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과 영적 성취 함께 추구하는 사람(하)
“내가 터득한 근심·걱정 없애는 법"
◇ 김연수 한양특허법인 대표변리사/한겨레신문
“대학 때 송담 스님(인천 용화선원 선원장)을 뵙고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것입니까’ 물었을 때 그분은 침묵으로 답했다. 오히려 하고많은 말보다 그 말 없는 침묵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출가 시절 대흥사에 있을 때 어두운 밤 뒷산 암자로 향하는 길에서 빛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호랑이불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잠시 뒤 묵언정진하던 청화 스님(전 곡성 성륜사 조실)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 사람도 수도를 하면 이렇게 빛이 나는구나.’ 그 큰스님들에 대한 체험이 십계명의 돌판처럼 가슴에 새겨져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한양특허법인이 자리를 잡은 20여년 전부터는 틈나는 대로 짬을 내 영적 수행에 매진했다.
기공과 위파사나, 화두참선 등을 하며 애쓰던 2002년 그는 분별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고, 2006년 더 확고한 체험을 했단다.
* 출처=한겨레신문 캡처
그는 이를 ‘깨어남’이라고 했다. 이어 2008년 피올라마음학교를 설립했다. 어린 시절 상처와 좌절의 족쇄에서 깨어나 자유로워진 자신의 깨어남 체험을 나누는 교육장이다.
“허망한 그림자에 불과했던 생각과 감정에 의지해 세상을 고해라 여기며 온갖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노심초사해온 그때까지의 삶은 긴 악몽이었다.
그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내가 지금까지 마음이 만든 상념세계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히 보면 상처라는 것도 내가 만든 착각이고 환영일 뿐이다.”
그가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깨어남의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정견(正見)이다.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더 이상 자기와 동일시하지 않고 아무 분별 없이 그냥 봄으로써 생각·감정·느낌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명상이 마음의 찌꺼기를 비워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 아이디어에 대한 창조력을 높여줄 수 있다며 현대인들에게 적극 명상을 권한다. 실제 명상의 제1 수혜자는 자신이었다.
또 그가 심혈을 기울이는 게 스트레스 해소다. 직장인들이 고통받는 원인의 대부분이 일이 아니라 인간관계임을 알아서다.
따라서 그는 특허법인 종사자들 중 희망자에게 자주 명상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때마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다. ‘어떻게’엔 해법이 없다. 왜 그 사람만 보면 짜증이 나고, 그 일만 맞닥뜨리면 힘들어지는지, 어쩔 줄 몰라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에만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신을 진단하고 나를 바로 봐야 한다. 내 자신을 바꾸면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 한겨레(1.6), <조현이 만난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