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의 군무(群舞) - 중자동 속초 라이딩 후기
“썩을넘 ! ”
비염과 감기로 허덕이는 중이라 장거리 라이딩이 부담이 되기에
뺀질거리고 있는 중에 살금살금 협박을 하던 넘이 새벽 5시가 되어도
“성님! 기침하셨습니까 ?”
전화 한통 있을 법도 한데도 핸펀은 여전히 잠을 자고 있다.
목마른 넘이 우물 파는 것이야 동서고금을 통하여
변함없는 삶의 철학인 것을 어찌하리요 !
몸소 두레박질 하는 수 밖에 없어 후배님한테 문안인사를 위해 핸펀을 누릅니다.
“일어는 났는가 ? ”
“ 형 ! 첫차가 시간이 애매하네 ?
“ 야!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네가 애매하지 시간이 애매하냐 ? ”
“어차피 첫전철이니 어서 나가 타는 순간 전화를 해라 ”하고 집을 나섭니다.
창동역 전철 맨 뒷칸에서 독고승(72) 후배님과 도킹후 회기역에서 환승을 하니
저쪽 구탱이에 새벽장 보러 가듯 나오신 구면인 님들이 계십니다.
삶을 위해 새벽 첫전철을 타보시기는 하셨는교? 묻고 싶다.
주사 맞아도 달라질 것 없는 중독된 정성
하늘이 보기에 갸륵도 하것다.
62회 상민형님, 국표형님, 73회 철인3종 성룡후배님 부부, 이봉룡후배님이
선승자로 계십니다
이후 훌치기에 고기 올라오듯 중간 중간에 조동현후배(72), 한동석회장님 부부를
튼튼한 고기망에 한분 한분 주어 담습니다.
만남의 장소인 용문역에 도착하여 전회장님이신 정병권선배님과
이정훈 후배님 (77회)과 합세합니다.
정병권 전회장님은 새벽 텐트를 감당 못하시고
잔차로 용문역까지 바로 질러 먼저 도착하셨단다.
정욕을 손빨래로도 감당하지 못하는
그 남는 힘을 밤마다 어찌 해결하시는지 그것이 알고싶다.
이어 후미 차량에 덩어리로 싸질머 지고 오신 권기윤 부회장님(69), 이승진후배님(69),
김용갑후배님(72), 이영철후배님(72), 윤재열 총무님(76),
그후 총동창회 사무총장이신 이상욱 선배님(66) 그리고 조영욱 후배님(73),
김학정(78) 후배님 하여 20명의 중자동 라이더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용문역앞 해장국집에서 미시령이 무슨 먹는 것인 줄 알고 잡아 먹으려
아침배를 채우고 멀쩡한 표정으로 가볍게 날아 갈 것 같이 사냥 준비를 합니다.
작년과 동일하게 이상욱 선배님의 오픈카에 김학정 후배님이 수고하시고
조영욱후배님이 도토리를 훔치는 청솔모처럼 순간을 훔치며 달려 갑니다.
미시령을 향한 중자동의 대열은 차선을 점령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옆차선을 지나는 뭇자동차들을 기죽이며 힘든 여정을 시작합니다.
후미에는 낙오자를 퍼 담으려 권기윤 부회장님이 라이딩 욕구를 짓밟아가며 차량을
이끌면서 윤곽을 잡아줍니다
두줄로 질서 정연하게 나아가는 중자동 라이더들의 모습은
지나는 이에게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달리는 승용차 옆을 속도감 없이 달리지만
천천히 가는 길에
여유가 있고
행복이 있음을 확인하려는 듯
님들의 표정은 근심 같은 것은 집에 두고 오셨나 봅니다.
경쟁없는 동행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뒤안길에 꽃밭 있듯, 경쟁을 넘어선 곳에
잔잔한 행복도 있다함을 확인합니다.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반복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달리는 감정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배려는 감사이고,
감사는 여유이며,
여유는 삶의 목적인 것을,
살아 숨쉬는 맛의 진수를 느껴봅니다.
행복이란 것을 예금할 수만 있다면 이런 기회에
바가지로 퍼다가 저축을 할텐데 ... ...
산야(山野)에 널부러진 들풀도 어느덧 중년이 되어
가지런히 빗은 갈색머리는 갈바람에 자적스럽게 하늘거립니다.
쪽빛 하늘 아래
물감을 산위에 부은 듯 흘러내려오는 갈색 자욱들,
간간히 보이는 논두럭 사이의 누런 벼이삭,
바람에 살랑대는 도로변 코스모스,
잔잔한 미소의 들국화
여기에 중자동 라이더들이 하나되어
어느 가을날의 한폭 수채화를 그립니다.
