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적 사항 | 학과 | 국어국문학과 | |||
학번 | 201310 - 101222 | ||||
성명 | 류효상 | ||||
연락처 | 자택 | 031 – 557 – 8838 | |||
직장 | |||||
휴대폰 | 010 – 8913 - 3416 | ||||
이메일 | 6k2ball@naver.com | ||||
※ 논문제출(접수) 후 수정(보완)에 대한 지도 사항이 이메일로도 보내질 수 있으므로 학교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메일이 올바른지 반드시 확인하고, 수시로 지도 사항 여부를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 |||||
논문계획서 접수번호 |
16-1-010-10-035 | 논문 유형 | E 형 | ||
논문 제목 | 김주영의 ❲외설춘향전❳에 나타난 ‘현대적 변용’ 연구 |
※ 졸업논문 대필 등 부정한 방법으로 논문을 제출할 경우, 학칙 제67조에 의거 징계하고, 논문은 무효 처리 함.
- 목 차 -
Ⅰ. 머리말
Ⅱ. 김주영의 작품세계의 변천과정
Ⅲ. ❲외설춘향전❳과 원본❲춘향전❳의 변별성
Ⅳ. ❲외설춘향전❳에 나타난‘현대적 변용’의 양상
1. 강화된 공간의 설정
2. 개성있는 인물의 창조 변용
3. 서사구조의 특징
Ⅴ. 맺음말
참고문헌
Ⅰ. 머리말
소설에서 시점이란 대상에 대한 발화 주체의 태도 또는 관점을 말한다. 이러한 성격과 태도에 따라 발화 주체의 인칭의 시점이 결정되며, 소설의 사건이나 인물, 색깔이 결정된다. 시각적 요소만 내포한 것으로 보이는 시점이 실제로는 보고, 말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오감의 요소를 포괄한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시점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작가의 입장에서는 통일성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술의 일반적 시점의 성격과는 무관하게 여러 가지 형태의 시점을 섞어놓은 장르가 판소리다. 혼란스럽도록 마구 섞인 부적절한 시점 운용의 예술은 결국 파탄에 이르고 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소리는 예술로 승화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판소리는 일부의 독점이 아니라 대중에게 개방되는 것은 물론 연희자의 유도에 따라 관객이 참여하는 즉흥성을 가지는 서민 대중의 예술이다. 대중의 지지 속의 판소리들 가운데 소설화 된 것이「춘향전」이다. 따라서 「춘향전」이기 전에 「춘향가」로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판소리로 이미 친숙해진 소설「춘향전」의 이본이 100여종에 이른다는 점이 새삼스럽지 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이 작품의 주제와 작자문제 등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져 왔으나 창작연대와 작자는 미상이다. 가장 오래된「춘향전」으로 조선 중기인 1754년(영조 30) 유진한이 지은 「만화집」에 실린 것이다.
「춘향전」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주인공 이몽룡과 성춘향의 신분과 계급의 장애를 극복하고 사랑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정절을 보여주고, 변학도로 표상되는 특권계급의 가렴주구와 발호를 설득력 있게 고발하여 관권에 대한 피지배계급에게 자의식을 심어주는 등 당대 민중의 공감 획득과 희망의 부합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고전소설을 기피하던 우리에게 현대적으로 변용된 다수의 소설「춘향전」은 그 부담을 다소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 가운데서 김주영의『외설춘향전』은 원본「춘향전」의 구성과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강화된 공간을 설정하고 개성 있는 인물을 창조하는 등 원본「춘향전」과의 변별성을 보여준다.
본고는 1990년대 원본「춘향전」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김주영의『외설춘향전』의 의미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Ⅱ. 김주영의 작품세계의 변천과정
김주영의 초기작은 도시 소시민의 애환, 그 주변부 인생에 애정을 풍자적 기법을 통해 희화적으로 그리고 있으며, 후반부로 가면서 공간의 확대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그의 작품세계와 소설의 경향은 성장소설, 풍자소설, 역사소설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가 등단한 1971년 무렵의 한국사회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가치관과 정체성의 혼란을 맞고 있었다. 김주영은 이러한 당대의 현실을 거친 입담과 공격적 풍자로 형상화한 소설을 쓴다.
성장소설로「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홍어」,「멸치」 등이 있다. 젊은이의 내면적인 성장과정을 다루는 성장소설은 그 시대의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으며,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성장하는 모습를 그렸기 때문에 김주영은 성장소설가로도 불린다.
산업화와 도시화의 구조 속에서 희화화된 모습의 인물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풍자하는 소설로는 강자로 신분상승을 하려다 약자로 전락하는 소설「마군우화」로 주인공 마규석을 등장시켜 현실세태를 비웃고 풍자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이면에 분명하고 냉철한 주제의식을 투영시키며, 부조리한 시대의 고발과 조롱을 담고 있다.
