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 이이(李珥)
요약 조선 선조 때 이이(李珥 1536~1584)가 지은 연시조.
1578년 선조 11년 때 율곡 이이는 황해도 해주의 석담에 은거하고 있었다.
그곳을 흐르는 석담천은 발원지에서부터 아홉 굽이로 돌아 흘러내리는데, 사계절 경관이 훌륭하고 돌연못이 많다하여 석담구곡이라 불렸다.
이이가 그 풍경을 노래한 연시조가 “고산구곡가 高山九曲歌”다.
서곡 1수를 비롯해 제1곡 ‘관암 冠巖’, 제2곡 ‘화암 花巖’, 제3곡 ‘취병 翠屛’, 제4곡 ‘송애 松崖’, 제5곡 ‘은병 隱屛’, 제6곡 ‘조협 釣峽’, 제7곡 ‘풍암 楓巖’, 제8곡 ‘금탄 琴灘’, 제9곡 ‘문산 文山’ 등으로 나누어 각 골짜기의 경치와 흥을 읊었다.
주자의 “무이구곡 武夷九曲”을 본떠서 지었다고 평가받기도 하지만, 시상과 미의식이 독창적이다.
특히 조선 시대의 주자학자들이 “무이구곡”의 운자를 따서 한시로 받아들인 반면, 이이는 시조의 형식으로 받아들인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율곡전서”, “악학습령 樂學拾零” 외 많은 문헌에 수록되어 있으며 이후 고산구곡이라는 소재의 한시가 많이 창작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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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구곡가--이이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을 사람이 몰으든이
주모복거(誅茅卜居)하니니 벗님네 다 오신다.
어즙어, 武夷(무이)를 想像(상상)하고 學朱子(학주자)를 리라.
*고산구곡 : 아홉 번을 굽이도는 계곡. 이이가 학문 수양을 위해 거처하던 곳.
*주모복거 : 풀을 베어내고 집을 지어 살 곳을 정함.
*무이 : 주자가 정자를 짓고 학문을 닦던 곳.
<제1수> 고산에 정사(精舍)를 짓고 주자학을 배움
고산의 아홉 번을 굽이도는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사람들이 모르더니 /
내가 터를 닦아 집을 짓고 살게 되니 벗들이 찾아오는구나. /
아! 주자가 학문을 닦는 무이를 생각하면서 주자의 학문을 공부하리라.
一曲(일곡)은 어드메고 관암(冠巖)에 해 빗쵠다.
平蕪(평무)에 내 거든이 遠近(원근)이 글림이로다.
松間(송간)에 綠樽(녹준)을 녹코 벗 온 양 보노라.
*관암 : 바위의 이름, 갓같이 생긴 바위 * 거든이 : 안개가 걷히니
*평무 : 잡초가 무성한 벌판. *녹준 : 좋은 술을 담은 술통
<제2수> 관암의 아침 경치
일곡은 어디인가? 관암에 해가 비친다. /
잡초가 우거진 들판에 안개가 걷히니 원근의 경치가 그림같이 아름답구나. /
소나무 사이에 술통을 놓고 벗이 찾아 온 것처럼 (즐겨) 바라보노라.
二曲(이곡)은 어드메고 花巖(화암)에 春滿(춘만)커다.
碧波(벽파)에 곳츨 띄워 野外(야외)에 보내노라.
사람이 勝地(승지)를 몰온이 알게 한들 엇더리.
*화암 : 바위 이름, 꽃바위. *춘만 : 봄이 저물다. 혹은 봄이 가득하다.
*벽파 : 푸른 물결 *승지 : 아름다운 곳. 명승지의 준말.
<제3수> 화암의 늦봄 경치
이곡은 어디인가? 화암에 봄이 저물었도다. /
푸른 물결에 꽃을 띄워 들 밖으로 보내노라. /
사람들이 경치 좋은 이곳을 알지 못하니 알려서 찾아오게 한들 어떠리.
三曲(삼곡)은 어드메고 翠屛(취병)에 닙 퍼졌다.
綠樹(녹수)에 山鳥(산조)는 下上其音(하상기음)하는 적의
盤松(반송)이 受淸風(수청풍)한이 녀름 경(景)이 업셰라.