맑은 하늘에 따사로운 가을 햇살은 상큼한 기분을 자아 냅니다.
이래서
봄 땡볕에는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 땡볕에는 딸을 내 보낸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물길따라 드러누운 도로는 그 구부러짐이
“ 난 돌아가도 갈수 있어 !” 하는 자신감이 넘칩니다.
지나는 이들에게 이넘들아 급할수록 돌아가라 !
돌아가도 갈수 있다 함을 하염없이 외치고 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을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어느 땐 고추잠자리 되어 사뿐사뿐 날아 오르다가
어느 땐 개미되어 꾸역꾸역 기어 오릅니다.
잔차의 앞바퀴는 먹이를 찾아 물속을 저어대는 저어새의 부리되어
이리 저리 바삐 갈길을 재촉합니다
일정에 쫓기는 지기님은 담배 한 대 피우려 하면
그넘의 호루라기를 부르며 출발 5분전을 외치니
호루라기가 웬수가 되어 담배 맛도 떨어지게 만듭니다.
잔차에 부착된 백미러에 담긴 님들의 모습은
도로를 꽉채웁니다.
해성처럼 나타난 이정훈 후배님이 후미를 지키니
한껏 푸짐합니다.
덤프 트럭으로 밀어도 끄떡 없을 정도의 중자동 라이더들의
중량감은 경찰 순찰대 페트롤카 조차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보다
충돌하는 자동차가 망가질까 자청하여
후미를 지키며 따라옵니다.
작년과 비교하면 중자동 라이더들의 라이딩 실력이
몇단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업힐이나 다운이나 흐트러짐이 없는 것을 보니
남몰래 갈고 닦은 내공을 맘껏 발휘하고 있습니다.
완연한 가을날씨에 한고개 한고개를 넘고 넘어
홍천, 인제를 거쳐
드디어 미시령 옛길에 들어섭니다.
지나는 차량도 인적도 없이
계곡의 물소리를 친구삼아 누워있는 한적한 도로는
출중한 주변 경관을 병풍삼아
레드카펫 되어 잔차의 바퀴를 반가히 마주합니다.
잔차 바퀴가 오랫만에 호강하고 있슴다.
이 순간 만큼은 다른 세상을 넘나드는 기분입니다.
표현 불가한 황홀감,
바로 이것이 도취(陶醉)라는 단어를 낳았나 봅니다.
중자동 라이더들의 도로위 군무(群舞)는
천수만 철새들의 그것 조차 부럽지 않습니다.
드디어 미시령 업힐구간
삼복더위에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서 된통 당한 이후로는
겁을 상실한 것인지 두려움이 없습니다.
조금후에 정상에 가 있겠지 하며 간사한 인간의 교만한 나 자신을
옆에서 지켜봅니다.
작년 이곳을 넘을 때는 오직 오기에 쩔어 어금니 물고 땀이 범벅이 되어 오른
장소인데 이번에는 옆의 경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니
많이 성장했나 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더니 이번에는 끌바는 안하겠군 하면서 천천히 오릅니다.
하지만 중간쯤 지날즈음엔 몹시 힘이 듭니다.
라이딩에서 힘이 들 때 항상 떠오르는 의문점
“ 내가 왜 이리 힘든 것을 하고 있지?”하는 의문이 재발합니다.
옆에서 힘겹게 오르는 상민 형님께 물어본다
“제가 왜 이것을 하고 있죠 ?”하고
물으니 같은 환자인데 알턱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비식 웃으시고 마네요.
미시령 3키로를 라이더 전원이 끌바 없이 넘는다 !
독한 인간들이죠?
거의 짐승화 되어가고 있슴다
아마도 내년엔 미시령 왕복하자거나 전국 도처에서 치루는
산악자전거 대회에 단체로 참가하자는 말 나올까 겁납니다.
(지는 안할 것인게 강요하기 없기 !)
미시령 정상에 도착해도
해는 아직도 중천에 있으니 지기님이 서두른 효과도 효과지만
실력들 대단합니다.
미리 도착한 님들은 드디어 해냈다는 성취감에 상기된 표정은
자제분 혼사날 분위기입니다.
인증사진을 연거푸 박은 다음
힘들게 오른자에 대한 확실한 보상인
다운의 쾌감을 온몸에 감싸며 일성콘도에 도착합니다.
작년과 동일하게 봉포항에 있는 금강산 횟집에서
한잔술에 마음을 풀고 하루를 정리합니다.
공기좋은 곳에서 하룻밤을 푹자고 새벽에 사우나에 몸을 던져 여독을 풀어 봅니다.
