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화(東洋文化)의 향기<22>
사상의학(四象醫學)
우리나라 조선시대 한의학자인 이제마(李濟馬)는 흥선대원군(1894년)의 집권시기, 동학혁명 등 나라가 어수선할 때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상하(上下)권을 집필하여 발표한 것이 사상의학(四象醫學)이다.
이제마는 태조 이성계의 후손으로 호는 동무(東武), 자는 무평(懋平) 또는 자명(子明)이다.
초휘(初諱)는 제마(濟馬)라 하였으나, 전주이씨 안원대군파 선원속보(璿原續譜)에는 그의 이름이 섭운(燮雲), 섭진(燮晉)으로 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비범한 재질을 발휘하여 의약(醫藥)과 복서(卜筮)에도 능통하였는데 평소에 병법을 좋아하여 무인(武人)이 되기를 원하였고 마침내 고종 12년, 39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무위별선(武衛別選) 군관(軍官)으로 입위(入衛)되었다고 한다. 그는 진해현감겸병마절도사(鎭海縣監兼兵馬節度使) 및 현감으로 부임하다가 1889년 퇴임하고 서울로 와서 사상의학(四象醫學) 연구에 몰두 하였으며 또다시 정3품인 통정대부(通政大夫) 선유위원(宣諭委員)에 제수되어 관료생활과 한의학 연구에 몰두하였다고 한다.
<이제마(李濟馬)의 출생 비화(秘話)>
이제마의 부친은 진사(進士)였는데 술에 몹시 약했다고 한다. 하루는 향교(鄕校)에서 일을 마치고 친구들과 돌아오다가 주막에 들러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너무 과음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자 친구들은 주막 주모에게 맡기고 돌아갔다고 한다. 주모가 보니 너무나 지체도 높고 잘생긴 모습에 끌리어 자기의 외동딸을 방으로 들여보내 수청을 들게 했다.
1년이 지나고 어느 날 새벽녘에 이제마의 할아버지 충원공(忠源公)이 꿈을 꾸었는데 어떤 사람이 탐스런 망아지를 한 마리를 끌고 와서 ‘이 망아지는 제주도에서 가지고 온 용마(龍馬)인데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귀댁에 드릴 터이니 잘 길러 달라’고 하며 기둥에 묶어놓고 가는 꿈이었다.
꿈을 깨자마자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어떤 여인이 아기를 강보(襁褓)에 싸안고 와서 ‘이 아기가 이진사님의 아기오니 받아 주십시오.’ 하기에 충원공(忠源公)은 큰 길조로 여기고 아기를 손자로 받아들였고 제주도 용마를 꿈꾼 일을 떠올려 이름을 제마(濟馬)라고 지었다는 일화이다.
사상의학의 내용
이제마의 사상의학설(四象醫學說)은 체질(體質)의학의 원전(原典)으로, 사람들의 체질을 안다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핵심요지이다.
이를테면 사람의 체질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하는데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으로 나눈다. 각 체질(體質)에 따른 장부(臟腑)의 허실이 상대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만일 허한 것이 더욱 허하거나 실한 것이 너무 실할 때 병으로 나타난다고 하며, 이를 장부의 태(太), 소(少)라 했다.
여기서 태소(太少)란 해부학적 의미가 아니라 하나의 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태양인은 폐대간소(肺大肝小), 소양인은 비대신소(脾大腎小),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 소음인은 신대비소(腎大脾小)라고 했다.
덧붙이면 태양인의 체질은 폐(肺)가 크고 간(肝)이 작기 때문에 목덜미가 실하고 머리가 크다. 또 얼굴은 둥근 편이고, 살이 비후하지 않으며, 이마가 넓고 관골이 나왔으며 눈에는 광채가 있다. 또한 간이 작으므로 척추와 허리가 약하며,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기대어 앉거나 눕기를 좋아하고, 다리에 힘이 없어서 오래 걷지 못한다. 대체로 몸은 마른 편이며, 여자인 경우에는 몸이 건강해도 자궁 발육이 잘 안 되어 임신을 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성격은 남들과 잘 어울리고 과단성, 진취성이 강하다. 또한 머리가 명석하고 뛰어난 창의력이 있어 남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연구한다. 반면에 계획성이 적고 대담하지 못하며, 남을 공격하기 좋아하고 후퇴를 모른다.
지나친 영웅심과 자존심이 강하여 일이 안 될 때는 심한 분노를 표현한다. 태양인은 더운 것보다는 차고 담백한 음식을 좋아한다. 뜨거운 음식을 오래 먹게 되면 위가 상하거나 식도경련, 식도협착증 같은 것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는 생략>
사상의학(四象醫學)은 인간의 건강과 질병 상태를 각 개인에 체질(體質)에 맞게 규정한 우수한 측면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정확한 체질을 알 수 있는 방법에서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인체에 적용하는 것이 어려우며, 4가지의 체질로만 분류해 너무 단순하고 서로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상의학은 각 개체의 활동능력과 적응능력을 지배하는 반응능력을 설명하고 유전생물학적인 차이점을 규정한 독창적인 이론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체질의 본질적인 측면과 개체의 특성을 논하여 생리적, 심리적 측면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한의학의 전체성 개념을 잘 구현한 학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