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트로스'라는 새가 있다. 거대한 바닷새이다. 우주의 심연과 같은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장자의 대붕과 같은 이 새는 간혹 항해를 하는 선원들의 손에 잡혀 무기력한 모습이 되기도 한다. 보들레르는 자신의 모습을 알바트로스에 투영한다.
자주 선원들은 심심풀이로 붙잡는다. 거대한 바다 새인 알바트로스를 아득한 심연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를 태평스레 뒤따르는 길동무를.
선원들이 갑판 위에 내려놓자마자 창공의 왕자는 서툴고 창피해하며 그 크고 하얀 날개를 배의 노처럼 가련하게 질질 끌고 다닌다.
날개 달린 이 여행객은 얼마나 어색하고 무기력한가! 조금 전까지도 멋있던 그는 얼마나 우습고 추해 보이는지 선원 하나가 담뱃대로 그의 부리를 성가시게 하고 절뚝거리며 다른 이는 더 이상 날지 못하는 불구자를 흉내 내는구나!
시인은 폭풍우를 넘나들고 사수들을 비웃는 이 구름의 왕자와 비슷하다 야유 속에 지상에 유배당하니 거인의 날개가 걷기조차 힘겹게 하는구나.
이 시는 1859년인 그의 인생 하반기에 발표된 시이지만, 이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8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인의 가족들이 방탕한 생활을 하는 청년 보들레르를 인도행의 배에 실어 바다 위에 올려놓았다. 환락의 도시에서 먼 이국으로 유배를 보낸 셈이다. 시인은 항해 도중 폭풍우를 만나 잠시 머물렀던 열대 이국의 섬들을 보고 그 정서를 마음에 담았다. 시인은 인도 행을 거부하고 10개월 만에 다시 파리로 되돌아 왔다. 중년의 나이가 된 시인은 그때 보았을 거대한 바다 새를 떠올리면서 '지상에 유배' 당한 자신의 삶을 시로 노래했다. |
첫댓글 알바트로스... 하지만 착지는 엉망인 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