아침 식사후 영랑호를 한바퀴 돌기 위해 다시 페달링을 합니다.
억세가 팔벌려 품에 안은 영랑호
호숫가 줄지은 벚나무는
소슬바람에 한잎 두잎 흩날린다.
햇빛에 반사된 잔잔한 너울은
어여뿐 호수에 샨델리어 조명이 되어
지나는 이들을 반긴다.
물위에 닿을 듯 말 듯 나는 철새는
한가로운 나그네 되어
호수의 주변을 맴돈다.
저멀리 울산바위를 등에 지고
유유히 자리잡은 영랑은
오는 이들에게 쉬어 가라 한다.
낙옆되어 대지를 뒹구는 조막손들은
잔차 바퀴가 애무하듯
살짝 즈려밟으려 하자
술래잡기 하듯 바람결에 도망간다.
잔잔한 영랑에 넋을 잃고
호숫가 밴취에 앉아
멍하니 그져 바라만 볼 뿐이다.
함께한 중자동 선후배님들과 동행한 라이딩
가슴 가득찬 포만감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 반나절의 눈요기와 비운마음에 담아온
즐거움은 삶의 재충전 재료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마무리 됨에 하늘님께 감사드리고
이번 행사를 준비하신 회장님을 비롯한 집행부 선후배님들께 감사를 드리며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모든 선후배님 및 참가한 모든 선후배님과
중동여고 2분께도 커다란 감사를 드립니다.
참 좋았습니다 !!
첫댓글 햐~~막내?후배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글실력이십니다..햐...대단하십니다.그날의 감동이 한방에 펴현되어지네요..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복받을 겨 !!! 다음에는 잔차 같이 달려요 !!
추억을 되돌아보는 또 하나의 즐거운 글
효훈후배님!! 감사^,^
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형 언제 글올리셨데요, 그렇게 보고하구 올리시라구 면박을 줘두 ㅎㅎㅎ형글을 보노라니 나두같이 있어구나 새삼실감나네요 감사함다 조만간 글쓰시느라 팔목좀 아프실텐데 목좀 풀어드리겠음다. 꾸벅
그런겨? 보고도 해야 되는 겨? 우씨 ! 너가 선배해라 !! 드러버서 선배 안할란다. ㅋㅋ 같이한 시간 좋았어라 !!
그 시간을 본 듯 글로 그려놓으셨네요. 감동입니다!!
형수님 ! 함께한 시간 참 좋았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
그림보다 더 멋진 글입니다 선배님!
풀샥 잔차를 정든 친구같이 대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후배님 ! 어디서 맴돌다 이제 왔는겨 ? 후미 보느라 수고 겁나게 했고, 다음에도 즐거운 라이딩 함께 해요 !!
보배처럼 모실 각오를 단단히 해야것어 ㅋㅋㅋ
정말 정감 넘치고 생생한 라이딩 같이 하는거 같은 기분입니다 부럽습니다 저도 열심히 해서 다음엔 동참 하겠습니다
중동 사랑합니다,,,,
그래요 !! 담에 함께 라이딩해요. 참 좋아요 ~~!!
사진으로 보는 맛과 글로 음미하는 맛이 이렇게 다름을 보여 주는 효훈후배의 글솜씨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겠습니다. 나 만 느낀것은 아니겠지요? 집행부에서도 함께 느끼셨으리라 믿습니다. 추억을 만들어 가는 우리 중자동의 일원임이 자랑스럽습니다.
형님 !! 하루 반나절의 여행 아름다운 추억 , 미래 어느날 생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기억으로 남겠져?? 고생하셨습니다!!
한선배님.. 글 솜씨도 일품 이십니다 ~~~
후배님 ! 함께한 시간 좋았어라. 이번에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도 구력이 있어 은근과 끈기로 잘 버티시던데 ㅎㅎㅎ
아이고 말도 마십쇼.. 이틀간 잠을 못잤더니.. 평지 내내 달리는 동안 졸려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겨우겨우 미시령 고개 넘으니 정신이 들더군요 ~~
구구절절 멋진말입니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
후배님 함께한 시간 행복한 시간이었소. 부부가 함께 동행하여 더욱 아름다웠다네
이제서야 읽었읍니다. 어디서 이리도 좋은 글 귀가 나오시는지 부러울 뿐입니다.
같이 라이딩한 것이 꿈만 같구요.
많이 보구 배우겠읍니다. 선배님이 계셔서 고맙습니다.
부러울 것 한개도 없어라 후배님 !! 물심양면 수고 많았습니다. 감사 !! 좋은날 만들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