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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10 구간 산행기
일 자 : 2013. 12. 15 (일)
산행구간 : 10 구간(백운역 – 원적산 – 아나지고개 – 철마산 – 중구봉 – 징맹이 고개)
산행시간 : 9:40 – 17:00 (7시간 20분 : 점심시간 5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12 km
참가자 : 27송기훈, 27이수룡, 29박성재, 29권효식(부부동반), 29오창환, 35전부순 (이상 7명)
출 발 : 백운역 집결(09:00) – 들머리 (도보 10분 이동)
귀 경 : 징맹이 고개 해산 (징맹이고개 – 계산역 : 택시/버스 이동)
계사와 발기의 차이 (백운역 – 함봉산 – 호봉산)
며칠 전 많은 눈이 내리더니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산행 중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면 엄청나게 고생할 터, 본격적인 겨울산행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집결지인 백운역에 내리니 다행히 날도 화창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다행이다.
9시 40분, 부평도서관은 오늘 산행의 들머리,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산길에는 눈부시게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 모두 아이젠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올 겨울 들어 처음 밟는 눈길, 아이젠 발톱이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에 꽂히는 촉감이 상쾌하다. 첫 봉우리인 함봉산에 겨우 10분도 안되어 도착을 했다. 뒤돌아 보니 지난번 구간의 철마산이며 만월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은 늘 감회가 깊다. 살아 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도 그렇지만.
함봉산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면 구루지고개. 예전 군용지(軍用地)가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는 설이 있다. 다시 10분 정도 오르니 호봉산이다. 오르막 내리막이 있지만 워낙 낮은 산이라 그런지 표고차가 크지 않아 마치 어느 지맥의 미니어쳐를 걷는 기분이니 힘든 줄 모르겠다.
다시 길을 이어 간다. 10여분 내려가면 다시 안부가 나오는데 장고개라 한다. 예전 부평 너른 뜰에 말을 훈련시키던 마장이 있었는데 이 마장에서 넘는 고개라 하여 場고개라 부른다는 고개다. 장고개에서 다시 오르막길을 따라 20분 정도를 오르니 철마산(165m) 정상이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정상, 햇빛 찬란한 초겨울의 상큼한 공기, 탁 트인 시야, 우리는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이상한 것은 지도에는 분명 이곳이 철마산이라 했는데 누군가 세워 놓은 정상석에는 호봉산이라 표기 되어 있다. 인천 구간의 지명은 지도와 표지석의 지명 표기가 달라 혼동되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이곳 또한 그러하다.
정상석의 비문을 살피던 수룡이 비문을 소리 내어 읽는다.
“음, 발기년에 세웠군....”
“에이, 형님, 계사년이라 읽어야죠.” 한문박사 창환이 정정을 한다.
무엇인가 수룡이 또 개그를 하나보다 생각하고는 비문을 살펴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癸巳年이라 새겨져 있는 것을 發己年으로 읽어버리는 수룡의 개그다. 수룡의 놀라운 순발력에 모두가 낄낄 웃을 수 밖에.
정상에서 보니 정면으로 원적산 정자가 보인다. 원적산에서 점심을 들기로 하고 길을 재촉한다.
함봉산 정상 - 아래로 인천시가지가 펼쳐져있다.
올겨울 처음 밟는 눈길에 공연히 기분은 업되고
호봉산 오르는 길 - 생각보다 날이 따뜻해 우모복은 벗어 제끼고 간다
장고개를 지나며 : 앞부터 27이수룡, 29오창환, 29권효식
날씨 좋고~! 호봉산 정상에 도착
"발기년에 세웠군..^^"
호봉산 정상에서 - (효식은 어디 갔지?)
장기판의 추억 (호봉산 – 원적산)
이곳에서 원적산까지 원래는 완만한 능선길이었을 터인데 도로를 내느라 능선길이 깊게 깎이고 말았다. 벼랑길 같은 비탈을 내려서 도로 위의 에코브릿지를 건너 다시 건너편 벼랑길을 코를 땅에 처박듯 오른다. 날이 추울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바람 없이 햇볕이 쏟아지니 땀이 제법 흐른다. 벼랑길을 올라서니 다시 완만한 능선길, 바로 앞으로 보이는 원적산 전망대까지 길은 반듯하게 나아 간다. 원적산 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50분. 모두의 컨디션이 좋은지 오늘 진행이 제법 재다. 늘 그러하듯 전망대에서 여기저기를 관망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능선길, 소복이 눈이 쌓인 길을 걷는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하다. 10여분을 걸어 원적산 정상(元積山 199m)에 도착한다. 정상에 있는 한남정맥 전구간 안내판을 살펴본다. 칠장산에서 시작한 한남정맥, 오늘이 10번째, 안내판을 보니 참 많이도 걸었다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의 발걸음이 참 무섭다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10분도 채 안되어 멋진 정자인 원적전(元積殿)에 닿는다. 그 동안 점심은 주로 정자에서 들고는 하였지만 오늘 원적전은 산객이 많아 조용한 곳을 찾아 들기로 한다. 좋은 터를 찾아 10여 분을 진행하니 마침 제법 너른 장소가 나오고 수룡이 찾은 터는 고정식탁과 원목벤치가 설치된 멋진 장소. 산중에 왠 식탁? 아담한 식탁 위에 쌓인 눈을 쓸어내니 손으로 그린 장기판 그림이 보인다. 아하, 한여름 시원한 산중에서 막걸리 내기 장기 한판 두기에 딱이로구만. 주민들의 돋보이는 아이디어에 모두가 감탄사를 뱉는다.
