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사랑하는 나의 아들 세호야.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하나만 믿어다오. 네가 내 아들이라 너무 행복했다. 만약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더 잘해줄게.”
조계종 총무원 주최로 지난 20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 여객선 세월호 참사로 아들 세호 군을 잃은 아버지 제삼열 씨가 먼저 보낸 아들을 그리며 읽어 내려가는 편지에 추모재에 참석한 사부대중의 눈시울을 적셨다.
사부대중의 공업으로 참사에 대한 참회와 발원하는 자리로 마련된 이날 추모재에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지역 사찰 스님과 불자, 일반시민 등 사부대중 5000여 명이 동참했다. 특히 세월호 희생자 열 가족 30여 명이 참석해 불교계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추모재는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스님과 수륙재보존위원회 스님들이 주관한 천도의식으로 문을 열었다. 삼보를 받들어 청하는 거불을 시작으로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도량게작법, 영가를 부르는 의식인 창훈, 영가로 하여금 진리의 법계에 들어 해탈하게 하는 법문인 착어, 영가를 청해 자리에 앉게 하는 수위안좌, 여가의 넋을 달래는 진혼무가 이어졌다.
추모재에 참석한 스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추모사를 통해 “우리는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희생자 여러분들은 생명의 존엄함을 다시 일깨워 주었고 탐욕으로 일그러져있는 우리 사회에 큰 죽비 소리가 됐다”고 애도했다.
이어 “정부당국은 단 한 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면서 “유가족과 함께 이번 참사의 배경과 원인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짚어내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족들이 불단에 헌화를 하고 있다. |
천도의식과 함께 희생자들의 추모하는 추모공연도 잇따랐다. 세월호 희생자 대부분이 청소년인 만큼 아이돌 그룹 ‘순정소년’과 ‘제니걸이 초청됐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슬픔에 빠진 전 국민의 아픔을 치유하는 치유 힐링곡 ‘모두 함께’를 발표, 음원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기로 하고 진도에서 자원봉사를 펼쳐 귀감이 됐다. 더욱이 제니걸 멤버인 은별 양은 이번 참사로 사촌동생을 잃은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또 성의신 불교실내악단 ‘마하연’ 단장의 해금연주 ‘어느 슬픈 날’과 가수 장사익 씨 등 초대 가수들의 추모노래가 무대 위에 펼쳐졌다.
스님들이 백등을 들고 조계사를 나서고 있다. |
이와 더불어 사부대중은 한 마음으로 “이기주의가 사회와 우리 스스로를 이렇게 만든 것을 참회한다”고 발원하며 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다. 신경선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장은 참회 발원문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생명을 중심에 두지 않고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을 중심에 둔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며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모두 고백하고 참회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승가대 학인 스님들의 정근과 참회의 108배로 추모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참석 대중은 추모재의 대미를 장식하는 추모행렬에 나섰다.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백등을 앞세운 행렬은 조계사를 출발해 인사동, 종로2가, 종로타워 일원을 장엄하며 추모재 모든 일정을 마무리 했다.
추모재에 참가한 불자들이 등을 들고 인사동 거리를 걷고 있다. |
거리를 나서는 만장행렬. |
천도의식. |
가수 장사익 씨가 추모곡을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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