성장소설, 풍자소설 유형에서 김주영은 방향 전환을 시도한다. 물질만능 사회에서 나타나는 속물적 인간 군상들이 드러내는 욕망의 희화화와 풍자만으로는 인간을 넓고 깊이 있게 그릴 수 없다는 한계에서 오는 고민과 반성위에 보다 진정성을 있는 소설을 쓰기로 하면서 나온 소설이「객주」,「야정」,「활빈도」등의 역사소설이다. 김주영은 역사의 전면에 나타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역사의 행간에서 배설되어 버린 이름 없는 백성들이야말로 역사의 진정한 주체라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 역사소설에서 특히「객주」는 이전의 역사소설의 전형인, 궁중비화나 실록 중심의 지배계급의 틀에서 벗어나 조선 말기 보부상을 비롯한 평민층의 언어와 풍속 등을 재현하면서 그들의 삶을 사실성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1년「휴면기」가 작가의 고향에서의 유년 시절, 어린이의 시선으로 전쟁의 참상과 비극적 현실을 형상화 했다면, 다른 작품들은 도시 하층민들의 삶을 풍자하였고 역사소설에서는 ‘역사의 주인이 백성’이라는 김주영의 인식을 나타낸다. 「춘향전」을 다시 쓰면서 강화된 공간과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여 고전에 활력을 불어 넣은『외설춘향전』에서 김주영의 변화된 소설 경향을 살필 수 있다.
Ⅲ. ❲외설춘향전❳과 원본❲춘향전❳의 변별성
원본「춘향전」은 전형적 애정소설이다. ‘애정소설’이란 남녀 주인공이 당사자간의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들에게 닥친 극복하기 힘든 난관을 뛰어 넘어 사랑을 성취해 나가는 서사적 이야기를 말한다. 그러므로 원본「춘향전」은 젊은 남녀의 애정을 모티브로 하는 전형적 플롯을 가지고 있으며, 후대의「춘향전」에서는 춘향이 이몽룡을 출세시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죽자 살자 사랑에 도취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므로 애정소설의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이팔청춘의 성춘향과 이몽룡이 있고, 그들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이며, 이성에 대한 경험이 없이 순결하다. 이들은 예기치 않은 단옷날에 만나 상대를 보자마자 강한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열정이 솟아난다. 그러나 이몽룡의 아버지가 동부승지로 승직 된 것이 이들의 혼사 장애가 되어, 연인들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게 된다. 헤어져 있는 동안 춘향은 정절에 대한 시련을 겪게 되며 둘의 사랑이 위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지연에 의해 독자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이몽룡이 과거에 급제하여 암행어사가 되어 새로운 권력을 얻음으로서 모든 장애를 제거하고 혼사가 이루어지면서 결말을 맺는다. 이것이「춘향전」이 갖는 기본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원본「춘향전」에 비하여 『외설춘향전』은 춘향의 탄생 과정을 비교적 길게 늘어 놓으면서 춘향의 출생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는 춘향의 출생을 통하여 신분적 거리를 좁히려는 작가의 의도일 수 있고, 몽룡에 대한 춘향의 사랑의 순수함을 확보하는 장치로 작용되기도 한다. 즉 두 사람의 신분적 거리를 좁혀 고전소설에서 흔히 발견되는 신분 상승이라는 도식적 해석을 차단한 셈이다. 바로 이점은 춘향의 미모와 총기가 남달리 빛나고 월매에 대한 효성이 지극하여 삼강행실도였다는 대목에서 그러한 확신이 든다. 반면 춘향에 비해 월등하게 신분적 우위에 있는 몽룡은 그 신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몽룡은 글을 읽는데 구미를 잃고 여자를 잡아먹는 기량만 능한 인물로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러한 의도를 감추고 작가의 전략은 광한루에서 만난 두 사람이 사랑을 하게 한다. 그리고 몽룡의 아버지의 승직으로 혼사 장애가 된다. 한양으로 올라간 몽룡은 주색잡기로 소일하며 글공부를 멀리한다. 반면 남원에 남은 춘향의 정절에 대한 시련은 더욱 심해만 간다. 작가는 이때 장돌림이란 새로운 인물을 등장 시켜 이몽룡과 함께 춘향의 구출을 준비한다. 원본「춘향전」의 과거공부에 몰두하는 이몽룡으로 인식하고 있는 독자들의 사전지식은 수정을 요구 받는다. 춘향은 결국 구출되지만 이몽룡과 상봉하는 행복한 장면은 끝내 보여주지 않는 결말이 김주영의 「춘향전」수용이다.
이몽룡이 알성과(謁聖科)에 급제를 한 것은 그로부터 삼 년 뒤인 알성시(謁聖試 )에서였다.
