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이 배터리로 바뀐다...자력 발전 건물 '눈앞'
테크플러스공식블로그
2020. 8.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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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재로 쓰이는 평범한 붉은 벽돌을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워싱턴대학교 연구팀이 벽돌을 기반으로 나노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11일 게재됐다.
내화벽돌(Fired brick)로 불리는 벽돌은 주원료와 제조공정에 따라 종류를 구별한다. 벽돌에는 주로 이산화규소, 산화알루미늄, 적철광 등이 들어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벽돌이 붉은빛을 띠는 것은 산화철(녹) 때문인데, 산화철의 일종인 적철광을 배터리 재료로 활용했다.
벽돌에 뚫린 미세한 구멍 사이를 전도성 고분자 플라스틱(PEDOT) 나노 섬유로 코팅하는 방식이다. '폴리머 코팅'은 벽돌에 전기를 저장하고 전도하는 '이온 스폰지' 역할을 해준다.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고체로 저장한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벽돌은 정확히 배터리라기보다는 에너지(전기)를 저장하는 '슈퍼 커패시터(축전지)'가 된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소개된 '스마트 브릭' 기술 개념도
현재 '스마트 브릭'으로 불리는 이 벽돌의 에너지 밀도는 리튬이온배터리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벽돌에 더 많은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서 금속 산화물과 같은 재료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밀도는 10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리튬이온배터리 수준의 에너지 밀도를 달성하면 훨씬 저렴하면서 구하기 쉬운 커패시터가 상업화되는 길이 열린다. 가정에서 태양열 패널에 연결하면, 사실상 집 전체가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곳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벽돌의 프로토타입을 직접 만들어 개념증명에 나섰다. 연구진은 근처 '홈데포'에서 구입한 약 65센트(약 771원) 짜리 벽돌 3개를 직렬로 연결해보니 15초 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했다. 이후 2.7V가 필요한 녹색 LED 조명에 약 11분 동안 전원을 공급할 수 있었다.
연구팀이 실제 테스트해 본 프로토타입 벽돌
계산에 따르면 일반적인 크기의 벽돌 약 50개로 5시간 동안 조명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 충전은 1시간 이내 완료할 수 있으며, 수십 만번 재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이 벽돌로 건물을 짓는다면 유사시 건물 비상 조명에 전력을 공급할 정도는 된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에너지 밀도를 수십 배 이상 높여 리튬이온배터리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숙제이다.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에 대응해 슈퍼 커패시터의 에너지 용량과 배터리 충전 속도를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동안 벽돌이 태양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식의 성능을 개발한 적은 있지만, 열에너지가 아닌 전하(전기)를 저장하는 벽돌 기술을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