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개
추억의 영화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 (A Man Called Horse: 1970)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내가 고등학교 때 본 영화로 당시에 아주 충격적으로 봤기에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영화이다. 이 작품은 미국영화로 엘리어트 실버스타인 감독이 만든 서부극으로 실화를 영화화했다고 한다. 주인공의 선택이 아주 옳았는데 바로 리처드 해리스가 주연이었고 흥행에도 꽤 성공한 작품이었다.
내용은, 미국 다코타주에서 사냥을 하다 인디언 수족에게 붙잡힌 백인 영국귀족 존 모건(리처드 해리스)이 이 인디언들에게 동화되어 살다가 결혼도 하고 나중에는 인디언의 지도자가 된다는 실화이야기이다. 체포된 당시에 동료들은 모두 죽고 부족장이 그의 금발에 흥미를 가져 살려두는 바람에 살아남았는데 수족에게 포로가 아니라 말 취급을 받으며 노예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이다.
이 영화는 단순 스토리상의 재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서부극의 전형적 악역의 인디언 묘사에서 벗어나, 수족의 문화와 관습, 그리고 생활 방식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리고 존중하는 태도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선 댄스' 의식은 실제와 유사하게 표현되어 화제가 되면서 큰 인상을 남겼다. 이른바 이 영화는 당시 유명했던 <작은 거인>, <솔져 블루>와 같은 뉴시네마 계열의 서부극이었던 것이다. 훗날에 오스카작품상을 수상한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은 거의 이 영화를 베낀 것과 비슷할 정도였다.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또한 이 영화를 많이 참조한 듯 하다. 영화에서는 문명인이라 자부하던 영국귀족 존 모건은 자신이 야만인이라고 생각했던 수족에게서 진정한 인간성과 용기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허물고 그 정체성을 찾아 가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은 주인공 리처드 해리스의 열연이다. 주인공 존 모건 역을 맡은 리처드 해리스는 문명인의 자만과 오만함으로 시작하여 짐승 취급을 받는 노예생활의 비참함을 견디어 내기도 하고, 그리고 인디언 전사가 되어 새로운 문명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복잡한 정신심리적 미묘한 감정상태까지 다 섬세하게 잡아내며 연기를 하여 영화의 진지함과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단순한 웨스턴을 넘어 백인과 인디언의 문화적 충돌, 정체성 혼란, 그리고 인간이 가지는 진정한 용기와 가치를 찾아가는 진실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존 모건은 수족에게 포로가 되어 한동안 노예과 짐승 취급을 받으며 고생을 하지만 점차 그는 수족의 문화를 존중하며 서서히 그들에게 동화된다. 처음에는 목에 밧줄이 묶인 채 노파 버팔로 카우헤드(주디스 앤더슨)의 노예로 주어져 잡일을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모건은 추장의 여동생 러닝 디어(코리나 초페이: 당시 그리스 출신 미스 유니버스)를 알게 되고, 그녀에게 구혼하는 한 인디언 남성의 전통적인 결혼의식을 지켜보면서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마을에는 프랑스인과 수족의 혼혈인 포로 바티스(장 가스꽁)도 있는데 그가 모건에게는 친구이자 통역사 역할을 하면서 자신이 과거에 여러분 탈출을 시도하다 잡혀 발목의 힘줄이 끊겼다며 탈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모건은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하다 잡히는데 결국 기회를 기다리는 것으로 현명한 선택을 한다. 그러던 중 적대 부족 쇼쇼니족과의 전투가 벌어지는데 적 전사 둘을 죽이면서 인정을 받고 더욱 적극적으로 인디언 문명에 적응하고 동화되기를 노력하여 마침내 수족 전사의 지위을 얻게 된다. 전투에서 승리 후 그는 전투에서 획득한 말들을 이용하여 부족장 옐로우 핸드(마누 투포)의 여동생 러닝 디어에게 청혼을 하고 고통스러운 입문 의식을 거치고 '슌카와칸' (말이라는 뜻)이라는 수족의 이름을 획득한다. 그래서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인 것이다. 이 영화의 최고의 백미가 바로 이 고통스러운 입문 의식이다. 어릴 때 영화를 본 내 기억으로는 벌거벗은 상태에서 가슴에 쇠고리를 양쪽에 걸어 높은 곳에 오랫동안 걸어놓으면서 그 고통을 참아내게 하던 것이 기억에 난다.
서부극이라 하면 늘 눈에 익은 클리셰가 있었다. 고전적 서부극, 즉 정통 서부극은 개척의 미명 아래 백인은 선하고 인디언은 악당들이라 백인이 승리하는 것이 권선징악이었고, 1960대 뉴시네마운동이 벌어져 서부극도 수정주의 서부극이라 하여 종래와는 반대 입장으로 변해 평화롭게 자기 땅에서 잘 살고 있는 인디언들을 백인들이 기병대를 이끌고 들어와 무차별 학살하는 등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정통 서부극에서 1940, 1950년대를 거치며 존 포드를 대표로 하여 하워드 혹스, 안소니 만, 윌리엄 웰만, 헨리 하사웨이 등의 영화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아니 그 보다 더 전에 존 포드의 무성영화 〈철마〉(1924) 그리고 그 뒤 〈역마차〉, 마이클 커티스의 〈닷지 시티〉, 세실 B 데밀의 〈대평원〉(1936)등도 그랬다. 꼭히 인디언과의 갈등만 다루던 것은 아니었다. 백인들끼리 싸우는 내용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와이어트 어프 형제들과 빌 클랜튼 형제들이 싸운 실화인 OK목장의 결투로 이 스토리만 해도 여러 번 영화화되었다. 존 포드의 <황야의 결투>, 존 스타제스의 <OK목장의 결투>, <속 OK목장의 결투>, 조지 P 코스마토스의 <툼스톤>, 로렌스 캐스딘의 <와이어트 어프> 등 5편이나 기억이 난다. 각각 와이어트 어프역에는 헨리 폰다, 버트 랑카스타, 제임스 가너, 커트 럿셀, 케빈 코스트너가 맡았다.
그러다가 60년대부터 프랑스의 누벨버그로 시작하여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뉴시네마 운동은 서부극도 수정주의 쪽으로 방향을 틀게 했는데 〈아파치〉, 〈솔저 블루〉,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 〈작은 거인〉 등이 그 영화들로 이제는 카스타장군을 위시하여 백인들이 학살자들이고 원주민인 인디언들은 피해자들로 묘사된다. 아마 제대로 된 정통 서부극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존 포드의 <샤이안의 가을>(한국에서는 <샤이안>)이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가둬 둔 샤이안족의 최후를 다루는 영화였다. 물론 수정주의 서부극으로 샤이안의 입장에서 바라다 보는 내용이다. 그리고 서부극의 영웅 존 포드는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영화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1970년에 개봉한 서부극으로 이 영화는 특이하게 유럽의 귀족과 아메리카 인디언 사이의 문화 충돌과 상호 이해를 다룬 나름 수정주의 서부극이다. 세월이 흐른 뒤 케빈 코스트너의 <늑대와 춤을>을 보면서 바로 느꼈다. 아! 이 영화는 그 옛날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거의 오마주한 영화구나!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