*취병 : 푸른 빛 병풍처럼 나무와 풀로 덮인 절벽
*하상기음 : 소리를 낮추었다가 높였다 함
*반송 :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
<제4수> 취병의 시원한 여름 경치
삼곡은 어디인가? 푸른 병풍을 둘러친 듯한 절벽에 잎이 우거졌다. /
푸른 나무 위의 산새는 여러 가지 소리로 지저귀는데 /
작은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니 여름 같지 않게 시원하구나.
四曲(사곡)은 아드메고 松崖(송애)에 해 넘거다.
潭心巖影(담심암영)은 온갖 빗치 잠겻셰라.
임천(林泉)이 깁도록 죠흐니 흥(興)을 계워 하노라.
*송애 : 소나무가 있는 물가의 낭떠러지 *담심암영 : 물에 비친 바위 그림자
<제5수> 송애와 연못의 저녁 풍경
사곡은 어디인가? 소나무가 있는 절벽에 해가 넘어간다. /
연못 속에 비친 바위 그림자는 온갖 빛과 함께 잠겨 있구나. /
수풀 속의 샘은 깊을수록 좋으니 흥을 이길 수가 없구나.
五曲(오곡)은 어드메고 隱屛(은병)이 보기 죠희.
水邊精舍(수변정사)는 瀟灑(소쇄)함도 가이업다.
이 中(중)에 講學(강학)도 하려니와 詠月吟風(영월음풍)올이라.
*은병 : 으슥한 병풍처럼 둘러 있는 절벽.
*수변정사 : 물가에 세워진 정사. *소쇄 : 맑고 깨끗함
<제6수> 수변 정사에서의 강학과 영월음풍
오곡은 어디인가? 으슥한 병풍처럼 둘러 있는 절벽이 보기 좋구나. /
물가에 세워진 정사는 맑고 깨끗하기 한이 없다. /
이 가운데서 학문 연구도 하려니와 자연을 시로 짓고 읊으면서 풍류를 즐기리라.
六曲(육곡)은 어드메고 釣峽(조협)에 물이 넙다.
나와 고기야 뉘야 더욱 즑이는고.
黃昏(황혼)에 낙대를 메고 帶月歸(대월귀)를 노라.
*조협 : 낚시질하기에 좋은 골짜기 *대월귀 : 달과 함께 돌아옴.
<제7수> 조협에서의 낚시질과 대월귀
육곡은 어디인가? 낚시질하기 좋은 골짜기에 물이 넓구나./
나와 물고기는 어느 쪽이 더 즐거운가?/
이렇게 종일 즐기다가 날이 저물면 달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노라.
七曲(칠곡)은 어드메고 楓巖(풍암)에 秋色(추색)이 죳타.
淸霜(청상)이 멻게 치니 絶壁(절벽)이 금수(錦繡)ㅣ로다.
寒巖(한암)에 혼자 안자셔 집을 닛고 잇노라.
*풍암 : 단풍으로 둘러싸인 바위. *청상 : 맑은 서리. *한암 : 차가운 바위.
<제8수> 단풍으로 덮인 아름다운 가을 풍경
칠곡은 어디인가? 단풍으로 둘러싸인 바위에 가을빛이 좋다./
맑은 서리가 엷게 내리니 절벽이 비단같이 아름답구나. /
차가운 바위에 혼자 앉아서 속세의 일을 잊어버렸노라.
八曲(팔곡)은 어드메고 琴灘(금탄)에 달이 밝다.
玉軫金徽(옥진금휘)로 數三曲(수삼곡)을 노는 말이,
古調(고조)를 알이 업스니 혼자 즐겨 있노라.
*금탄 : 악기를 연주하며 노는 시냇가 *옥진금휘 : 아주 좋은 거문고
<제9수>시냇가에서 거문고를 연주하여 즐김
팔곡은 어디인가? 악기를 연주하는 시냇가에 달이 밝구나. /
아주 좋은 거문고로 몇 곡을 연주하면서 /
옛 곡조를 알 사람이 없으니 혼자 즐기고 있노라.
九曲(구곡)은 어드메고 文山(문산)에 歲慕(세모)커다.
奇巖怪石(기암 괴석)이 눈 속에 뭇쳣셰라.
遊人(유인)은 오지 아니하고 볼 것 업다 하더라.
*세모 : 한 해가 저묾. *유인 : 놀러 다니는 사람.
<제10수> 눈 덮인 세모의 자연
구곡은 어디인가? 문산에 한 해가 저물었도다. /
기암 괴석이 눈 속에 묻혔구나. /
사람들은 와 보지도 않고 볼 것 없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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