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세계 뇌성마비의 날이다. 이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뇌성마비라는 장애가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뇌성마비인이 존재한다(전세계 1,700만명).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뇌성마비라는 이름이 사라지고, 그 대신 뇌병변장애라는 포괄적인 명칭으로 대체되고 있다.
뇌병변장애는 뇌의 이상으로 인한 모든 운동 장애를 통칭하는 용어로, 뇌성마비를 비롯해 뇌졸중,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는 특정 장애를 지칭하는 것이 아닌, 단순히 의학적 원인에 근거한 분류일 뿐이다.
장애 유형은 장애의 특성에 따라 정의되어야 한다. 원인을 기준으로 장애를 규격화하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과도 어긋난다. 마치 시각장애를 안과장애로 분류하는 것처럼, 장애의 본질을 무시한 채 의학적 편의에 따른 행정적 구분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뇌병변장애인 대다수는 뇌졸중으로 인한 노년층 장애인들이다. 반면, 뇌성마비는 주로 선천적이거나 유아기에 발생하는 장애로, 이 둘은 발생 시기와 장애 특성이 크게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하나의 유형으로 묶는 것은 뇌성마비인의 복지와 권리를 퇴행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뇌성마비는 뇌병변장애로 분류되어 뇌성마비인의 정확한 인구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 정책의 기본 자료가 부재한 상태에서, 뇌성마비인의 복지와 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뇌성마비인의 대표적인 증상인'경직'은 이들의 삶에 큰 고통과 제약을 가져온다. 전체 뇌성마비인의 80%이상이 경직으로 인해 일상생활, 사회활동, 직업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경직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극심한 통증으로 많은 이들이 우울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경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인 보톡스 주사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뇌성마비는 전 세계적으로 발달장애로 분류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적절한 장애 분류로 인해 뇌병변장애로 묶여, 노인성 장애인들과 함께 취급되고 있다. 무책임한 정부에 의해 발달장애이지만 발달장애가 아닌 장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뇌성마비 장애특성을 이해하지 못하여 뇌성마비인의 어려운 현실을 철저히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우리는 오늘, 세계 뇌성마비의 날을 맞아 강력히 요구한다. 뇌성마비의 고유성과 본질성을 인정하는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사회적 인정을 위해서는 먼저 그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 이는 뇌성마비인의 권리이자, 존엄과 생존을 되찾는 길이다.
2024년 10월 4일
한국뇌성마비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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