가파른 절개지 사면을 내려 와서
절개지를 잇는 에코브릿지를 건너 뒤에 보이는 봉을 오른다 - 27이수룡
수룡은 땅에 코 박는 중 - 에코브릿지를 건너 원적산으로 오르는 절개지 사면
원적산 전망대를 오르는 대원들 - 29권효식 부부
원적산 전망대 에서 잠시 쉬어 간다. 사진의 아파트 숲은 부천 일대
효식이 부부는 잉꼬부부
앞봉이 원적산, 좌측 상단이 원적전 정자
창환 :"벌써 이만큼 왔넹?" 수룡 : " 글게 사람 발길이 무서븐거여~" 부순 : " 끝이 어디죠?" - 원적산 정상에서
맑은 하늘 하얀 눈밭 - 원적산 정상에서, 좌로부터 29박성재, 29오창환, 27이수룡, 27송기훈, 29권효식, 35전부순
배고프다, 얼렁 밥 묵으로 가자~!
밥 묵기 좋은 장소가 안 보이네? - 수룡 : "식사는 우아하게 해야 혀~!"
결국 수룡이 우아한 장소를 찾아 냈다. - 장기판이 밥상으로 변신~!
조감도의 진수를 즐기다 (원적산 – 천마산 – 중구봉 - 징맹이 고개)
50분간 맛나게 점심을 먹고 다시 길을 떠난 시각은 오후 1시 30분. 10여분을 진행하니 마루금은 다시 도로로 끊겨있다.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부근 공장의 철조망 울타리가 있고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있다. 할 수 없이 크게 우회를 하여 도로로 나서고 4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니 아담한 소공원을 만난다. 오늘 처음으로 아이젠을 벗어 들고는 크게 꺾여지는 공원길을 따라 산책하듯 통과를 한다. 공원길의 끝은 경인고속도로 위를 지나는 육교로 이어지고 육교를 내려서면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의 끝에 있는 정자에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르고 바로 시작되는 천마산 들머리에 들어선 시간은 오후 2시 40분. 오후가 되니 제법 썰렁해진다. 시간상 목표점인 아라뱃길까지 가기는 무리일 것 같고 징맹이 고개까지는 가기로 작정을 해본다.
천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참 아름답다. 좌우로 탁 트인 길게 뻗은 능선길에서의 조망이 일품이다. 오후 3시, 20분만에 천마산(天馬山 226m) 정상에 닿는다. 인천구간에서 전망이 제일 좋은 곳. 인천 청라지구를 한눈으로 보고 남으로 고개를 돌리면 인천 구시가가 한눈에 들어 오고 또 다시 몸을 돌려 뒤를 보니 부천이 한눈에 보인다. 우리는 그 뛰어난 조망을 한참이나 감상하고 다시 발을 옮긴다.
하얀 길은 또 다시 쌕시하게 이리저리 살짝 몸을 비틀며 다음의 초소봉으로 이어지는데 그 아름다운 길을 무념의 상태로 힘든 줄도 모르고 오늘 산행의 막바지를 향해 경쾌하게도 걷는다.
4시 15분, 초소봉(哨所峰, 286m). 오늘 산행 중 제일 높은 봉이다. 오래된 폐초소 하나가 정상에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고 부천 시내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인다. 끝없이 펼쳐지는 무성한 콘크리트 아파트 숲. 아름답기는커녕 자못 징그럽게 느껴진다. 마치 지난 구간 지났던 인천 시립묘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10여 분을 걸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중구봉(重九峰 275m)에 닿은 시각이 오후 4시 40분. 드디어 끝을 만났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욱 상쾌해진다. 잠시 숨을 고르고 하산을 서두른다. 오후 5시, 잘 놓여진 계단길을 10여분 정도 내려와 종착지인 징맹이 고개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눈을 밟으며 걸었던 전망 좋았던 산길, 즐거웠던 산행.
빨리 갑시다~! - 29박성재
정맥길은 다시 끊기어 공장지대로 내려 선다.
도로 건너 공원으로 진입하여 산책하듯 - 29권효식 부인
아이젠 좀 벗자
아파트 길의 끝은 정자, 천마산 들머리다
내가 왔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이순신 동상 따라하기 하는 27이수룡 : 천마산 정자에서
제일 높은 초소봉에 도착
초소봉에서 징그러운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 보며
초소봉 정상에서 - 뒤에 계양산이 보인다
끝까지 조심조심 - 초소봉에서 중구봉으로 내려서는 길
마지막 봉 중구봉에서
드디어 다 내려 왔다. -35전부순
징매이 고개다 - 징매이는 옛날 매를 길러 징발하던 곳이라나?
한남정맥 종주 처음으로 고급식당에서 오리백숙으로 마무리 (사람들은 왜 오리를 먹을까?^^)
후기
첫 구간, 눈을 밟으며 시작했고 오늘 또다시 눈을 밟으며 길을 걸었다. 그만큼 계절이 지났다는 얘기다. 열 번 길을 걸으니 비로소 한남정맥이 머리에 들어 온다. 수 없이 끊어진 길을 잇고 막힌 길을 돌아 나아가며 회의도 많이 들었다. 왜 이런 길을 걷지? 그러나 이제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길은 발과 눈으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걷는다는 것을. 백두부터 시작하여 안성 땅 어드메서 갈라져 김포 한강수에서 그 길을 마감하는 한남정맥. 비록 그 길은 많이도 훼손되었지만 맥은 질기게도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댓글 회계결산
전월 이월 : - 19,800
회비수입 : 130,000
식대 : - 127,000
잔고 : - 16,800
즐거운 산행을 이어가시네요^^
형님 수고하셨읍니다.
재밌었겠다
담달엔 꼭 가야지
강 들 산 바다가 어우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