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잠자리 – 저는 잠자리가 아닙니다. ‘개미귀신’입니다.
학명 : Hagenomyia micans
분류 : 풀잠자리목 – 명주잠자리과
몸길이 : 40mm.
앞날개 길이 : 수컷(36mm), 암컷(45mm).
명주잠자리는 잠자리목-잠자리과가 아닌 풀잠자리목-명주잠자리과에 속하며, 이름에 ‘잠자리’란 용어가 들어가 있으나 잠자리 아니다. 진화 계통적으로 잠자리와 거리가 멀다. 명주잠자리는 잠자리와 달리 앉을 때 날개를 펴지 않고 지붕 모양의 형태로 날개를 접는다.
외형은 잠자리를 닮았으나 잠자리와 비교해 움직임이 느리고 더듬이가 매우 길다. 몸은 길쭉하고 막대 모양이며 암갈색이다. 머리는 검고 뒷머리의 팬 곳, 입, 가슴 아래, 다리(발목마디는 검다) 등은 노란색을 띤다. 날개는 투명하고 그물 모양의 맥이 있으며, 앞 가두리 바깥쪽에 흰 점이 있다.
산기슭이나 인가에 가까운 숲속에 서식한다. 성충은 6~10월에 나타나며 저녁부터 밤에 걸쳐 모기 등 작은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날아다니고, 등불에도 날아든다. 알은 나무 밑이나 처마 밑 등의 모래땅에 낳는다. 알에서 부화한 유충은 1~2년에 성숙하며, 흙 속에서 실을 토하여 흙에 쌓인 지름 1cm의 둥근 고치를 만들어 번데기가 되고, 이어 성충이 된다. 성충은 저녁부터 밤까지 모기 등 작은 벌레를 잡아먹기 위해 날아다닌다.
유충은 특이한 습성을 가지는데, 다소 그늘이 진 모래땅에 깔때기 모양의 ‘개미지옥’이라는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숨어 있다가 구멍에 미끄러져 떨어지는 개미 등의 작은 곤충을 큰 턱으로 집어 체액을 빨아 먹는다. 이와 같은 습성으로 인해 ‘개미귀신’이라고 불린다.
개미귀신의 집인 ‘개미지옥’은 작은 곤충들에게 죽음의 덫이다. 지나가던 곤충이 개미지옥에 빠져 기어나가려고 하면 개미귀신은 모래알을 뿌려 미끄러뜨린다. 그리고 사냥이 성공하면 먹이를 모래 속으로 끌고 들어가 체액을 빨아먹는다.
개미귀신 관찰기
1. 4개의 비커에 모래를 담고, 각각 개미귀신을 한 마리씩 넣어두었다. 저녁에 모래 속으로 개미귀신이 숨는 것까지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봤더니 드디어 개미지옥이 완성되어 있었다. 개미귀신이 산다는 개미지옥! 지름이 3~4cm 정도이다.
2. 자세히 보니 개미지옥의 중심에 개미귀신의 턱이 나와 있었다. 개미를 잡아 오지 못한 관계로 작은 밀웜(갈색거저리 애벌레)을 대신 넣어주었다.
3. 밀웜의 활동성이 꽤 강해서 개미귀신이 턱으로 잡으려고 할 때마다 몸 비틀기 신공으로 빠져나가기를 여러 번, 그러다 결국 밀웜 몸통 중간을 움켜잡는 데 성공했다. 특이한 점은 밀웜이 도망갈 때마다 개미귀신이 모래를 뿌려서 다시 개미지옥 안으로 굴러떨어지도록 유도한다. 먹이를 주고 관찰한 결과 먹이를 모래 안으로 끌고 들어가서 모래 속에서 먹는 개미귀신도 있고, 모래 밖에 먹이를 두고 턱만 내민 채 먹는 개미귀신도 있었다.
4. 한참 후에 다시 보니 다 먹은 밀웜 껍질을 개미지옥 밖으로 던져놓았다. 자세히 보니 밀웜 몸 안이 텅텅 비어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걸 보면서 잠자리 애벌레처럼 먹이를 씹거나 뜯어먹는 것이 아니라 소금쟁이나 물자라처럼 체액만 빨아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5. 다음 날 개미를 먹이로 줘봤더니 역시 다 먹고 집 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밀웜보다 개미의 몸이 좀 찌그러져 보이긴 하지만 체액이 빨리면서 오그라든 거로 보인다.
대중 매체에는 성충인 명주잠자리보다는 유충인 개미귀신이 더 많이 나온다. 애니메이션 '로빈 후드의 대모험'에는 거대한 개미귀신의 함정에 빠진 알윈 남작에게 활을 쏘려 하자 활이 울며 구부러지지 않고, 남작을 구하기 위해 개미귀신에게 활을 쏘려 하자 제대로 구부러지는 장면이 있다.
네이버 웹툰 ‘아스란영웅전’에서는 개미귀신을 모티브로 한 몬스터인 '대왕 개미귀신'이 등장한다. 생김새 및 사냥 방식은 거의 차이가 없으나 크기가 상당히 거대하고 실제의 개미귀신과는 달리 성체가 되어도 명주잠자리로 우화하지 않고 땅속에서 죽을 때까지 살아간다.
울트라맨 에이스에 등장하는 큰 개미 포수 아리분타는 이름만 개미를 따왔지 모티브나 행동은 영락없이 개미귀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