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2021.10.10.
정원 꾸미기를 좋아하는 이는 자연을 사랑하는 걸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자연 친화적인가? 아마도 우리는 암묵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 또는 그것들이 이루는 지리적, 지질적 환경을 뜻한다. 결국 자연이란 사람의 힘의 개입 없이 이루어진 존재나 상태이다. 그렇다면, 사람과 자연은 별개의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힘이 개입하면 그것은 자연이 아니다.
아무튼 자연이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것이라면 우리가 가꾸는 정원, 우리가 좋아하는 꽃도 더는 자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정원은 자연을 모방해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요, 우리가 보고 심고 가꾸는 꽃도 나무도 인간의 뜻과 힘이 있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자연과 사람의 이분법이 현대 우리가 안고 있는 환경 문제의 시발점은 아닐까?
인류의 발전은 근현대의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사람 이외의 존재와 환경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다. 우리는 자연의 동식물에서 먹을 것을 취했다. 자연의 동굴에서 잠자리를 구했다. 자연의 동식물로부터 옷을 만들어 입었다. 자연이 없이는 인간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자연과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는 사람이 스스로 기른 것이다. 과거에 수백 명이 잠잘 수 있는 거대한 집을 짓고 우리가 발명한 냉난방 장치로 일정 온도를 유지하면서 산다. 인조 섬유로 옷, 이불, 신발을 만들어 입고 덥고 신는다.
이렇게 자연에서 얻은 그대로 또는 자연에 있는 그대로 먹고, 입고, 자지 않으려면 우리의 힘(노동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이것이 정착 생활이 시작되고 나서도 불과 수백 년 전까지 지속한 여전히 인간과 동물의 근력에 의존해야 하는 인류의 발전 과정이었다. 그다음 산업혁명으로 우리는 자연 속에 수십억 년에 걸쳐 축적된 자원과 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고갈시키기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는 자연과 별개의 존재로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 생각했다.
간략히 인류 역사를 되돌아보자. 인류는 140만 년 전쯤부터 불을 쓰기 시작했다. 불은 사람의 음식을 익히고 온기를 줌으로써 의식주 방식을 바꾸었고, 포식자와 곤충 등으로부터 보호 수단이 되었다. 또, 불은 산림을 파괴하는 수단이 되었다. 200만 년 전부터 뗀석기와 간석기를 사용하면서 사냥과 나무를 다듬는 수준이 향상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과 만여 년 전에야 정착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길러 자연에서 먹거리를 구하지 않게 되었고, 동굴에서 자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느린 발전 과정은 자연과 인간의 결정적 분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인류는 여전히, 산에서 나무를 구하고, 냇가에서 빨래하고, 우물물을 먹어야 했다. 강수량, 일조량, 토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사람의 노동력으로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해야 했다. 모든 것은 사람의 직접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은 점차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두 발로 걸어 나르기보다는 교통 기관으로 이동하고 운반한다. 더불어, 자연에서 얻는 것을 고도로 가공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자연은 아프게 되었다. 이제는 물조차 전처리해야 먹을 수 있고, 공기도 그냥 숨쉬기에 불안하게 더렵혀졌다. 우리가 쓰는 무엇 하나 자연에서 그냥 온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과정은 한 마디로 자연의 정복이었다. 농업의 시작과 더불어 거대한 신을 창조하면서, 인류는 자연에 대한 지배를 신의 섭리로 정당화했다. 그 온전한 지배가 완성되는 듯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람은 분명 자연의 성분으로 만들어지고, 자연에서 나왔고, 자연의 일부이다가 죽어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인간은 흙에서 왔다 흙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나. 그런데도, 자연과 인간을 별개의 무관한 존재로, “인간에 의해 정복되어야 할 것”으로 볼 것인가?
사람이 자연과 별개라고 보고, 자연에 존재하는 대로 쓰지 않고, 더불어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 결국 환경 문제의 근원이다. 세탁기와 같은 생활의 이기 없이 살기는 매우 힘들지만, 과도한 자연과의 분리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화살이 될 뿐이다. 자연에서 우리를 분리하는 만큼 우리의 삶의 터전인 환경, 생태계, 지구는 망가진다. <<도덕경>> 의 자연이란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라 한다. 너무 우리의 뜻대로 지구와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려 하지 말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 뜻대로가 아니라 원래 그대로(“스스로 그러하게”)놔두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멀리 자연에서 떠나 온 것은 아닌가?
*참고 자료
https://ko.dict.naver.com/#/entry/koko/c413f4f2bd48406eb455361de527dca0
https://ko.wikipedia.org/wiki/%EC%9E%90%EC%97%B0
https://ko.wikipedia.org/wiki/%EC%B4%88%EA%B8%B0_%EC%9D%B8%EB%A5%98%EC%9D%98_%EB%B6%88%EC%9D%98_%EC%9D%B4%EC%9A%A9#:~:text=%EB%B6%88%EC%9D%84%20%EC%B2%98%EC%9D%8C%20%EC%82%AC%EC%9A%A9%ED%95%9C%20%EC%8B%9C%EA%B8%B0,%ED%83%84%20%EC%A7%84%ED%9D%99%EA%B3%BC%20%ED%95%A8%EA%BB%98%20%EB%82%98%EC%99%94%EB%8B%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