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이프문화 일반
부조리한 세상… 빈틈을 채우는 이들의 이야기
[동인문학상 4월 독회] 이갑수·천운영 本審에 올라
이영관 기자
입력 2023.04.19.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정과리·구효서·이승우·김인숙·김동식)는 최근 월례 독회를 열고 이갑수 소설집 ‘외계 문학 걸작선’(문학과지성사)과 천운영 소설집 ‘반에 반의 반’(문학동네)을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했다. 앞선 세 차례 독회에선 김병운·신종원·정지아·김멜라·안윤·장희원·강석경이 본심 후보에 올랐다.
이갑수의 ‘외계 문학 걸작선’은 우주·수학 공식과 같은 독특한 소재에 어딘가 모자라는 인물들이 주는 재미를 버무린 작품이다. 김인숙 위원은 “알맹이가 무엇인지 파헤쳐 보기도 전에 껍질의 맛에 먼저 중독된다”며 “현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조리하며, 그 부족하고 모자라는 세상을 채우는 것이 사람이다. 이갑수의 소설은 그렇게 우주의 빈틈을 사람들로 촘촘히 채운다”고 평했다. 이승우 위원은 “난해함이 아니라 낯섦을 성취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며 “아마 카프카가 우리 시대에 살아서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쓸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극찬했다. 구효서 위원은 “좀 얼기설기한 우주선이기는 해도 우리를 그것에 태워 높은 하늘로 쏘아 올려 환호하게 한다”며 “우리가 얼마나 작고 좁은 세계에 갇혀 어이없는 방식의 삶을 지속하고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일깨운다”고 평했다.
천운영의 ‘반에 반의 반’은 할머니, 엄마를 비롯한 여성들의 굴곡진 삶을 다양한 시선에서 생동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김동식 위원은 “작가가 등장인물과 함께 뒹굴면서 그 인물이 뿜어내는 독특한 삶의 체취를 소설의 문체에다가 진하게 묻힌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특히 저고리를 벗고 물에 들어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던 표제작 속 할머니의 일화에 대해 “가부장인 동시에 가부장이 아닌 한 여성이 가부장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천운영이 보여주는 여성 서사의 윤리이자 싸움의 방식”이라고 평했다. 정과리 위원은 “어떤 인생의 유별난 집중성은 과거의 (천운영의) 소설적 특성을 유지하지만, 인생과 바깥 시선 사이의 근본적인 소통 불가능성이라는 주제는 새로운 것”이라고 평했다.
심사평 전문은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