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21.
다니엘서 1장~6장
(다니 2,22)
그분은 심오한 것과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시고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시며, 빛이 함께
머무르는 분이시다.
묵상-
사자 밥이 될 뻔한 다니엘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네부카드네자르에게,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창세기에서 야곱의 아들 요셉이
이집트의 재상으로 임명되어, 왕에게
신임을 얻고 하느님의 영을 지닌 자로
인정받았던 이야기와 비슷하다.
요셉도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지만,
임금이 요셉과 함께 하시는 주님의 영을
알아보았기 때문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다니엘과 요셉의 공통점이 있다면,
하느님이 하지 말라고 한 것을 절대
어기지 않았다는 것과, 주변 사람들이
어둠의 유혹에 동요되어, ‘네’라고 외칠 때,
‘아니오, 저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용기,
그리고 지위와 재물에 관심이 없고, 오직
하느님의 뜻 앞에서 기도하고 감사하며
때를 기다린 태도, 하느님께서 주신
지혜와 영감으로, 임금들의 꿈을
여과 없이 해몽해준 하느님의
꿈쟁이였다는 거다.
그런데 왜 요셉과 다니엘은, 꿈 풀이 때문에
오해를 사고 왕따를 당하며 죽을 위험까지
가게 된 걸까. 그게 궁금했다.
하여 내가 오늘 선택한 묵상 구절은 이렇다.
‘그분은 심오한 것과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시고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시며‘
(다니 2,22)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앞날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서 시작된 것이다.
요셉은 이집트 임금에게, 다니엘은
네부카드네자르 임금에게 꿈을
해석해달라는 명령조의 부탁을 받는다.
한 치 앞도 모를 우리의 인생길에서,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같은 것일 게다. 당장 내 눈에
뭔가가 보이지 않거나, 내일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를때, 불안감을 미리 해소하여
앞서 예측하고 싶은 유혹 같은 거 말이다.
그래서 어젯밤 꾼 꿈을 해몽하고 싶어하고,
그 꿈에 깃든 어떤 일들에 대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 구약 시대의 사람들이 툭하면
주님께 어떤 상징이나 표징을 요구했던 그런
특성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어둠 속에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
주님께서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내서,
그걸 바탕으로 안전에 대한 장치들을
만들어놓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거다.
다니엘과 요셉에게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꿈 해몽을 하게 했던 두 임금 역시,
그런 맥락에서 그랬을 터다.
그런 상황 속에서 다니엘이 견지한 고결한
절개와 결단력은 가히 감탄할 만 하다.
1장에 복선처럼 깔아놓은 다니엘과
그 일행이 보인 단호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궁중음식과 술로 자신을 더럽히지 않게 해
달라고 내 시장에게 간청하고, 채식주의자로
자신을 특성화시킨 모습 역시 흥미롭다.
(노벨문학상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연상된다.]
‘저희에게 채소를 주어 먹게 하시고 또
물만 마시게 해 주십시오.‘(다니 1,12)
그렇게 열흘 동안만 시험해보고,
궁중음식을 먹는 젊은이들과
용모 비교를 해보라고 하던
다니엘의 창의력에 또 다시 감탄했다.
이리 멋진 지혜를 어디에서 받았겠는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거다.
거룩한 신들의 영을 지닌 사람이라는
문장이 두세 번이나 언급된 것을 보면,
대신들의 시기질투와 박해 속에서도
임금의 신뢰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뿔 나팔, 피리, 비타, 수금, 풍적 등
모든 악기 소리가 나거든 엎드려,
임금이 세운 금상에 절을 하라는
강요를 받았을 때도, 다니엘 일행은
절대 굴복하지 않아 불가마 속에
갇히게 된다. (다니 3,5-6)
온 세상이 악기 소리에 동요되어
분위기가 고조되었을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지금 시대와도 비유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그 악기소리는 내 고유한 의지와
뜻, 하느님의 영을 방해하는,
세상의 신념과 기치관, 또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회유와 협상,
이를테면,
"뭘 그렇게 고지식하게 굴어
남들 다 하는건데 눈한번 딱
감으면 되지.
이번 한번만 맞춰주고
주도권을 갖고 오면 좋잖아.
중요한 일이 있는데 한번쯤
주일을 거르면 좀 어때.
어쩌다 재미삼아 사주를
본건데 뭐 어때. 성당에
안나가는 것도 아니고..
모르고 고기먹은건데
금육제 안지켰다고 죄를
지은건 아니잖아."
기타등등 그런 소리들일 거다.
주님,
임금이라는 지위 아래,
더 높이 끝없이 올라가고, 그 영광을
영원히 누리고 싶은 욕망 때문에,
어둠 속에 있는 것을 다 알고 계시는
주님의 영역을 침범하듯 점괘를 치고
꿈을 해석하는 모습들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이 시대 나와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진 것을 뺏기고 내 권리를 잃게 되어
불행한 일이 닥쳐 올까봐, 또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어서, 무당을
찾거나 거짓 예언자들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요.
믿음은… 희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눈에 보이듯이 믿고 희망하는 것인데,
그 안개 같은, 그 어둠 같은 길을
견뎌내며 그 길을 비춰주시는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것이 신앙이고,
영적생명을 얻는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저희가 어둠속에 있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앞이 보이지 않는
소경처럼, 믿음의 지팡이를 짚고 한걸음씩,
이끌려 나가게 해주소서.
그 지팡이를 놓는 순간, 저희는 곧 손을
허우적거리며 한 걸음도 못내딛을 겁니다.
그 지팡이는 바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첫댓글 요셉피나님의
성경통독 묵상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