시원한 풍미를 더한다며, 콩나물의 여타 장점을 소개한다. 부정적인 시각도 슬쩍 비춘다. 정확히는 빛이 차단된 콩나물시루에 빗댄 어둠 속 청소년들에 대한 염려이겠다. 콩깍지에 감싸인 작은 몸만큼이나 맘껏 자라지 못한 마음은 소소한 나부낌에도 넘어지기 일쑤라며,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빼꼭히 부디 끼며 자란 마음은 자제력이 부족하다며, 마음 아파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들의 새 생활을 향한 발걸음을, 그들의 담대한 마음을, 우리가 함께 보듬어 주자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글을 읽는 내내 6, 70년대, 어린 시절이 눈앞에 솟아나는 듯했다. 길게 이어온 스승과 제자 간 아름다운 인연에는 마음이 깊이 울렸다. 아쉬웠던 거 한 가지만 짚자면, ‘음표 길이를 묻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만의 암기 방식을 터득하였다’라 쓰고 만 것이겠다. 예술이란 이전에 없던 것, 혹은 나만의 것을 만드는 것이지 않던가. 이왕 ‘나만의’ 것을 말했으니 그 내용도 살짝 알려주었으면 읽는 재미가 배가되었지 싶다. 한편 말하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눈으로 보듯 풍성히 그려지는, 풍경도 있었는데 바로 오늘의 모임이다. ‘입담 좋은 셋째아들’ 선생님이 ‘메마른 땅에도 잘 적응해 가는 단단한 콩알들처럼 이제 중년 신사가 되어버린 제자들’과 만나 나누는 대화의 정경…. 모르긴 몰라도 그건 유쾌 통쾌 명쾌로 채워진 추억의 한마당이지 싶다. 조심스레 다음 모임도 예측해 본다. 필시 양인석 작가의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한 등단 축하회이리라.
등단을 한껏 축하드린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했다. 지금껏 그래오셨던 것처럼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치유하는 좋은 글 쓰시기를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