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촌에 음악회가 열렸다
수영서 대절버스를 타고 네시간 반쯤 달려 도착한곳 이었고, 여름이
태워버린 그곳 가을은 이미 농익어 온통 황갈색으로 채색된 재로 남아 서러움 묻어내는 시큰한 살바람에 날려 흩어지고 있었다
맛있게 맵삭한 고추를 잘길러 낸다는 경북 봉화군의 첩첩 산중 마을어귀다
세 다스의 합창대를 인솔하고 참여하신, 그 이름도 거룩한 "박 정희" 여사는 매사에 자신감이 풍만했고, 그를 기반으로 하는 생기 발랄함이 있어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나이에 쉽지않은 무식함이다
얇을사 하이얀 고깔 고이접어 나빌레라던, 저 유명한 술고래 시인의 생가라는데 마을전체의 풍광이 수려하다
자자 손손 대대로 이씨조선 왕조들의 이쁨을 듬쁙 받았다는 이 집안의 내력은 나름의 인과로 빚어진 역사적 두께를 품고 있는것 이겠으나
깊이 알고싶지는 않았고 그저 그러려니 했다
화사한 가을햇살 한줌이면 오늘 하루 충분하지 싶은데 머하러 그런 가문사를 쪼그라든 뇌속에 우겨넣을까 싶었다
이 인간은 육십하고도 수년을 더 살아 놓고도 깨달음이 없어 보인다
뭐가 그리도 좋을까 돈없어 장가도 못가고 있으면서...
"아무르의 젊은 여인이 있었다네
호랑이를 올라타고 미소짓던,
그들은 산보에서 돌아왔다네
배속에 여인을 넣은채로
호랑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 했다네"
사람이 나이들어 계절에 민감한것은 겹겹이 쌓인 풍경의 기억 때문이라 한다
가을 풍광을 내 삶의 기억에 저장고에 가장많이 눌러 담았나보다
깨달음이야
있어도 고만
없어도 고만 이지
고마 희죽거리며 살자
가을 햇살 한줌이면 충분하지
댓글알림 설정꺼짐댓글
곤차로바
2023.10.30댓글 메뉴 더보기
첫댓글쉽지않은 무식함?
자신감이 풍만한게
답댓글
함박산작성자
2023.10.30댓글 메뉴 더보기
세속의 구질한 때가 묻지않은 순수영혼 이라는 의미 입니다 제가 할수있는 최고의 반어법 극찬이라 하겠습니다
그 행간을 읽으셔야지요
지휘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