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소유즈 우주선 안에는 두 명의 러시아 우주비행사,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와 함께 김치 한 통도 실려 있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김성수 박사가 "한국인이 우주에 간다면 김치도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는 제안을 했었다.
배추에 고춧가루, 마늘, 생강, 무, 멸치액젓, 파 등을 넣어 절인 김치를 보관 용기에 넣어 두면 채소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박테리아인 락토바실루스가 탄수화물을 젖산으로 전환시키고, 이 젖산은 다른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부제 역할을 한다. 김치의 향은 주로 마늘과 생강에서 유래한 황 화합물이 박테리아 작용으로 방출되는 것이다. 김치는 프로바이오틱스·프리바이오틱스 식품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유익한 미생물이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이런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섬유질 같은 성분이다.
그런데 우주정거장에서는 김치가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어 미생물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또 발효가 계속되면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어 용기가 터질 위험도 있었다. 냄새 강한 김치 조각이 우주정거장 내부를 떠다니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선 조사irradiation 기술을 사용하여, 살아있는 박테리아가 없어 발효가 진행되지 않고 강한 냄새도 줄어서 안전한 '우주 김치'를 개발했다. 이소연 박사는 이 김치의 식감·맛이 지구에서 먹는 것보다 떨어진다고 했지만, 매운맛 덕분에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들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미각이 둔해져 음식이 싱겁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김치의 맛은 재료뿐 아니라 발효 용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김치를 '옹기'에 담아 땅속에 묻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발효시켰다. 오늘날에는 유리, 금속, 플라스틱 용기가 사용되지만, 김치 애호가들은 입을 모아 옹기에서 발효한 김치가 더 뛰어나다고 하고, 과학적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자들이 김치를 4℃에서 3~4주 동안 유리, 금속,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용기, 옹기에서 각각 발효시켜 비교했다. 그 결과, 옹기에서 발효한 김치가 맛과 식감(배추의 탄력성)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젖산균이 더 잘 증식하여 부패균을 억제했고, 저장 기간도 길었다. 김치의 항산화 능력을 측정한 결과도 옹기 김치가 더 높은 활성을 보였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김치 추출물이 암세포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었다. 그 결과 역시 옹기 김치가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더 잘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옹기의 다공성多孔性 덕분이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이산화탄소가 빠르게 축적되면 젖산균의 성장을 방해한다. 옹기는 이산화탄소를 외부로 배출할 수 있지만, 다른 용기는 기체 투과성이 낮아 가스를 주기적으로 빼주지 않으면 박테리아 증식이 저해된다. 젖산균이 적으면 항산화·항암 물질 생성도 줄어들고, 장내 유익균을 늘리는 효과도 감소한다.
그렇다면 우주 김치는 건강에 덜 유익할까? 소량을 짧은 기간 동안 섭취하는 우주비행사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발효 식품을 더 많이 먹어야 할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장내 미생물군(마이크로바이옴)은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이상적인 균형이 무엇인지, 식단이 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김치를 자주 먹는 우리는 기대수명이 높은 편에 속하지만 동시에 위암 발생률도 높은데, 이는 김치의 높은 염분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치는 ‘슈퍼푸드’가 아니며, 사실 슈퍼푸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김치·된장을 포함해서, 케피어(발포성 발효우유), 요구르트, 콤부차(가미 발효차), 낫또·템페(콩 발효식품) 같은 발효 식품 섭취가 어느 정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여러 연구가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