즉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의 이해와 부분의 정확한 해석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Ⅳ.❲외설춘향전❳에 나타난 ‘현대적 변용’의 양상
앞에 서술한 바와 같이 『외설춘향전』은 기존「춘향전」을 통해 습득한 독자들의 기대 지평을 전환하도록 강력히 요구한다. 이몽룡의 성격이 일탈하는 데서 새로운 기대 지평이 나타난다.「춘향전」의 독자들은 사전에 이몽룡이 춘향을 만나기 전에 양반집 자제로 학문에 전념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순수성을 유지하며, 춘향을 만난 후에는 그에 대한 애정에 추호도 심경의 변화도 없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외설춘향전』에서 이몽룡이 이한림의 아들이라는 것과 용모가 준수하다는 것 외에는 독자들의 순진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간다.
초립동 시절을 제외하고는 곳곳의 서당만 섭렵 했던 탓으로 글을 읽는 데 구미 떨군 지 오래되어 총기 있던 두뇌가 근자에 이르러 돌대가리가 되었고 이도령에게도 그러한 재간 한 가지는 가지고 있으니 바로 여자 잡아먹는 기량이니 파락호라 하겠다.
즉 결혼 적령기의 나이에 이미 순결성이 없다는 것이다. 고전 소설의 애정소설에서 남녀가 아름다운 외모와 순수성을 유지하는 것과는 그 출발점이 다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몽룡에 대한 작가 김주영의 시선, 즉 수용 성향을 알 수 있다. 즉 순수한 사랑을 통해 인간적 만남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으로 춘향과 만남 이전에 순수성을 잊은 채 이몽룡은 아버지의 승진이라는 장치에 의해 춘향과 이별하고 이별 즉시 한양에서 방탕한 생활로 세월을 탕진한다. 춘향에 대한 사랑이 변함없길 바라는 독자들의 기대를 철저히 저버린다. 몽룡은 춘향과 헤어지며 눈물의 불망기(不忘記)를 건네준다.
남원 절색 춘향과 백년 두고 해로(偕老)키로 작정하고 저의 모녀 데리고
굳은 언약 성표(成標)하니 만일에 배약(背約)하고 마음과 몸을 헤프게 쓰고
춘향을 버리기로 한다면 귀신이 버히고 하늘이 양화를 내릴 것이니 이로써
증거하여 증표로 삼다.
정묘(丁卯) 4월
표주(標主) 자필 이몽룡
불망기를 건네주며 너를 두고 장안의 넓은 곳에 미녀가인 많다하나 너를 잊지 못해 내 가슴이 편할 건가 탄식하지만, 한양에 당도하여 사흘째 되는 날부터 색주가를 드나들면서 춘향이와 있었던 일을 자랑하고 다닌다. 「춘향전」의 이몽룡처럼 학문에 힘쓰지도 않고 남원에 남은 춘향이가 호색한 변학도에게 겪을 고난을 대비하지도 않는다. 독자들의 믿음을 철저히 배반하는 작가의 전략으로 권력을 가진 자가 성참판의 씨를 타고 났지만 한낱 코머리 기생 월매의 딸에 지나지 않는 춘향을 잠시 희롱했을 뿐이라며 분개할 것이다. 호색한 변학도가 부임하여 춘향이부터 수청을 들인다는 소문에 오히려 양반의 품위도 없이 변학도의 신연 인사차 상경한 이방에게 술을 얻어 마신다. 춘향의 처지에 무관심한 내용에 독자들은 실망한다. 그렇다면 독자들의 기대를 전환시키는 「춘향전」의 변주를 작가는 왜 시도하는가. 이 점이 『외설춘향전』을 읽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독자에 지나지 않던 김주영이 「춘향전」을 읽고 수용하는 성향의 문제일 것이다. 작가의 기대 지평이 『외설춘향전』으로 재생산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몽룡의 일탈을「춘향전」에 대한 작가의 수용성향 살피기가 새로운 방식의 읽기가 될 것이다. 탈봉건 시대의 문학적 담론은 「춘향전」에서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에 큰 장애요인이 신분의 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 쓰고자하는 작품에서는 신분의 벽을 극복하는 방법을 채택하게 된다. 그러나 춘향의 신분상승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므로 이몽룡의 과도한 일탈이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계속의 춘향이의 신분상승도 어렵고, 두 사람의 사랑을 포기시킬 수도 없고, 결국 이몽룡의 신분을 낮추는 방법을 택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현실적으로 신분에 변동은 없지만 전략적으로 개연성 있는 소설이 가능할 것이다. 이몽룡의 타락으로 내면적인 계급적 균등이 이루어진다. 변학도처럼 가진 자가 폭력으로 사랑의 탈취가 가능하던 시대 속에 이몽룡의 과거 급제는 보다 큰 힘으로 사랑을 지키는 것으로 그에 비하면 합리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원 설화와 암행어사 설화의 합성으로 만들어졌다는「춘향전」을 김주영은 이와 같은 재창조 과정에서 이원화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1. 강화된 공간의 설정
『외설춘향전』에서의 하향적 균등을 이몽룡 개인의 문제로 처리함으로서 「춘향전」이 사회적 관점에 호소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집단 중심 사고의 농경시대 유형에서 산업화 사회, 민주화가 일정 정도 진전된 시대인 1990년대의 개인 중심 사고 유형을 반영한 셈이다. 공동체 속의 일원이 아닌 혼자서도 충분히 즐기는 문학소비자들의 시대. 이런 개인주의적 소비 감각 시대가「춘향전」에 요구하는 것은 둘 사이의 신분의 벽을 허무는 노력이란 두 사람의 사랑밖엔 없다는 것이다. 일방의 일탈이라는 희생 속에서도 순수한 사랑의 완성에 김주영이 초점을 둔 것으로 고소설과 같은 성격의 작품을 쓰지 않겠다는 시각으로 보인다. 일탈이라는 이몽룡의 사건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신분의 하향적 평등에도 있지만, 독자입장에서는 그것이 춘향과 변학도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하는 점이다.
