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프방 가족들이 좋아하는 하이얀 색들도 없고
고급스런 가구 , 값비싼 소품들도 없지만 오래되고 낡은 것들이
가져다 주는 여유와 하나 하나 손으로 만들어가는 투박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 하나 의미가 담긴 오래된 물건들과 비록 화려한 자태를 뽐내지는 않지만
있는 듯 없는 듯 계절마다 수수한 꽃을 피우는 들꽃들이 어울려 사는 공간입니다.
울집은 2층짜리 개인 주택이예요. 신혼생활 6년을 청산하고 올 3월에 시댁과 합류.
떡하니 어머니가 쓰시던 1층을 차지하게 되었답니다.
3월에 이사해서 우선 한지로 거실도배를 혼자서 하루종일 걸려서 풀칠을 했네요.
애지중지하는 시디들. 한 600장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이 나라 저나라의 다양한 음악들을 듣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가죽 쇼파, 낡긴 했지만 아주 편안해요.
내 안에 우울함이 사는지 칙칙한 색들만 좋아하는 가 봅니다.
집안 눈씻고 보아도 하양이나. 화사한 색은 없으니, 앗 화사한 조각보 발란스가 있네요.
결혼할때 한복집에서 얻어온 깨끼쪼가리들 고이 모셔두다 이사전에 만들었어요.
햇살이 비친면 투명해서 더욱 예쁘답니다. 쇼파뒷공간은 나중에 무엇을 할지 고민중입니다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네요.. 거실밖으로 소박한 정원이 보입니다.
흙 한줌이 없어 모두들 화분에 담겨있고 비좁지만 그래도 지붕없는 야외니 키우던 아이들
그대로 키울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지...
쇼파 맞은 편 모습.
결혼 때 산 티비장은 이사온 집에는 너무 커서 안방으로 퇴출 당하고,
2층에서 쓰던 조그만 체리색 티비장을 한지로 리폼했어요. 사이즈가 아주 딱 맞아요.
옆에 있는 궤는 옛집에서 뜯어낸 마루짝으로 만든 건데. 이사 기념으로 어머님이 주셨답니다.
원래는 이 자리가 아닌데 사진을 찍으려니 쇼파옆에서 밀려났네요.
고가구를 좋아해서 퀼트로 고가구장식장을 만들어 봤어요. 살짜기 모양을 바꿔 오리도 두마리 올리고,
인테리어 하시는 분이 언제 가구 만드는 것 까지 배웠냐고 묻더이다.
이건 밤에 찍은 조각보 발란스 . 낮과는 많이 달라보이죠? 두가지의 색을 가졌답니다.
밤에는 칙칙이. 낮에 야리야리
워낙 인공적인 것을 싫어해서 커텐 봉도 오죽을 잘라다가 지끈으로 묶기만 했어요.
앗. 우리딸 얼굴이 찍혔네요. 귀엽지요.
화장실 문이 보이네요.
이사하며, 어머님이 집에 손대는 걸 싫어하셔서 겨우 화장실 공사만 했답니다.
저 문은 다음에 열어드릴께요.
벽에 메달린 내 작품들...
그리고 재산 목록 1호 오디오.
내 음악듣기를 풍요롭게 해 주는 우리집에서 가장 비싼 녀석.
저기 진공관을 예열하고 쇼파에 앉아 바느질 하며 듣는 스피커 소리는 아주 기가 막히답니다.
한지등은 결혼하고 곧 남편이랑 머리 싸메며 만들었답니다. 남편은 전기재료 사다 전등 연결하고
저는 한지공예하는데서 곁눈질로 훔쳐온 짐작으로 만들었어요. 파는등이 너무 비싼 관계로 재료비 만원으로 해결...
저 비싼 오디오를 떠받치는 넘은 얼렁뚱땅 만들어 썼던 다탁, 결혼전에 차보다는 술을 많이 마시던 탁자예요.
부엌쪽 모습 ,
저 맘에 안드는 시계는 결혼선물이라 어쩌지 못하고 있어요.
가을에 말려논 노박덩굴도 걸고, 조그만 커텐 쪼가리도 만들어 걸고,
저 궤는 시할머니 유품. 낡아서 바닥이 떨어진 걸 고가구 수리점에 맏겼더니 반질 반질
새 궤짝을 만들어 버렸네요. 그렇게 바닥만 갈아 달라고 했것만. 칠도 무광으로 해달랬더니...
그래도 흔하지 않은 사이즈의 오리지날 ? 제주도반닫이랍니다.
궤짝위 옛날 다듬이 판 위에 올라선 오리들...
원래는 7마리가 한 식구 였는데 4마리는 쌍으로 시집보내고 3마리만 남았네요.
오리 엉덩이에 들꽃을 얻고 싶어는데... 실내에서는 못 견디니. 아쉬워도 마삭들에게 만족합니다.
제주옹기에 엊어진 바이올렛
외국 원예종 아이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어두운 실내에서도 사시 사철 꽃을 피어내는
예쁜 청보랏빛이 맘에 들어서 시할머니 유품 제주 옹기에 얻었어요.
옹기 색이 정말 예뻐요. 광택도 나지 않으면서 어쩜 저런 유연한 색이 나오는지.
나의 소박한 정원. 너무 화려하고 큰 꽃은 출입금지인 곳입니다.
자잘하고 조그만 꽃들을 피워내는 야생화만을 위한 공간입니다.
너무 좁은 공간이라 벌써 꽉 차버렸네요
꽃집에 맡겨놓고 아직 데리고 오지 않은 녀석들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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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집 정원에서 유일한 큰꽃, 시원스런 노란붓꽃, 이제 꽃망울이 피기 직전의 산수국
호주매화와 깨눈이, 겨우내 피어있던 호주매화가 거의 지고 깨눈이가 아주 예쁜 자잘이들을 피워내고 있어요.
바닥이 깨진 옹기에 심은 여러 들꽃들, 족두리풀, 새끼노루귀, 이제 막 자리잡은 로즈 캐거루와 애기별꽃.
귀한 절터 기와장에 자리잡은 느릅나무, 3년이나 된 설란이 이제 막 피기 시작했어요.
다육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요 프리티는 이 옹기에 딱 어울리는 녀석. 실재로는 주먹만한 옹기예요.
현관문앞에 자리한 옹기들
수련, 노박덩굴, 화살나무, 백화등, 그리고 자그마한 아이들.
백화등 꽃이 드나들때마다 향기를 전합니다.
요아이는 작년 겨울부터 이렇게 풍성한 꽃을 피우는 피나타, 지고 피기를 계속하는 중이예요.
언제 까지 필지... 아주 맘에 드는 조그마한 꽃이랍니다.
님들의 화사하고 멋진 집들만 보다가 이런 소박한 집을 보일려니 조금은 부끄럽기가...
아직은 완전하지 않은 나의 공간
그래도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았으니
그 기분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입니다.
프방 가족분들, 나뭇잎들과 자그만 들꽃들의 향기를 느낄수 있는
여유로운 날들 되세요
출처 : 프로방스
첫댓글 소박한게 참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