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여행은 이미 취소, 거기에 여름과 가을 여행까지 위협받는 시기이다. 코로나19 잠식을 염원하며 공항 근처인 영종도 복합리조트인 '인천파라다이스시티'에 왔다. 이미 호캉스로 유명세를 떨치는 곳인데, 전시관인 아트스페이스(Artspace)을 비롯해 호텔 로비를 포함, 구석구석 예술작품들이 총 2,700여점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원더박스, 씨메르, 크로마 등등의 놀이 시설들과 일반 식당가부터 고급 식당들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다. 놀이시설 및 수영장 등은 입장료를 내지만, 여기저기 산재한 예술작품 감상은 공짜이다.
아래 사진처럼 왼쪽 '파라다이스시티 리조트'와 오른쪽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 '파라다이스시티역'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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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로 도착하면 지하 주차장에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아래 장소에 도착한다. 여기는 버스정류소와도 연결되어 있다. 주차비는 30분은 공짜이고 10분마다 1,000원인데 밥 먹고 커피마시면 상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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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주차장에서 에스컬레이스터를 타고 오르자마자 널찍한 광장이 나타나는데, 둘레에 상업 시설(가게들과 식당가)가 있고, 정면에 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ParadiseArt Space) 아치 건물이 보인다. 나의 첫번째 목표인 <영원의 숲 Eternal Forest> 전시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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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아트스페이스 입구 왼쪽을 장식하는 <비너스>(2015)이다. 한국의 박승모 작가는 기원전 130년경의 <밀로의 비너스>를 본따 굵기 2~8mm 알루미늄 철사로 구성했다. 비너스 형상이다. 정교하게 한땀한땀 둘러친 철사 선들은 완벽하게 종합된 그리스 고전기 예술을 보잘것 없는 철사줄 따위로 해체시킬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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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 또 다른 철사줄로 감아 만든 승리의 여신 <니케>가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의 '모방'이자 '해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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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스페이스 정문 양쪽의 두 철사 여신들(비너스와 니케) 사이로 입장하면 제프 쿤스의 <Gazing Ball-Farnese Hercules 게이징 볼-파르네세 헤라클레스>가 자리한다. 강인한 헤라클레스를 부서지기 쉬운 석고로 만들었고, 파란 공을 어깨에 올려놓아 불안정한 모습을 연출한다. 아트테인먼트(예술과 엔터테인먼트)의 기수인 제프 쿤스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비난도 받기도 하지만, "좋은 예술품은 비싼 예술품이다" 라는 몰가치 현대 예술계를 누가 비난할 수 있는가. 그는 자기 작품에 의미같은 것은 없다고 했다. 작품의 의미를 추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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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제프 쿤스(1955~)의 석고 작품이라면, 오른쪽의 황금색 바탕의 땡땡이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1965~)의 작품이다. 허스트의 작품은 이곳에 여러 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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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숲> 전시에는 총 9명의 현대예술가의 작품이 있다.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프랜시스 베이컨, 조지 콘도, 헤르난 바스, 리우 웨이, 백남준, 무라카미 다카시, 우고 론디노네로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들일 것이다.
백남준(1932~2006) <No Gravity Space>(1990), mixed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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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출신 작가 리우 웨이(Liu Wei, 1972~)의 <Untitled>(2006), oil on canvas. 풍경인 듯, 풍경이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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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애미 출신 헤르난 바스(Hernan Bas, 1978~)의 작품실이다. 미술, 문학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과 인간을 다소 비현실적으로 표현한다. 감상자를 위해 마련된 하얀 벤치와 물과 풀들은 편하게 앉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이룸과 동시에,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일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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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이 사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한, 미국 조지 콘도(George C, 1957~)의 <Untitled(Clown)>(2008)이다. 화가 자신의 주관적인 상상으로 빛어낸 그의 그림은 artificial realism, 그리고 한 인간의 다양한 면면들을 그려내는 기법으로 Psychological cubism으로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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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콘도의 <Cubist Priest>(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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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3폭 제단화 Triptych>(1983)이다. 이 자의 작품들은 불쾌하기 그지 없는데, 그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분나쁘면서도 공감을 이끌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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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1962~)의 <Hommage to Francis Bacon>(2016)이다. 위의 베이컨 작품을 보고 이것을 다시 보자. 저것도 인간이고, 이것도 인간 모습이다. 인간이 벌레같다. 벌레도 귀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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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백남준 작품이 다시 나온다. <Hitchcocked>(1990)인데, 백남준에게 영감을 준 인물인 히치콕의 영화 <새>(1963)를 작품화했다. 새들에게 점령된 매체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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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 새들의 사진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새장 안의 히치콕, 새장 밖의 새들을 형상화한 백남준의 작품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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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새장 바깥에, 새장 안에 히치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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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출신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1963~)의 <Dog Days Are Over 삼복 더위는 끝났다>(1998)이다. "Dog Days"는 직역은 개들의 날인데, hot summer, 즉 '무더운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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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1928~1987)의 <Flowers> edition of 250, silk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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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1928~1987)의 <Daisy> open edition, giclee pr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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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만 허스트의 방으로 들어간다. 