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9차 강원 원주 치악산 수레너미길 3코스(2024.7.25.)
오늘은 강원도 치악산 자락에 있는 수레너미길 3코스를 다녀왔습니다. 원래 코스는 태종대에서 주차장가지 약 13km나 되는 길인데 차가 4km지점까지 데려다 줘서 약 9km를 걷는 코스였습니다. 아주 편안한 길인데도, 여자 대원들은 한 분도 A팀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지난주에 혼이 나서 그러지 않았나 생각되었습니다. 오늘 많이 후회하셨을 겁니다.
무더웠지만 아주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초입 얼마간 큰 대로라서 그늘이 없었고 나머지 길은 골짜기를 따라서 작은 재를 넘는 코스여서 가끔씩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기도 하고 큰 비가 온 뒤라 물도 많고, 물소리도 좋아서 편안한 트래킹이었습니다.
나는 왜 여기에 태종대가 있으며, 수레너미라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궁금했는데, 알아보니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이곳을 다녀갔는데 수레를 타고 이 재를 넘었다고 해서 수레너미 재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여러 해 전에 금강산 관광을 갔을 때, 곳곳에 김일성이 다녀간 곳은 말할 것도 없고, 힘들어서 돌아간 곳까지 성역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욕을 했는데, 이곳 태종대와 수레너미 재의 유래를 보고 북한의 김일성 숭배가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길은 동학 2대 교주인 최시형이 이곳에서 많은 활동을 한 곳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는 이 길에도 우리 선조들의 수많은 애환과 역사가 어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감회가 새로워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밟고 다니는 어느 곳 하나 역사적인 의미가 없는 곳이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발자국의 땅, 지나가는 순간순간이 참으로 놀라운 시간과 공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특별한 사건을 보면, 단군이래 처음이라고들 말하지만, 저의 우주적 관점에서 말한다면, 우리의 이 순간은 빅뱅 이후 138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에서 처음 맞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지요. 그러니 내가 지금 하는 말 한마디, 무심코 내딛는 이 한 발자국이 우주가 생긴 이래 처음인 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너무 많이 나갔나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비록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 우리의 한순간 한순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우리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각설하고, 오늘 같은 산행은 산행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편안한 길이었습니다. 제가 산행을 가끔 음식에 비유했었는데, 오늘 산행을 비유하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산행에서 내가 ‘죽’이라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죽은 아니고 국수쯤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술술 넘어가는 국수가 오늘 산행을 비유하기에 딱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냉면에 비유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이것은 좀 너무 과한 비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버스에 짐을 내려놓고 골짜기에 내려가서 시원하게 내 달리는 물에 몸을 담갔을 때는 정말 최고로 시원한 냉면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시원한 냉면이 어디 있을까요? 우리만 시원한 냉면을 먹었는데 이 냉면 못 먹고 오늘 온면을 잡수신 분들에게는 너무 죄송하네요.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주 회장님께서 약속하신 아아이스크림을 사 주셔서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오늘도 정말 멋진 하루였습니다. 회장님 표현을 빌리면,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 편’이었습니다.
한가지 빠졌네요. 제가 지난주에 선글래스를 잃어버렸는데 이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김정기 부회장님이 자기가 가지고 있던 선글래스를 하나 주었습니다. 써 보았더니 모두들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하네요.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크네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첫댓글 일년중 가장 덥다는 중복날.
오늘중 가장 덥다는 한낮의.
더위를 가장 시원스럽게 보낸
우리는 가장 행복한 산악회원들입니다. 목요천봉산악회 만만세...
감사합니다.
무더운날씨에
수고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