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그 복숭아꽃 피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찾아갑니다. 옛날 중국 진(晉)나라 때, 무릉(武陵)이라는 곳에 고기를 잡는 어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시내를 따라 올라가다가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배는 어느새 복숭아꽃이 사방에 흐드러지게 핀 강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온 천지에 향기 나는 꽃들이 만발하고 꽃잎은 분분히 날리고 있었습니다. 앞이 궁금하여 좀 더 나아가니 산이 막아섰습니다. 그곳에 작은 동굴이 있었는데 동굴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부는 배를 버리고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입구는 좁았으나 몇 발자국 나서자 시야가 훤하게 트였습니다.
너른 들판에 집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기름진 논밭이며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 대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개와 닭 우는 소리가 한가로이 들리고 사람들의 농사짓는 모습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넘쳤습니다. 어부를 보더니 그들은 크게 놀랐습니다. 집으로 초대해 술을 내고 닭을 잡아 음식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자기의 선조들은 진(秦:기원전 221~206)나라 때 난을 피해 이곳에 들어와 살았으며 그 이후 밖으로 나가지 않아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진나라 이후 한(漢)나라가 들어선 것도, 위진(魏晉)시대가 온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어부는 며칠을 머문 후 동굴을 나와 배에 올랐습니다. 마을사람 누군가가 그곳을 바깥세상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나오면서 일일이 표식을 해두고 고을로 돌아와 태수에게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태수는 사람을 보내 그곳을 찾으려 했으나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남양의 유자기도 이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아가려 했으나 병이 들어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는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았습니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꿈꾸는 이상향(理想鄕)이죠. 500여 년 동안 문명과 단절되어 살았어도 미움과 다툼이 없는 세상 무릉도원입니다.
복숭아꽃 이야기 하나 더 하겠습니다. 당나라 때 최호(崔護)라는 잘 생긴 남자가 있었습니다. 진사 시험에 낙방하고 울적한 마음에 청명절(淸明節)을 맞아 장안의 교외로 봄놀이를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집안가득 복숭아꽃이 만발한 집을 발견했습니다. 하도 집이 조용해 집안에 아무도 없는 듯 했으나 방문을 두드리니 한 여자가 문틈으로 내다보면서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봄을 찾아 홀로 거닐고 있는데 술을 마신 후라 물을 좀 얻어 마실까 하오.” 여자는 이내 물을 가지고 나와 문을 열고 최호를 안내해 의자에 앉게 했습니다. 여자는 복숭아나무에 비스듬히 기대어 우두커니 서서 최호를 그윽하게 바라보았습니다. 그 자태가 너무나 아름답고 가냘프면서도 고왔습니다. 최호가 말을 걸었으나 여자는 대꾸하지 않고 오랫동안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최호가 작별을 고하자 여자는 미련이 남은 듯 여운을 남기며 들어갔습니다. 최호도 아쉬운 마음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습니다.
이듬해 청명절 최호는 그 여자가 너무나 생각나 그녀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문과 담(墻)은 여전했지만 대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문에 시 한수를 남겼습니다.
去年今日此門中(지난해 이맘 때 이집에는)
人面桃花相映紅(그대 얼굴 복숭아꽃으로 물들었지)
人面不知何處去(그 얼굴 지금은 어디 가고)
桃花依舊笑春風(복숭아꽃만 봄바람에 웃고 있네)
인면도화(人面桃花).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얼굴을 가진 사모하는 사람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된 경우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최호는 과연 복숭아꽃 그 여자와 어떻게 되었을까요? 몸매는 잘 익은 복숭아를 닮고, 얼굴은 복숭아꽃을 닮은 사모하는 옛 여인을 지금도 기다리고 계시나요?
출처 : 조상제 울산범서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