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어묵의 족보
겨울철 대표 간식 어묵은 뜨끈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속까지 따뜻해진다.
학교 앞 문방구 앞에는 1개에
500원하는 것도 있고
고급 일식당에서 비싸게 파는 어묵꼬치도 있다. 그만큼 대중적이면서도 고급요리로 대접받는 것이 어묵이다.
수산고등학교에서 수산물가공을 전공한 남편은
실습할 때 만들어 먹었던 어묵의 맛을 잊지 못한다.
가자미 같은 흰살 생선이나 고등어 ㆍ꽁치같은 붉은 생선의 살을 발라내어 밀가루와 전분,다진 야채를 섞어 8:2,7:3 비율로 반죽한 것을 깨끗한 기름에 튀겨내면 얼마나 맛있는 어묵이 되는 지 이야기한다.
지금은 오뎅이라는 말보다 어묵이라 부르는 이름에서 짐작하는 오뎅은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이다.
일본어 사전에서 오뎅이라는 단어를 찾으면 '간장으로 삼삼하게 간을 낸 국물에 두부, 어묵,곤약,무,삶은 달걀 등을 꼬치에 꿰어서 끓인 음식'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또 두부에 된장을 발라 꼬치에 끼워 구운 음식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오뎅을 한자로 어전 御田 이라는 쓰는 거다. 임금님의 밭?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원래 오뎅은 전악 田樂에서 시작된 말인데 밭 전 田자 앞에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사 어 御 를 붙여 樂은 떼어내고 뎅가꾸(오뎅)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거다. 즉 오뎅의 기원이 되는 뎅가꾸 전악은 밭에서 농사지을 때 부르는 노래인 농악인 셈이다.
먹는 음식에 전통 농악의 이름이 붙은 것은 마치 두부를 꼬치에 찔러 놓은 모습이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노래부르고 춤추는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어묵꼬치 즉 오뎅이라는 이름은 농부가 춤추는 모습과 닮아 생긴 거다.
배경을 알고 나면 풍년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관동지방에서 발달한 오뎅이 전국적으로 퍼진 것은
1923년 관동대지진이 계기였다.각곳에서 모여든 구조대원에게 제공한 음식이 오뎅이었는데 그 맛에 반한 구조대원이 고향으로 돌아가 먹으면서 일본 전체로 퍼졌다고 한다.
1983년 쯤이다. 가난한 고학생인 친구 언니가 강릉성남동 중심가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언니가 주로 팔던 것이 어묵이었다. 공부하랴
일하랴 힘들었을 언니는 대학졸업후 국정원 7급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 나중에 책임있는 자리에까지 올라 일하다 퇴직했다.
언니가 사 주었던 시원하고 감칠맛 나던 어묵 국물맛이 가끔 생각난다. 그럴 때면 나는 멸치 육수에 무와 파를 썰어 넣고 어묵을 끓인다. 청량고추도 송송 썰어 넣고 끓이면 매콤하고 깔끔한 국물 맛에 마음도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