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하거나 구수한 커피.
한국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꼽으라면 구수한 맛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입니다.
구수한 혹은 고소한 맛, 이 둘은 조금 다른 뉘앙스를 풍기지만 결국 비슷한 맛일테지요
구수한 맛은 폭이 넓으면서 맛이나 향이 옅은 것이라면 고소한 것은 폭이 좁고 진한 느낌입니다.
된장찌개나 누룽지의 구수한 맛은 몇숟갈 넘기고 나면 천천히 알게되고 참기름이나 깨소금의 고소한 맛은 혀에 닿기도 전에 먼저 느끼게됮요.
하여 구수한 냄새는 마당을 가로 지르고 담을 넘어가서는 넓게 천천히 가라 앉고 고소한 향은 짙고 촘촘하게 엉기어 부엌과 마루에서 맴돕니다.
남도의 사투리가 구수하면 신혼부부의 귀엣말은 고소하고 가마솥 밥 뜸드는 냄새는 구수하고 얄미웠던 동료나 친구의 곤경은 아주 고소합니다.
심지어는 시골 논밭에서 풍기는 거름냄새조차 구수하다고 표현하지요.
그렇게 우리 에게 가장 친근하고 그래서 가장 선호하는 맛과 향은 구수하거나 고소한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에게 친근한데도 영어로는 달리 표현할기 어려운 맛이고 향입니다.
우리나라의 인스턴트 커피시장은 대략 70년대부터 국내에서 커피를 생산하게 되었고 그 대표 주자는 <동서식품>입니다.
그리고 후발로 세계적인 다국적 식품기업 <네슬레>가 네스카페, 초이스 등의 브랜드로 뛰어듭니다.
상처음부터 고급이미지로 광~고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였지요.
네슬레는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였고 동서식품은 국내에서도 중견 정도였으니 이 둘의 싸움이라면 결과가 눈에 보였습니다.
애국심 마켓팅이 작용하더라도 동서와 네슬레가 커피시장을 최소한 반분은 하리라는 것이 커피업계의 시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몇년 후 동서와 네슬레의 시장셰어는 7:3 정도에서 멈췄습니다.
네슬레는 결국 30%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 국내굴지의 그룹을 등에 업고 공장을 세운 세계 최대의 식품기업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결과입니다.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최근 그나마 30%의 선을 지키지 못하고 20% 초반으로 무너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커피믹스 때문입니다.
커피믹스는 동서의 노란색 모카마일드가 절대적입니다.
네슬레도 노랑색 포장으로 이를 모방하였지만 맛까지 모방할 수는 없는 노릇, 이는 두 회사 커피믹스의 맛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다른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니 맛이 다른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겠습니다만 양사의 커피믹스는 재미있게 맛이 다른 것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다른 것이고 왜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그 원인은 커피에서 보다는 커피크림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네슬레는 세계 최고의 커피크림메이커 카네이션브랜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수합병 했다는 얘기)
카네이션은 커피크림의 브랜드였는데 어쩌다보니 커피크림의 대명사가 됩니다.
마치 바바리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80년대 이전, 다방에 가면 커피에 진한 우유 같은 것을 찔끔 부어주었습니다.
카네이션이라는 크림이었습니다. (진위는 알수 없지만)
그런데 카네이션이란 커피 크림의 미끈거리는 느끼한 맛은 우리 입맛에 전혀 맞질 않았습니다.
동서식품에서는 프리마라는 느끼하지 않고 우리 입맛에 맞는 고소한 커피크림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인스턴트 커피시장에서 맥심이나 초이스가 경합을 할 때조차 프리마와 커피메이트는 아예 경쟁이 되질 않았습니다.
초이스커피를 고른 손님조차 크림은 프리마를 들고 나오는 셈이었지요. 그런데 문득 커피믹스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동서에서는 맥심커피에다 프리마를, 네슬레에서는 초이스에 카네이션 커피메이트를 넣었습니다
그러자 동서와 네슬레 커피시장의 셰어는 더 벌어졌습니다.
창피스럽게도 네슬레는 이제 고가정책을 버리고 싼 가격과 사은품까지 끼워 줌으로 간신히 체면유지를 할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습니다.
처음 사용하던 고급이미지, 고가정책은 이미 시효를 다한 셈입니다. 동서도 적당한 선에서 느긋한게 현상태를 즐기는 듯합니다.
쥐도 달아날 구멍을 보고 쫓으랬는데 더 궁지로 몰았가 세계적 기업의 자존심을 건들여 어떤 변수가 발생하는 것이 썩 달가운 것은 아닐테니까요.
그냥 구경꾼으로 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 곁들이자면 근래에 대부분의 사무실에 비치된 냉온 정수기도 커피믹스 시대가 도래하는데 단단히 한몫 거듭니다. 커피 업계에서는 이들 정수기 업체에 고마워해야할 것입니다.
오늘도 구수하게 커피믹스 한잔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