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새를 바라보는 방법
정선희
생의 한 몸짓이
머릿속 단면에 와 부딪히고 있다
유리로 된 사무실 벽면에
날마다 찾아오는 새의 콩트르주르
작은 나뭇가지에 앉아 유리벽을 쪼고 있다
창문에 엉긴 늦은 햇살을 열고 서랍에 비밀을 기록하고 있다
캄차카를 건너 아무르 지나
유리창에 비친 강물을 건넌다
창문에 반사되는
한 마리 새 나를 닮은 차갑도록 낯선 새
바람은 내가 쳐다볼 때 비로소 불고 구름이 뒤따라간다
빤히 보이는, 닿을 수 없는 사무치는 경계
유리창이라는 뜨거워지는 드라마
그는 끝내 유리창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날 것이다
어쩌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추운 곳에서 추운 곳으로
여전히 그들의 이동 경로가 이해할 순 없지만
어느 날 투명한 햇빛이
천천히 서쪽을 향해 돌아설 때
그의 여행이
죽음과 혼동이 되지 않기를,
_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 2022년 9월호
_정선희 시인
2012년 《문학과 의식》등단
2013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시 당선
시집『푸른빛이 걸어왔다』『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카페 게시글
좋은 詩 읽는 자리
내가 새를 보는 방법/정선희
이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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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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