변할 수 없는 악역은 역시 변학도이다. 변학도는 성질이 혹독하며 음정이라면 범상치 않은 인물로 설정되어 남원부사로 부임하면서 춘향이라는 기생을 알게 되었다. 춘향이 기생으로 설정되어 있으나, 춘향의 신분이 반드시 기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기생의 신분을 기준으로 나누면 비기생계와 기생계로 구분할 수 있으며, 기생으로 되어 있는 것이 고형이고, 신재효의「춘향가」에서는 성천총(成千摠)의 서녀로 나와 중간형을 이루며「열녀춘향수절가」에서 성참판의 서녀로 나와 있는 것은 갑오개혁 이후의 신분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후기본(後期本)적인 색채가 짙다. 변학도가 춘향의 정절을 시험하는데 필요한 권력을 얻고자 한다. 혹독한 만큼의 넉넉한 재물로 요로의 고관에게 뇌물을 주어 남원부사 자리를 꿰찼으며, 주색에도 거침이 없다. 한양으로부터 먼 남원까지 온 것은 남원이 색향이기도 하지만 춘향에 대한 음정을 품었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주위를 돌아 볼 기회조차 없이 천민자본주의에 짓눌린 현실에서 그 대표적인 성향의 인물로 변학도를 배금주의자로 수용한 것이다.
관이 백성을 지배하던 시대에서는 통제 받지 않는 권력이 가장 큰 무기로 기능될 수 있었다. 남의 사랑을 빼앗기에 충분히 강력한 무기였을 것이다. 변학도는 권력은 물론 대대로 전해 내려 받은 세전지물(世傳之物)까지 소유하고 있다. 권력으로만 춘향을 유혹하려다 실패하는 과거의 변학도 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갖추고 있으므로 춘향을 수청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과거의 패배를 뒤집어 변학도에게 지평의 확장을 열어준 것이다. 즉 춘향을 두고 이몽룡과 변학도는 경쟁 관계인데 과거에 권력만을 가지고 있던 변학도로서는 유력한 집안에서 학문에 힘써 새로운 더 큰 권력을 얻은 이몽룡에게 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작가 김주영의 경우는 이몽룡의 타락을 통하여 그의 경쟁력을 약화 시키고자 했다. 이는 이몽룡과 변학도의 대결구도에서 이몽룡을 약화시켜 긴장된 사랑의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작가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춘향을 가지려는 변학도의 음흉한 계획에 장애물은 없어 보이고 오직 진실한 사랑으로만 무장한 춘향의 순수함은 시련을 맞게 된다. 거칠 것 없이 충천한 변학도의 사기에 춘향이 꺾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독자들의 긴장감을 더욱 팽배시키기 위한 장치로 남원으로 향하는 변학도의 발길을 자주 묶어 놓는다.
독자들의 시선이 춘향에게만 향하고 있을 때 변학도는 수시로 봉변을 당하는데 『외설춘향전』에서 새롭게 등장시킨 최씨부인과 장돌림으로 변학도를 망신 주는 역할을 맞는다.
변부사의 입술 가녘에 허연 침버캐가 부글거렸다. 그러나 그 때 변부사에겐 뇌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더라. 그것은 바로 과천 객사를 지키던 수직꾼에게 당한 봉변이었다. 아직까지도 허리와 어깨가 결려서 욱신거리고 있는 그날의 봉변이 뇌리에 떠오르는 순간, 변부사는 뒷덜미가 섬짓하였다.
