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간한 식당의 다양한 메뉴 중에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제육볶음이다. 제육볶음은 육류를 섭취하고 싶은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어느 정도 만족을 주는 메뉴다. 그러나 맛있는 제육볶음을 먹어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신뢰할만한 서민음식 중심의 모 블로거가 얼마 전 올린 ‘제육볶음이 맛있다’는 포스팅을 보았더니 마침 사무실에서 가까운 식당이었다.
젊은 직원 두 명과 함께 이른 점심을 먹으러 달려갔다. 참고로, 본인을 포함하여 세 명 모두 몸무게가 90kg 이상의 거구다. 제육볶음 맛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직업적 호기심이었다. 제육볶음은 구이 전문점에서 간편하고 집중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식사메뉴’의 특성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식당의 상호는 ‘오제섞어’였다. 풀이하자면 ‘오징어 제육 섞어’라는 뜻이다. 이 앞을 지나다 여러 번 본 식당이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냥 무심코 지나쳤다.
궁금했던 메뉴가 ‘오징어 제육 섞어’지만 세 명이 모두 식욕이 왕성해서 안주류인 ‘오 제 떡 섞어(大)’로 주문했다. 아무래도 보통 사람보다 양이 많은 것을 감안한 주문이었다. 돈이 조금 더 들어가더라도 직원에게는 풍성하게 밥을 사야한다는 것이 본인의 지론이다. ‘오 제 떡 섞어’에 들어가는 오징어와 돼지고기는 국내산이라고 표기되었다.
우리가 모두 사진을 찍어대니 남자 주인이 어디서 나왔냐고 물었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나왔다’고 현답(賢答)을 했다. 사실 방문한 우리 세 명 모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식당만 가면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오(징어) 제(육) 떡 섞어(대)‘ 가격은 2만5000원이다. 음식이 금방 나왔다.
우선 양이 충분하고 푸짐하다. 우리 기준으로 푸짐하다고 하면 정말 많은 양이다. 딱 보기에 때깔이 좋았다. 음식에도 맛있어 보이는 색이 있다. 수 십 년 갈고 닦은 외식소비자 관점에서 딱 보면 알 수 있다. 주방에서 조리를 마쳤기 때문에 약한 불에 휘 저으면 섭취 준비 완료다. 11시가 조금 넘어서인지 종업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과 식당 직원들이 같이 밥을 먹는 형국이었다.
원육 좋고 양념 맛도 맛깔스러워
이 메뉴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부위는 앞다리 살이다. 근래 들어 돼지고기 원육 가격이 많이 올랐다. 이런 푸짐함을 이 가격에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육 자체가 맛있고 쫄깃쫄깃하다. 물어보니 제주도산 고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다소 퉁명한 말투의 식당 주인장이지만 자신의 음식에 자부심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전에 기고했던 동묘의 김치찌개집도 돼지고기는 꼭 제주도산을 사용한다고 했다. 제법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다.
주인장과 종업원이 고기를 먹을 때 콩나물을 곁들여서 먹으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삭아삭한 콩나물 식감이 제육과 궁합이 잘 맞는다.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제육양념이었다. 달지도 짜지도 맵지도 않은 딱 밸런스가 잡힌 달곰삼삼한 맛이다. 입에 짝짝 붙는 양념 맛은 숙성이 잘 된 것 같았다. 고추장 양념과 고춧가루를 반반 정도 섞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양념에다 밥을 비벼서도 먹었다. 적당한 불맛이 나고 매운 맛이 강하지 않아 먹기에 편하다. 오징어도 은근히 씹히는 맛이 괜찮다. 제육 돼지고기만 먹으면 좀 질릴 수 있기 때문에 오징어를 섞은 것 같다. 돼지고기와 오징어도 서로 밸런스가 맞는다. 더욱이 소양인(少陽人)인 필자는 이 음식이 딱 체질에도 맞는다. 돼지고기나 오징어 모두 소양인에게는 맞는 식품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열심히 잘 먹어대는 젊은 직원들이 살이 무럭무럭 찐 것은 타고난 식성과 더불어 직업적인 특성도 있다. 어떤 날은 벤치마킹이라는 미명 아래 하루에 6~7끼 이상을 먹는다. 특히 일본에 갔을 때는 8끼도 불사한 적이 있다. 모두들 음식과 외식산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유한 청년들이다. 거구의 젊은이들은 나이답게 패션에도 꽤 신경을 쓰지만 오늘도 역시 예외 없이 잘 먹고 있다.
메인 음식은 맛있지만 반찬은 매우 단출하다. 깍두기도 평이하다. 가래떡은 양이 좀 더 많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반찬은 부실(?)하지만 메인 음식이 워낙 괜찮기 때문에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은 줄 수 있다. 그래도 깍두기는 좀 아쉽다. 지금이 겨울철이라 무가 맛있는데 말이다.
세 명이 넉넉하고 만족스럽게 배를 채웠다. 그러나 안주인 ‘오징어 제육 떡 섞어’는 점심시간에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겐 한가한 시간이어서 제공했다고 한다. 점심때는 오징어 제육을 주문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같은 탐식가(貪食家)들이라면 일찍 가서 이 메뉴를 주문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이 메뉴가 저녁 술안주로는 다소 한계가 있다. 물어보니 역시 저녁 술안주로는 판매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제육에 삼겹살 등 생고기를 병행 판매하면 점심과 저녁 매출 밸런스를 맞출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직업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 먹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오는데 뒷맛과 속이 편했다. 원칙 있게 음식을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출 (3인 기준) 오제떡 섞어(大) 2만 5000원 + 공기밥 3그릇 3000원= 2만 8000원
<오제섞어>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41길 8 02- 573-1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