아래 사진은 방문의 디자인 밖에서 촬영한 것이다. 작품 제목은 <Elation>(2017) edition of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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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1965~)의 <The Souls>(2010)이다. 훨훨 날라다니는 나비는 아름답다. 죽어서 박제된 나비도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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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을 마치고 입구로 다시 나왔다. 입장했을 때 정면에서 보았던 제프 쿤스의 파란 공을 위태롭게 어깨에 올리고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뒷모습을 지나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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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인 '플라자'의 공간에서 밖으로 나오면 여러 건물군이 늘어서 있다. CHROMA는 2017년 개장한 4000평 규모의 클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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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반대편의 크로마(Chroma) 입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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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디자인이 만화 속 같다. 지금은 낮이라서 아직 개장하지 않았다. 밤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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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놀이공간인 원더박스(wonderbox)이다. 이것도 건물이 구겨져 있는 듯이 건축하여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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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는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의 촬영지였다. 과거 영화 <백두산>, <반도>의 촬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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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앙 광장인 '플라자'로 들어오면, 파라다이스 호텔로 가는 길이 나온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내국인 출입은 금지이다. 모두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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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목인데 색다른 길이 나온다. 이곳의 이름은 '파라다이스 워크(Paradise Walk)'이다. 공간과 공간을 잇는 감각의 다리로, 시각적으로 또한 청각적으로 유니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래 사진들은 입구인데, 색깔이 계속 바뀌어서 좀 더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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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서 이곳이 정작 파라다이스 워크 '브릿지'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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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간을 이어주는 '파라다이스 워크'를 빠져나왔다. 그 동안에도 색깔을 계속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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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비로 가는 길목에 또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있다. 로버트 인디애나(1928~2018)의 <Love>이다. 뉴욕에도 있고, 명동에도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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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돌아서면 로버트 인디애나의 다른 팝아트 작품 <9>이다. 이건 얼마주고 구입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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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걸어오다 보면 저 멀리서 점박이 노란 호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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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1929~)의 <호박>이다. 여기저기 많이 전시되었던 작품이다. 야요이는 현재 정신요양병원에서 살면서 작품활동을 한다. 강박증세가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모두 그녀가 본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강박과 집착이 때때로 예술로 승화한다. 예술가 가족은 고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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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시티 호텔 로비이다. 떡하니 버티고 있는 조각 작품은 앞서 소개한 데미안 허스트(1965~)의 <Golden Legend>이다. 반은 황금으로 덮혀있지만, 반대쪽은 적나라한 속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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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사진이 위의 황금 겉의 반대쪽이다. 겉과 속은 다르다. 속을 보여주고 살면 피비린내 난다. 그냥 황금인 척 하고 사는 것이 편하다. 사실 어떤 척 하면서 사는 것도 무지하게 어렵다.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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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하우메 플렌자(1955~)의 <Anna B. in Blue>(20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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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의 소녀 얼굴과 비슷한 형상이 떠올랐다. 2019년 바르셀로나에 방문하여 카탈루냐 음악당 바깥에 놓여 있던, 공공 미술이 생각났다. 아래이다. 크기가 더 크다. 그래서 여러 조각을 이어 붙인 것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외부에 전시하여 하얀 새똥도 머리에 맞았다. 조금 다르게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눈두덩이가 다른데...
작품명을 보니 파라다이스시티 작품은 <Anna B. in Blue>라고 적혀 있고, 아래 바르셀로나 길거리 전시 작품명은 <Carmela>(201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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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공공미술은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스케치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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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이 더 있지만, 코로나19로 통로가 막혀 있는 곳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그래도 풍성한 볼거리였다. 다시 파라다이스 워크의 브릿지를 통해서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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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인 '플라자'에 있는 또 다른 작품이다. 하여간 유명한 작품들이 너무 많다. X자의 눈으로 유명한 미국 팝아티스트 카우스(Kaws, 1974~)의 <함께 Together>(2016)이다. 거대한 목각인형이다. 제프 쿤스 작품처럼, 이게예술이야? 장난감이야? 현대예술은 문학도 그렇지만 답이 없다. 그래서 당대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반면에 또 쉬운 것은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대예술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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