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실험성이 엿보인 2018 SF연극제. 어제(3월 30일) 대학로 혜화당 소극장에서 이 연극제 참가작 2편을 잇달아 보았다. 드림시어터의 <블러드>(정형석 작 연출)와 창작스튜디오 자전거날다의 <프놀과의 전쟁-에피소드2>(유수미 작 연출). <블러드>는 장기집권자가 독재를 위해 사람과 동물의 우성인자들만 모아 1년에 한 차례 수혈을 받는다는 아이디어다. 하지만 노화와 맞물려 부작용과 함께 효과가 떨어지자 무리한 시도를 하다가 망가진다는 스토리다. 닥터, 로봇, 괴물 등이 출연하지만 독재자 역 이성원 배우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감성 지성 인성 등 새로운 인자가 수혈될 때마다 그 모두의 효과와 부작용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고도의 연기력을 요하는 역할을 중견배우 이성원이 잘 해냈다. 필립 K 딕의 <프놀과의 전쟁>의 속편으로 창작된 에피소드 2는 지구를 침공한 프놀 족을 술과 섹스 등으로 물리쳐온 호크 소령이 자신의 아내가 프놀족이고 아들은 외계와 지구의 혼종임을 알게되는 과정을 그린 B급 유머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승구 양신지 장항석 심우섭 손흥민이 나와 다소 과격한 연기를 펼쳤다. 두 편 모두 디지털 인공지능 로봇 등을 통해 SF를 표방하고 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 이유는 돈이 없어서라고 했다.이처럼 독특한 장르영화제가 소극장에서 열린다는 자체가 주목할만 한데 지원에서 탈락됐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조금만 지원해줘도 배우와 스탭들에게 라면과 김밥 대신 백반을 먹일 수 있을텐데... 극단 대표의 말에 가슴이 아팠다. 부족한 점도 많지만 이런 열정이 한국 연극의 미래를 일구는 불씨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진 위가 <블러드>, 두번째가 <프놀과의 전쟁-에피소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