이는「춘향전」에 대해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 대해 충격이라는 배반 행위를 하는 것이다. 권력과 세전재물을 악용하여 순수한 춘향을 괴롭히는 변학도에게 적개심을 갖게 하고, 그가 당하는 봉변은 그 표현의 방편으로 독자들에게 항거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2. 개성있는 인물의 창조적 변용
앞에 서술한 바와 같이 『외설춘향전』에서는 춘향의 탄생에 대하여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데 이러한 선택은 작가 김주영의 소설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의 계획을 이해하기 위하여 먼저 춘향의 아버지인 성참판 성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뒤늦게 얻은 기둥서방인 성참판이란 위인으로 말하면 시쳇말로 그 됨됨이가 맹물이었다. 물에 물 탄 사람이요 술에 술 탄 사람이었다. 성품이 모난 구석이 없고 풍골 또한 준수해서 남원부중에서 서울 흥인문까지 서캐 잡듯 뒤진다 하더라도 남원 성참판 두고 막된놈이라고 섣불리 헐뜯거나 매도할 위인은 찾지 못할 사람이었다. ...(중 략)... 동류들께보다는 남원의 상것들에게는 존경받는 처지로서 실속은 없었다.
이같은 성향의 성참판 씨를 빌렸다. 죽음으로까지 몰리며 지리산의 정기를 흠뻑 받고 태어난 춘향이 비록 코머리 기생 월매의 몸을 빌리긴 했으나 그 씨를 감출 수 없었다. 결국 탄생의 긴 서술은 춘향의 성격을 규정짓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과연 그 달부터 태기가 있어 근신하고 몇 달을 기다렸겠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온 방안에 이상한 향기 그득 차고 안개 자욱하더니 엉덩짝이 스믈스믈 아파왔다.
「춘향전」의 이본들은 춘향의 외모와 성격을 모질거나 부정적으로 모습으로 묘사하지 않았다. 춘향의 순수한 사랑과 정절이 숭고하게 지켜지고 보호받기를 바라는 독자들의 기대 지평이 시공간과 장르에 무관하게 변할 수 없는 것이『외설춘향전』에서도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역시 곱고도 아름다우며 강인한 춘향의 성격과 일탈하여 일그러지고 뒤틀린 이몽룡의 성격이 흑백처럼 대비를 이루며 춘향의 행실을 더욱 돋보이게 작용한다.
춘향의 아비인 성찬판의 성격을 자세히 서술하고 씨 뿌리고 숨진 희생 위에 춘향이라는 꽃을 피워 낸 것이다. 춘향은 진선미 그리고 사랑의 귀감으로 권력으로부터 핍박 받는 한편 항상 독자와 관객이라는 응원세력이 있었다. 지고지순한 춘향의 성격이 드러날수록 독자와 관객의 호응은 더욱 강하게 수용된다. 성참판으로부터 춘향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성격은 못난 이몽룡의 성격과 좋은 대조를 이루면서 많은 독자들이 춘향에게 지원을 보낸다. 김주영의『외설춘향전』에서도 연약한 춘향을 권력의 폭력에 노출시킴으로서 권력에 맞서는 백성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작가의 숨은 의도를 알 수 있다.
온갖 봉변을 당하며 임지인 남원에 당도하면서 변학도와 춘향의 대립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며, 작가의 역량이 더욱 빛을 발한다. 변화하는 시대적 편차에도 변함 없는 독자들의 기대지평은 춘향의 정절이 무도한 권력에 무너질 수 없다는 다짐 속에 정절을 지키려는 춘향을 최대의 시험에 들게 하며 긴장의 국면을 높인다. 기생의 딸 하나를 꺾기에 충분한 권력을 이미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세전지물까지 보태져 있으니 변학도의 준비는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것도 부족하여 작가는 경쟁의 한 쪽인 이몽룡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켜 경쟁력이 없는 존재로 남게 한다. 사랑의 위기의 장면은 춘향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의 기대지평을 갖고 있는 독자와 관객을 배반하며 더욱 긴장시킨다. 긴장감이 고조될수록 독자들의 쾌감은 배가된다. 그러므로 춘향의 고난으로 더욱 팽팽해진 긴장감으로 사건의 깊이는 깊어지고 인식의 장면 과정을 거쳐 행복한 결말을 향한 상승력은 강해지고 있다. 김주영이 창조하여『외설춘향전』에서 새로 등장시킨 최씨부인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다.
