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초희(楚姬), 자는 景樊(경번), 난설헌(蘭雪軒)은 그의 호이다.
여자로서 남자처럼 이름과 자와 호를 아울러 가진 것은 드문 경우이다.
경상감사를 지낸 강릉사람 허엽의 딸이며,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님이다.
당대의 호방한 천재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에게서 허균과 함께 시를 익혔다.
15세에 안동 김씨 성립(誠立)에게 출가를 하지만, 결혼 생활이 원만하지 못했단다.
남매를 낳았으나 1년 간격으로 횡사하였고, 18세에 친정아버지를 잃고, 21세에는
그의 후원자 오라비 허봉(許篈)이 율곡을 탄핵하다 갑산으로 유배되고, 26세에는
그 오라비마저 38세에 병사한다. 남편 김성립의 과거 급제도 난설헌 사후이다.
난설헌 27년의 삶이 너무 했구나. 그의 동상 앞에서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서전 같은 그의 시문을 모은 시집 <채련>을 몇 일째 만지작거렸다.
귀한 책을 소개해준 기념관의 그 아가씨 아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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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貧女吟(3) (빈녀음) _ 가난한 처녀의 탄식
手把金剪刀 수파금전도/ 부지런히 가위질하니
夜寒十指直 야한십지직/ 추운 밤이면 열 손가락이 더욱 시리지만
爲人作嫁衣 위인작가의/ 다른 여인이 시집 갈 옷을 지으면서도
年年還獨宿 년년환독숙/ 나는 해마다 홀로 잠을 청한답니다
⁍ 江南曲 (4) (강남곡)
生長江南村 생장강남촌/ 태어나고 자란 곳이 강남마을이라
少年無別離 소년무별리/ 어린 시절에 이별을 몰랐다오
那知年十五 나지년십오/ 그러나 어찌 알았겠소 열다섯의 나이에
嫁與弄湖兒 가여농조아/ 시집을 가서 조롱 받을 줄을
⁍ 采蓮曲 (채련곡) _ 연꽃을 따며 부르며 노래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니
荷花深處係蘭舟 련화심처계란주/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목란 배 매어 놓고
逢郞隔水投蓮子 봉란격수투연자/ 당신 보고 물 건너로 연꽃 따 던졌는데
遙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수/ 혹여 남이 보았을까 반나절 부끄러웠네
⁍ 哭子(곡자) _ 자식 잃음을 슬퍼하며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지난해에는 사랑하는 딸을 여의고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까지 잃었네
哀哀廣陵土 애애광릉토/ 슬프디 슬픈 광릉 땅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두 무덤 나란히 마주하고 있구나.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백양나무에 쓸쓸히 바람은 일고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소나무 숲에는 도깨비 불 반짝이는데
紙錢招汝魄 지전초여백/ 지전을 태워서 너의 혼을 부르고
玄酒尊汝丘 현주전여구/ 네 무덤에 맑은 술을 올린다
應知弟兄魂 응지제형혼/ 그래 안다 너희 남매의 혼이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밤마다 서로 따르며 함께 놀고 있음을
縱有腹中孩 종유복중해/ 비록 지금 뱃속에 아이가 있다지만
安可冀長成 안가기장성/ 어찌 제대로 자랄지 알겠는가
浪吟黃臺詞 랑음황대사/ 하염없이 슬픔의 노래 부르며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피눈물 나오는 슬픈 울음 삼키고 있네
⁍ 寄 何谷 (기하곡) _ 하곡 오라버니에게
暗窓銀燭低 암창은촉저/ 어두운 창가에는 촛불 나즉이 흔들이고
流螢度高閣 유형도고각/ 반딧불은 높은 지붕을 날아 넘는구나
悄悄深夜寒 초초심야한/ 고요 속에 깊은 밤은 추워가는데
蕭蕭秋落葉 소소추낙엽/ 나뭇잎은 쓸쓸하게 떨어져 흩날리네
關河音信稀 관하음신희/ 귀양 가신 국경지대에서 소식도 뜸하니
端憂不可釋 단우불가석/ 오라버니 생각으로 이 시름을 풀어 낼 수 없어
遙想靑運宮 요상청련궁/ 청련궁에 계신 오라버니를 멀리서 그리워하니
山空蘿月白 산공라월백/ 텅 빈 산속 담쟁이 사이로 달빛만 밝아라
-하곡 허봉이 국경지대 갑산으로 유배 갔을 때 오라버니를 그리워하며...
청련궁은 사찰의 별칭으로 이백의 호가 ‘청년거사’이므로 오라버니가 귀양 간 곳을 아름답게 불러 표현한 것.
⁍ 夢遊廣桑山詩 몽유광상산시
碧海浸瑤海 벽해침요해/ 푸른 바닷물이 구슬바다에 스며들고
靑鸞倚彩鸞 청난의채난/ 파란 난새가 채색 난새와 어울렸구나
芙蓉三九朶 부용삼구타/ 연꽃 스물일곱 송이 붉게 떨어지니
紅墮月霜寒 홍타월상한/ 달빛 서리위에서 차갑기만 하여라
-난설헌이 어느 날 꿈에 바다 가운데 있는 산에 올라...
허균은 “우리 누님이 기축년(1589) 봄에 돌아가셨으니, ‘부용삼구타’란 곧 이것을 증험함이다.”
/ 함종임 엮음 <난설헌 허초희 ‘채련’> 중에서
/ 강원 강릉시 초당동 4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