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모텔
새벽 두시를 알리는 시계 초침은 째각째각 부지런히 가고 있다.
순연은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하니 카운터 밖을 응시하고 있다.
정말 이 시간 되면 짜증나고 할 일이 없다.
잠을 자고 싶어도 실내에 달려 있는 cctv 때문에 함부로 누워 있을 수가 없다.
‘아함....아 오늘따라 손님도 없네...에이..심심해.“
순연은 앉아서 꼬박꼬박 눈을 감고 몰래 도둑잠을 잔다.
한참을 그러다 시계를 보니 2시 15분.
시간 정말 안간다.
이 직장도 감사해야 하지만, 정말 짜증나는 곳이다.
그녀가 고졸의 학력으로 갈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러브모텔의 카운터 안내 자리도 아버지의 부탁으로 들어와서 그만두고 나갈 수가 없다.
주간보다는 야간이 급료가 짭잘해 버티려고 노력중이다.
키 155cm에 몸무게 60kg인 그녀는 아직까지 남자와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는 순수한 숫처녀이다.
남자관계를 안했다기 보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남자들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고 그런 올해 34의 불쌍한 노처녀이다.
몇 년 팡팡 놀다가, 이제 돈이 떨어져 러브모텔 카운터 아줌마로 앉아서 cctv의 눈치를 보면서 몰래 도둑잠을 자는 그녀는, 웬지 오늘밤 슬프다는 생각을 한다.
아..하품을 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9층에서 멈춘다.
9층은 ‘러브모텔’의 전용 층수이다.
아무 관심없이 응시하다가, 손님들이 내리는데 너무 잘생긴 남자와 중후한 여인이 팔짱을 끼고 내린다.
부부겠지. 하고 별 다른 생각없이 ‘어서오셔요.’라고 인사를 한다.
순연은 이곳이 경기도 외곽의 군부대 시설 모텔이라 가끔 부부가 저러고 오면 아들 면회오거나 아님 그렇고 그런 사인 것이다.
그러니까, 서울에서는 둘이 만날 수 없는 그런 애인관계의 사이인 것이다.
흔히 드라마에서 말하는 불륜의 연인 관계인 것이다.
지금 들어온 손님은 아직 부부관곈지 연인관곈지 잘 모르겠다.
밖이 한참 추운데 남자는 멀끔히 양복을 차려입고, 한손에는 자동차 키 열쇠가 쥐워져 있다.
서류가방을 한손에 들고, 여자를 에스코트한다.
여자는 모피를 두르고 높은 힐을 신고 이 추운날 이쁜 치마를 입고 당당히 남자 옆에 서 있는데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다.
여자를 보는 순간 순연은 속으로부터 올라오는 화를 참을길이 없다.
그냥 화가 난다.
긴 머리를 살짝 말아올린 여자의 모습이라든지, 잘생긴 남자의 부인 아니면 애인인데, 순연은 불륜의 애인이길 내심 바라고 있다.
저 여자가 저런 멋진 남자의 아내라는게 그런 행복한 주인공이라는게 멋지게 차려 입었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나빴다.
남자가 입을 연다.
“빈방 있으면 하나 주세요.”“네 하룻밤 묵으시면 5만원 이구요. 왼쪽으로 돌아가셔서 914호입니다.”
“내일 12시에 퇴실해 주셔야 하구요. 더 연장하시려면 추가 요금을 더 내시면 됩니다.”
남자는 순연의 설명을 듣고, 가만히 열쇠와 목욕가재도구를 받아들고 여자를 에스코트해서 간다.
-다음에 계속-
첫댓글 언제 쓰신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모텔의 경우 목욕가재도구는 욕실에 구비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