“춘향이 딴에는 이 서방인가 빈대 서방인가 하는 그놈에게 일편단심이라, 사또의 약수발이라 한들 외간 사내를 병간하는 외람된 일이라 생각해서 내가 부릅뜨고 윽박지르면 제 어미 입에다 버선짝을 틀어막으려 들텐데 우리들끼리 공론한들 소용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최씨인가 하는 그 여편네가 옥에 갇힌 이후로 춘향이가 날 받들고 보필하는 거조가 지난날과 같지 아니하니 그런 춘향이가 날 측은하게 여기고 첫 고지나 듣겠습니까” ...(중 략)... “어머님, 신관사또 약수발이라면 제가 가겠습니다. ”
변학도는 최씨부인을 이용하여 춘향을 유혹하고 그의 효심을 기억하는 독자들의 관심은 이 장면에 집중한다. 여타「춘향전」에 나타나지 않는 최씨부인의 등장으로 춘향의 정절의 위협을 고조시키려는 작가 김주영의 선택으로 보인다. 이것은 최씨부인의 본 마음이 아니라, 성참판의 본처의 격에 어울리게 춘향의 효심과 정절에 감복하여 춘향을 구하는 일 뿐 아니라 변학도를 골탕먹이는 일에 나서기도한다.
모든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변학도와 더 이상 한 발도 내디딜 곳 없는 춘향의 팽팽한 갈등은, 갑과 을의 갈등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갑과 을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될 것인지, 지속될 것인지, 춘향을 전폭적으로 응원하는 독자들은 변학도에게 올리는 탕약과 최씨부인을 교환하고자 하지만 춘향을 꺾고자하는 일념을 가진 천하의 바람둥이 변학도가 이러한 의도를 모를 턱이 없다. 작가의 전략이 독자들의 기대를 넘어 춘향이 변학도의 잔허리를 깔고 앉아 장독을 치료를 돕게한다. 이방이 집으로 달려와 심하게 재촉하는 바람에 고쟁이조차 입지 못하고 달려온 춘향이를 기억하는 독자들은 실망이 깊어진다. 치마폭으로 가렸다지만 춘향의 거웃과 변학도의 잔허리가 서로 맞닿았으니 농밀하게 벌어지는 모습을 그리기는 어렵지 않다. 독자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게 될 것이다. 여러 장르로 변주되면서도 「춘향전」지켜온 춘향의 정절은 불변의 중심이며 「춘향전」의 사랑의 중요한 근거였다.
원본「춘향전」이 김주영의『외설춘향전』에 이르면 중심에 변화를 주는 작가에 의해 독자들은 의문을 갖는다. 이것은 90년대에 이르면서 60~70년대의 민주화와 노동문제, 이념 등의 제 사회문제에서 일정 부분 해방 되자 문학이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춘향이가 정절을 포기할 것인가 하는 염려는 아전들이 뒤늦게 돌아와 변학도에게 호되게 야단을 당하는 틈을 타서 춘향이가 빈 약사발을 들고 변학도의 방을 빠져 나오는 동안 계속된다. 이후에도 변학도는 춘향을 꺾으려는 집념 때문에 온갖 봉변을 당하고 춘향은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정절을 지킨다. 평민의 여자를 빼앗으려는 관리에 대응하는 구조를 보여주며 독자들의 팽팽한 긴장은 위기감을 상승시키고, 그것을 극복하고 사랑을 쟁취하는 여타「춘향전」의 전략과 동일하다.
어느 이본에서도 볼 수 없던 두 인물이 『외설춘향전』에 등장한다. 독자들은 최씨 부인과 장돌림을 창조하는 작가의 의도를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이 둘의 역할은 정절을 지키려는 지순한 춘향을 돕는 일이다. 하지만 최씨 부인은 월매와의 다툼으로 감옥에 갇히고, 이는 곧 남원에 부임하는 변학도에게 춘향이 수청 들도록 하는 중요 요인이 된다. 삼강행실도의 성품인 춘향이가 어머니로 부르는 최씨 부인의 수감은 춘향에게 용납될 수 없는 억압인 것이다. 보지 않고도 전후사정을 짐작한 교활한 변학도는 놓칠 수 없는 이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여 춘향을 피할 수 없는 궁지로 몰아넣고, 춘향은 심각한 위기에 놓인다. 『외설춘향전』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두 인물은 작품의 긴장감을 고조 시키고 흥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톡톡해낸다.
춘향은 변학도의 장독을 치료하는 일을 도와주면서 갈등의 최고점까지 끌어 올리고 최씨부인을 풀려나도록 하고, 위기에 빠진 춘향을 아전들이 돕는다. 이후 춘향의 애정을 얻으려는 변학도는 이몽룡을 모방하면서 월매에게 잘 보여서 춘향을 갖고자 한다. 아이를 생산지 못했을 뿐 여걸 성격을 가진 최씨부인은 변학도를 물리친다. 이몽룡과 변학도는 춘향의 사랑을 얻고자하는 공동의 목표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다. 하지만 보다 유리한 조건의 변학도는 실패하고, 이몽룡은 성공한다. 소설 속의 당시의 사회 현실에서는 일부종사라는 가치관에 춘향이 순응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첫 만남의 순수함에서 몽룡에 대한 지순한 사랑으로 볼 수 있는가. 독자와 관객의 기억에 춘향은 정절을 지키는 여자로서 이는「춘향전」의 원천이다.
