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내부자들'을 보았습니다.
영화에 인상 깊은 장면들이 많았지만
그중 최고는 역시 라면 먹는 컷입니다.

저는 다른 영화를 볼 때도
먹는 장면을 유심히 봅니다.
보는 내내 라면이 먹고 싶었지만
애들과 같이 밥 먹는데
라면을 먹을 수는 없습니다.
애들 좀 크면
한솥 가득 라면 끓여서
후룩후룩 나눠먹고 싶습니다.

오늘은 출근해서 오전 내내
라면 생각이 간절합니다.
점심에 분식집에 가서 라면을 먹을까도
생각해보지만
이병헌처럼 진라면을 먹어야 하는데
분식집에는 진라면이 없습니다.
점심에 얼른 집에 가서
라면을 먹고 오기로 계획합니다.
..
점심시간입니다.
달려갑니다.

물을 올리고
끓기를 기다립니다.
보통 진라면은 매운맛을 먹어왔는데
영화에서 순한맛이 나왔으므로
순한맛으로 준비합니다.
오후에도 일이 있기 때문에
음주는 안되지만
영화 장면에 최대한 근접하고자
앞에 갖다 놓습니다.
아내가 수육 요리에 사용할 것이니
먹지 말라고 했던
뒷베란다 참이슬입니다.
언제적 소주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육 빨리 해줬으면 좋겠지만
괜히 재촉했다가...
..
..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이병헌처럼 나무젓가락으로 먹겠습니다.
가슴이 두근댑니다.

원하는 걸 이렇게 바로 먹을 수 있다니
행복합니다.

왼손으로 먹지는 못했지만
영화처럼 허겁지겁 해치웁니다.
..
애들은 유치원, 어린이집에 갔고
아내는 어디 나갔나 봅니다.
설거지하고 환기하고
흔적을 모두 없애고
집을 빠져나옵니다.
메뉴는 라면이지만
마음이 채워지고
에너지를 받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