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가족과 사회로부터 멀어진 중장년층
성큼 다가온 냉혹한 현실… 고독이 이들을 위협한다
“자식 다 키우고 나니 남은 건 적막뿐이다.”
고독사로 외롭게 생을 마감하는 중장년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사망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3661명이 홀로 숨졌다. 전체 사망자의 1.04%에 해당하는 수치다.
고독사는 특히 50·60대 남성에게 집중됐다.
지난해 60대 고독사는 전체의 31.6%, 50대는 30.2%로, 두 연령층을 합치면 전체 고독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증가세의 원인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은퇴 후 단절된 사회적 관계가 꼽힌다.
특히 2023년 6월, 법 개정으로 고독사 대상이 ‘홀로 사는 사람’에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으로 확대되면서 공식적인 통계 수치도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은퇴 후 사회적 관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중장년층을 고독사 위험군으로 내몬다”며, 이들이 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외로움, 건강마저 해친다… “인지 기능 저하”
고독이 단순한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학교 연구팀이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와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흡연·음주만큼이나 노년층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과의 교류가 줄어들수록 인지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호회나 자원봉사 같은 사회활동에 참여한 노년층은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었다.
김진호 고려대 교수는 “사회적 고립은 단순한 외로움을 넘어 치매 발병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며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옥이 더 낫다”… 日 노인의 충격적인 선택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더 충격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노인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일본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최근 10년 새 약 4배 증가했다.
도치기현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81세 여성 A씨는 “여기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교도소에서의 삶이 더 안정적”이라며 감옥 생활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일본 법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노인 수감자의 80% 이상이 절도 혐의로 입감됐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식사와 의료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는 교도소를 ‘생존을 위한 선택지’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일본의 교도소는 단순한 범죄자 수용 시설이 아니라, 노인들이 의지하는 하나의 ‘요양원’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도소 간수는 “이곳에서는 기저귀를 갈아주고, 식사도 도와야 한다”며 “교도소가 이제는 범죄자를 수용하는 곳이 아니라, 생활고에 지친 노인들이 머무는 시설처럼 되어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립된 노후’를 막기 위한 해법은?
우리나라 또한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며 일본의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김진호 교수는 “고독사 위험군인 중장년층과 노인들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이나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이들이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