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남편과 베트남 자유여행을 열흘 간 다녀왔다
작년에 크로아티아 자유여행을 다녀온지 일 년이 되어가니
사진취미가 있는 남편이 가을부터 여행계획을 짜면서 같이 다녀오게 되었다
딸애는 베트남 다낭을 추천했지만 남편은 휴양이 목적이 아니라며
사진 작품을 찾아서 떠났으니 사진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여행도 사진찍는 사람들만 모아서 떠나는 패키지 여행이 있다는데
비용이 일반 패키지보다 훨씬 더 드는데다가 개인여행처럼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갈 수 있다면 여행의 자유도 누리고 사진도 마음껏 담을 수 있으니
당연히 우리 둘만의 자유여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베트남을 자주 가는 사람은 몇 번씩 다녀올 정도로 비용도 저렴하고
비행시간도 부담되지 않은 거리지만 내겐 처음 가는 곳이다
나는 동남아라면 십여 전 여행사 패키지로 태국여행을 했는데 또렷한 추억거리는 없었다
오히려 23년 전 인도네시아 반둥에 한달 간 머물렀던 기억은 무척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어쨌든 집 근교의 자연속에서 슬로우 라이프(slow life)를 추구하는 나의 생활양식을
멀리 벗어나는 일은 약간의 결연함이 필요했다
남편은 망설이는 나에게 시를 쓰려면 많이 다니고 느꺼야 되지 않겠나며 권유하다가
나도 가기로 결정하니까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일단 베트남 하노이 공항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해야 될 일은
달러 교환과 유심칩 사서 갈아 끼우는 일이었다
나중에 더 바꾸게 되더라도 우선 9백 달러만 베트남 화페인 "동"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노이 가는 버스를 기다려 시내구경도 할겸 버스를 타고 삼십여분 이동하였다
고속도로 주변에 소들이 풀을 뜯고 베트남식 가옥들이 즐비한 주택가를 스쳐가다가
큰 강를 건너니 본격적인 오토바이 부대들과 자동차들의 혼잡한 도로가 펼쳐진다
버스의 조수에게 호텔 이름을 알려주고 하차할 곳을 물었는데 국립 오페라 홀을 지난
정거장 쯤 내려주었다
그러나 호텔이 보이지 않아서 네비게이션을 켜고 걷다보니 점심시간이라 음식점마다 붐비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아침 6시 비행기를 5시간 타고 오면서 요기도 할 시간이 없었으니 허기가 져온다
비엣젯 항공을 이용했는데 저비용 항공기라서 식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작은 물 한병을 4만동에 사 마셨는데 베트남 마트보다 열배 이상 비싸게 팔았다
옆 좌석 앉은 부인이 주문한 음식을 보니 별로 먹음직하지 않아서 하노이 가서 먹기로 했다
그래도 이 항공기가 베트남에서 축구영웅 감독으로 대접받고 있는 박항서 감독도 타고 다니는
비행기라고 해서 예약을 했던 것이다
덕분에 왕복 항공요금이 우리 두 명에 60만원이니 절약한 셈이었다.
하노이 대로변을 걷다보니 트렁크외 배낭을 메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
길거리에 테이블을 내놓고 광광객과 현지인들이 많이 앉아서 먹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같이 나온듯한 여자들 옆에 앉아서 그들이 먹는 메뉴와 같은 걸 주문했다
볶음밥 위에 큰 닭다리 튀김이 얹어 있는데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옆에 앉은 베트남 아가씨가 젓가락과 수저를 챙겨주며 미소를 보낸다
베트남에서 와서 처음 마주하는 친절함에 나도 고마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우리이게 좋은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며 자리를 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고 나니 금세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에 호안끼엠 호수를 끼고 한참 걸었다
남편은 벌써부터 사진 찍기에 바빠서 호숫가에서 꽤 시간을 지체하였다
거리는 온통 교통대란이 일어난 것처럼 혼잡해 보였는데 대기오염때문인지 목이 칼칼해 온다
그 위험천만하고 먼지가 많은 차로에 섞여 유유히 인력거 투어에 나선 관광객들도 보인다
우리가 예약한 호텔은 호숫가 주변에 있는 호텔들 중 한 곳이다
이곳은 동네 전체가 하노이 관광단지로서 기념품 상점과 노점상,레스토랑, 카페들이 밀집된 곳으로
중간중간 소규모의 호텔들이 많이 있고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호텔 찾기도 쉽지 않았다
잠시 휴식한 다음 호텔 매니저에게 유명 레스토랑과 교통편을 알아보고
우리는 다시 호숫가로 나왔다
호숫가에는 2층버스 시티 투어를 할 수 있는 매표소가 있어서 가봤는데
오후 세시 반이 넘어서 시내관광은 단념하기로 했다
같은 티켓으로 오전에 종일 이용할 수 있는 것보다 시간이 촉박해서이다
그 대신 호숫가에서 사진을 찍고 대성당 위치와 내일 아침 사파로 가는 정류장을 확인해 놓았다
저녁은 분위기 있은 레스토랑에 가서 해물과 소고기 샤브를 주문해 먹었는데
50만동쯤 나왔으니 한화로 2만 5천원,음식값이 저렴하긴 하다
호안끼엠 호수는 네온사인으로 화려한 성탄 분위기과 연말을 장식하고 있었다
호숫가에서 한 그룹 여성들이 줌바댄스를 추고 있었다
앞에 강사도 있고 줌바댄스 야외수업 같은데 일부 여행객들도 어울리고 있었다
미국의 영부인었던 미셸 오바마도 추어서 검증받았다는 춤 말이다
밴치에 앉아서 구경하다가 내가 아는 라틴 음악이 나오자 함께 추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
야경이 아름다운 호숫가 이방인들이여
목석처럼 앉아있는 것..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흥겨운 리듬에 취하는 하노이의 첫 밤이다
계속~~
Dalida — Petit Elephant Twist
첫댓글 형숙님의 베트남 여행기.. 너무도 선명하고 아름다운 표현들... 내가 함께 가서
관광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쓰셨어요. 시도 수필도, 여행기도 멋지고
아를답게 잘 쓰시는 님의 문재는 놀라울 뿐입니다. 서구 동구 동남 이시아의 나라여행들..
이 글들을 모아 여행기 저서를 내세요. 축하합니다.
네..향강선생님.. 여행기를 써놓는 것은 여행의 의미를 다시 발견하고 기념도 되고
또한 자유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니 일거다득이 되지 싶습니다
터키여행은 여행기를 쓰지 않았더니 4년 전 일 같지않게 아련합니다..ㅋ
이렇게 여행기 하나에도 격려와 관심 주시는 향강선생님 덕분에 베트남 여행기도 계속 쓰게 될거예요
겨울저녁은 빨리 어두워지고 해가 지면 추위가 엄습해 오지요
따사로운 저녁 되시고 감기 유념하시길 바랄게요..~
멋진 인생 참 아름답습니다
울 선샌님 최고
네..인생은 생각하기에 따라 같은 빛깔도
다르게 보인다고 하지요
엄지척..김용주샘 마음의 여유가 전해지네요..ㅎ~
패키지보다 자유여행의 묘미는 또 다른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차분히 보고 내일 다시 느낌을 적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