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 <칼럼니스트>
많은 사람들은 개구리는 3월 경칩이 되어야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토종개구리인 북방산개구리들은 빠르면 1월부터 산란이 시작된다. 올해 청주에서는 1월 29일쯤 첫 산란이 확인되었으며 제주도, 부산, 예산 등에서는 1월 25일쯤에 산란이 이루어졌다. 전국에 18개 풀뿌리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가 2010년부터 4년째 국립생물자원관과 함께 기후변화지표종인 북방산개구리 산란시기를 조사하고 있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북방산개구리의 산란시기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국가차원의 데이터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국적인 상황은 현장을 조사하는 전문가, 활동가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전국 곳곳에서 북방산개구리가 수난이라고 한다. 매년 11월부터 2월 사이에 북방산개구리 성체들에 대한 불법포획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산개구리 알까지 싹쓸이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개구리즙이 운동선수나 성인남성들에게 효과가 많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면서 수요가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맞물려 개구리 양식장이 전국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농촌지역 지자체들은 겨울철 농가 수익 창출을 위해 개구리 양식장 허가를 내주고 있다. 대부분 한국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북방산개구리가 양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산개구리는 서식지가 숲이다. 비닐하우스에 연못을 만들고 개구리 알을 포획하여 증식을 시킨다고 하더라도 올챙이에서 어린 개구리로 변태를 마친 후 안정적인 먹이 공급을 통해 성체로 키워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은 어린 개구리들이 본능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비닐하우스에 계속 부딪혀 죽는다. 일부 성체로 키워내더라도 먹이공급이 문제가 된다. 귀뚜라미나 밀웜 등을 먹이로 공급하는데 사육비용이 많이 들어가 결국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요가 많다보니 개구리 양식 허가를 받고 실제 양식보다는 불법포획을 통해 산개구리를 확보하여 냉장고에 얼려서 팔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토종개구리 식용판매 도소매 홍보, 개구리 요리할 식당을 모집하는 광고가 청주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과연 이 개구리들은 어디에서 공급되는 토종개구리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2005년 야생동물 인공증식 관리지침을 통해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상업적 목적으로 인공증식을 하고자 하는 경우 포획 허가기준, 절차 등에 의해 포획이 가능하도록 열어놓고 있다. 한번(1회) 포획한 지역은 종(種) 보전을 위해 포획한 날로부터 3년간 포획한 지역 및 주변 일정지역은 동일종의 포획허가를 금지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지자체가 토종 산개구리의 멸종에 방조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흐르는 계곡물에 산란하는 계곡산개구리는 사방댐 공사로 인해 서식지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2월 말이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두꺼비들은 산란지인 방죽을 향해 내려오는 길에 차량에 깔려 죽는 로드킬 사고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일례로 청주 지북방죽의 두꺼비들은 로드킬 사고로 10년 사이에 200여 개체가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서식지 개발로 인한 양서류의 위협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종으로 지정된 수원청개구리는 수원에서 처음 발견되었지만 최근에는 수원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도시화에 의해 직격탄을 받고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던 참개구리도 도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안녕하지 못한 작은 생물인 개구리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처럼 이런 날이 오지 않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