자신을 어머니로 부르는 춘향을 위기로 몰아 넣는다는 측면에서 춘향의 조력자로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면과 춘향을 위기에서 구하려고 변학도와 맞서 춘향을 돕는 조력자로서의 이중적 역할을 위하여 작가는 최씨부인을 창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처음부터 일관되게 적극적으로 춘향을 돕는 일에 재물과 지략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 장돌림이다. 여러 장마당을 돌아 다니며 물건을 파는 장사꾼이니 부족한 학식에도 견문은 넓힐 수 있었을 것이고,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에서 백성을 깨우쳐 의식을 부여토록 힘쓰는 인물이다. 그는 실의에 빠진 이몽룡에게 용기를 주어 설득하고 남원부로 향하는 변학도를 도중에 봉변을 주어 독자들에게 시원함을 안겨 한을 풀어 준다. 구조상으로 보면 그의 행동은 부임길의 변학도를 괴롭혀 독자들을 텍스트 내에 묶어 놓는 역할을 충분히 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타락한 권력자에 갖는 울화를 대리로 해소시켜 주기도 한다.
당시의 피지배계급의 저돌적인 행동양식으로써 선뜻 어울리거나 접근할 수 없었던 양반계급이 지닌 한계를 보면서 독자는 쾌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춘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수행아전들이 동헌에 당도하여 춘향을 구하는 유기성을 획득하고, 이와 관련된 제반 사건들이 춘향의 구출과 고리를 연결하고 있어서 독자들의 기대지평을 충족시켜 준다.
3. 서사구조의 특징
고전 소설에서 서민 소설의 최고봉은 소설「춘향전」으로 양반 소설인「구운몽」과 대립적 위상을 갖는다. 소설「춘향전」은 판소리를 소설화시킨 판소리계 소설이며, 「구운몽」은 양반 사대부의 귀족 창작 소설로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순환과 초월의 세계를 펼친다. 직선적이며 개방적으로 서민의 문제를 다루는 소설「춘향전」은 서민의 소망을 노골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상스럽고 때로는 익살스런 표현으로 서민독자층을 매료시킨 고소설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서사는 독자에게 특정한 불안을 일으키고, 실로 그를 괴롭히고, 이런 긴장들을 본 줄거리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이야기들로 고조시키고, 그리고 나서는 긴장을 풀어 주고, 스릴이 넘쳐 진정시킬 수 없는 소설은, 분명 불안이 일으키는 즐거움에 이른다. 즉, 수많은 ‘낭만적’ 독자들을 대단히 흥분 시키는 문제를 갖고 진행한다. 이처럼 끊임없는 소망만큼이나 욕망되는 불안은, 서사가 갖는 에너지와 역동적인 긴장이 결말에서는 순수하게 마무리 될 수 없다. 시작된 긴장의 순서가 숙명적으로 붕괴되리라는 두려움이 원본「춘향전」을 새로 쓴 김주영의『외설춘향전』에서도 나타나며, 장돌림과 최씨부인의 창조는 긴장과 해학을 더욱 강화한다. 춘향의 갈등은 이몽룡의 구애로부터 비롯되는데, 춘향에게는 행운일 수도 있겠으나, 일시적 애정로 끝나고 만다면, 신분상승과 진실한 애정을 바라는 춘향에게는 불행일 뿐이다. 이 갈등은 이도령이 춘향의 신분 갈등과 진실한 애정 성취에 있어서 적대 세력이 아니라 오히려 협조 세력임이 확인됨으로써 해소 되고, 춘향의 갈등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본질적인 갈등으로 발전해 나간다. 곧 이도령과의 이별과 변학도의 수청 요구이다. 춘향이 겪는 갈등은 이도령과의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의 폭력과 맞서는 것이다.
갈등의 전환은 『외설춘향전』의 작품구조를 설화적 평면성을 극복하는 내적 계기로 되며, 궁극적 갈등은 춘향의 신분갈등, 열녀의식으로 신분 상승을 성취하는 방어기제가 된다. 이러한 처절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춘향의 자기 성취를 위한 투쟁은 철저히 짓밟혀 죽음 직전에까지 내 몰리기에 이른다. 반복되는 불행은 독자에게 불안한 즐거움을 준다. 춘향의 처절한 투쟁과 성공의 결말은 당대 민중의 공감 획득과 민중의 희망에 부합한다.
