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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기획자가 만난 교토 카페
하지만 그들의 성공을 비단 제 개인적인 견해로만 바라볼 순 없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순전히 제임스 프리맨 의장의 투철한 앙트레프레너쉽(Entrepreneurship)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바로 업에 대한 본질적인 해석을 시작부터 달리한 것이 주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블루 보틀 커피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원두 도매로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턴 안정적인 원두 도매 사업을 중단하고 소매에만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성은 좋지만 끝까지 책임을 지지 못하는 환경에서 만에 하나 잘못되면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깎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수익을 결과로 생각하고 자신들이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제약 요소들을 사전에 파악하여 성장 과정에서의 중요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실제로 제임스 프리맨 의장은 국내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투자금을 받을 때마다 품질 향상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투자자들에게 품질 투자가 당장의 이윤보다 장기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설득하면서 자신이 전체 과정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커피의 가장 순수한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는 원칙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뿐 만이 아닙니다. 최근엔 자신들이 매장 내 사용하는 드리퍼(Dripper)의 경우 MIT 공대 출신 물리학자와 함께 개발, 안에 보이는 긴 직선 모양의 돌기는 물방울의 높이를 고려하여 철저히 계산하여 자체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아리타 도자기로 제조하여 얇고 보온성을 높이기도 하였죠. 필터 또한 독자적인 개발을 하였습니다. 대나무를 배합하여 커피에 종이냄새가 배지 않도록 고려하여 처음에 물을 부어 냄새를 제거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카라페(Carafe)라고 불리는 투명 서버도 일본 KINTO 사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사실 이런 모습에서도 일본의 커피 전문점을 벤치마킹한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 자신들의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제약 요소들을 줄이고 오롯이 커피에 대한 신념을 보여주는 모습이야말로 블루 보틀 커피의 원동력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국내 커피 전문점 시장 또한 여러 선진 커피 문화가 보급되면서 급속도록 성장했습니다. 허나 한편으론 커피 맛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점차 닮아 가고 있는 부조리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이엔드 급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셋업 되고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추출도구나 관련 장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감각의 최첨단을 달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화려함까지 겸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섭취하는 터라, 거기에 길들여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런 소비자들에게 '더 새롭고 더 화려한 테크닉과 머신'을 선보이고자 하는 노력은 스스로 차이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언제든 유사한 콘셉트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 확장과 고가 전략은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을 양산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세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커피 시장은 양적으로 팽창되어 있습니다. 넓고 얇게 퍼져있는 셈이죠. 고가 커피 시장부터 저가 커피 시장까지 골고루 입맛에 맞게 생성되어 인스턴트커피에 입맛이 특화된 소비자들 층까지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질적인 팽창이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자신의 우물을 더욱 더 깊게 파고 본질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허나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멋지게. 더 많이’를 외치면서 질적 성장은 될 수 없습니다. 업에 대한 본질적인 개념을 파악하고 제대로 브랜드 콘셉션을 구축하는 일. 그리고 그 이면엔 역시 휴먼 스케일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연유로 교토의 카페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커피의 품질만큼이나 고객을 위한 환대도 중요시하는 교토의 카페에서 우리들이 그려나갈 수 있는 카페의 미래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혹자는 오래된 교토의 카페를 폄하하기도 합니다. 유행 지난 배전도의 커피를 사용하고 머신 하나조차 없는 상황에서 커피를 빨리 만들어 그만큼 소비자를 끌어 모을 수 있느냐하는 의문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말씀 드리지만 그들이 지닌 시간의 축적은 감히 우리와 비견될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커피의 맛도 깊이도 지금 우리의 그것과는 상당한 수준이 있다고 사료됩니다. 제가 쓴 글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교토의 카페를 가보시길 바랍니다.
( 브랜드 콘셉트 디렉터 큐앤컴퍼니 대표 파트너 김도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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