Ⅴ. 맺음말
독서에 있어서 독자의 모든 경험은 문학의 이해 과정의 중심을 점한다. 즉 독자는 경험으로 축적한 마음속의 인물,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기억에 의존하는 ‘기대지평’을 갖는데 그러한 기대지평은 지속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독자들은 독서 중에 변화된 기대지평을 가지게 된다. 앞에 기술한 바와 같이 작품의 이해는 작품과 작가와 독자의 각각의 기대지평이 재구성되고 이들의 지평이 융화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외설춘향전』에 대한 본고의 검토도 동일하여 「춘향전」에 대하여 갖는 김주영과 독자의 두 가지 기대지평이 융합하는 ‘재구성지평’에 초점을 두었다.
춘향과 몽룡 사이의 신분이라는 거리 문제는 기존의「춘향전」연구에서도 제기되는 문제로서 본고에서는 이몽룡의 강화된 일탈을 작가의 전략으로 이해한다. 신분의 하향적 평등이 순수한 애정을 보장하는 장치로 수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이몽룡이 변학도의 경쟁상대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못하도록 함으로서 춘향의 고독은 더해진다. 고조되는 긴장감 속의 춘향의 사랑은 더욱 빛을 발하고 그 장면에서 독자들은 통쾌한 전환을 목격한다.
복잡다기(複雜多技)한 현대사회의 문명의 흐름을 포착하고 급변하는 오늘의 시대에 적응해 가는 현대인의 사고와 심리의 표현을 요구하는 독자를 위해서는 ‘표현영역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다. 이점에서 『외설춘향전』은 지루한 문학을 거부할 수 있는 독자의 권리를 확인시켜 주었다. 이 작품의 텍스트가 수용자를 향한 제반 호소구조의 그물망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고, 이 텍스트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독서과정, 즉 독자에 의해 구체화될 때 작품이 완성된다는 점을『외설춘향전』이 수용한 결과이다.
판소리계 소설인「춘향전」의 그 밖의 이야기라는 제목을 가진『외설춘향전(外說春香傳)』역시 판소리 소설이 가지고 있는 구어적 특성을 그 문체에 반영하고 있어 일상적 언어의 생동감 있는 표현과 사실적인 묘사를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어, 원본「춘향전」의 구성상의 완성도를 지키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춘향의 절개와 정절을 부덕의 상징으로 숭상하고 기리는 남원의 ‘춘향제’가 올해로 86회를 맞는다. 우리민족의 영원한 고전인 「춘향전」은 시대와 장르를 달리해 가면서 끊임 없이 우리와 대면하고 있다.『외설춘향전』의 현대적 변용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으로 좀 더 폭넓은 고찰을 기대한다.
참고문헌
1. 기본자료
김주영, 『외설춘향전』, 민음사, 1994.
2. 단행본
간호윤,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김영사, 2010.
경일남, 『고전소설의 창작기법 연구』, 아세아 문화사, 2008.
권순금, 『고전 그 새로운 이야기』, 숨비소리, 2007.
김경미, 『소설의 매혹』, 도서출판 월인, 2003.
김광순, 『한국고소설사』, 국학자료원, 2001.
김병국 외, 『춘향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도서출판 박이정, 1996.
김수봉, 『서사문학의 반동인물 연구』, 국학자료원, 2002.
김주영, 『멸치』, 문이당, 2005.
김주영,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문학동네, 2013.
김주영, 『객주』, 문학동네, 2013.
김진영, 『고전소설과 예술』, 도서출판 박이정, 1999.
김현주, 『판소리 읽으며 풍속화를 보다』, 도서출판 보고사, 2013.
박태상, 『고전소설강독「워크북」』, 한국방송통신대학출판원, 2016.
박태상, 『조선조애정소설 연구』, 태학사, 1999.
백완, 『애정 고소설의 시간구조』, 도서출판 박이정, 2003
설성경, 『춘향전 통시적 연구』, 서광학술자료사, 1994.
송성욱, 『춘향전』, 주)민음사, 2004.
송진한, 『조선조 연의 소설의 세계』, 전남대학교출판부, 2003.
이복규, 『우리 고소설 연구』, 도서출판 역락, 2004.
이상택, 『한국 고전 소설의 이론』, 2003.
이창헌, 『경판각 소설 판본 연구』, 2000.
이호, 『서사문학과 이데올로기』, 예림기획, 2000.
정하영, 『춘향전의 탐구』, 집문당, 2003.
조광국, 『한국 문화와 기녀』, 도서출판 월인, 2004.
조성진, 『춘향이가 읽은 연애소설』, 앨피, 2006.
한채화, 『개화기 이후의「춘향전」연구』,푸른상사,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