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다.
단 한마디의 말씀도 남기시지 않고 기어이 하늘 여행을 떠나신 시어머님.
며칠 간의 중환자실을 거치면 당연하게 일반 병실로 돌아오실 것이라 여기며
그 시어머님께서 눈을 뜨시고 자신이 입원해 누워 있다는 사실에 자존심 상해 하실 것만을 염려하였던
쥔장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어이 없고 황망하고 당황스럽고 황당하고 허망하다...아니
별별 언어를 다 동원하여도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난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야야, 이제 괜찮다" 라는 말 정도는 하시며
입원실에서 이래저래 좌지우지 하시며 호령하실 것 같았던 시어머님께서
어쩌자고 아무런 말씀도 아니하시고 그저 묵묵히 세상 끈을 놓으셨다는 말인지 이해 불가라는 말이다.
2014년이 시작되자 마자 둘째 아들의 환갑을 맞이하여 온 식구들이 깜짝쑈를 하며 즐겁고 보내고
뒤 이어 시어머님의 88세를 위한 세리머니까지 행복의 절정으로 마치고 나서 구정 명절을 맞아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희희 낙락으로 행복해 하던 그 날...일가 친척은 물론 증손주에 외 증손주까지
얼굴을 보여주며 시어머님에 의한 시어머님을 위한 시어머님을 중심으로 한 뿌듯한 인생살이 절정체로
이끌어 갔음은 물론 더할 나위 없는 가족애의 최대치를 보여주었던 2014년 설 명절.
불현듯 윗대 조상들의 이야기를 하시다가
"야야 내가 전에도 말했듯이 내가 죽거들랑 니 아버지 옆에 나를 뿌려주거래이..."
"아니, 어머님도 아버님처럼 강물 따라 여행을 하셔야죠. 좋아하시잖아요."
"야야. 니 뭔소리 하는거냐. 난 추운 거 싫다, 그냥 니 시어른 곁에 뿌려주거래이."
"아, 네에...걱정마세요 어머님. 아직은 아니니 염려놓으시구요 오늘은 그냥 즐기세요."
새삼스럽다.
물론 전에도 가끔 그런 말씀을 하셨지만 이 날 만큼은 화를 벌컥 내시며 강물에 뿌려지는 것은 춥다고 하셨다.
게다가 그 전날은 그야말로 새삼스럽게 아들들의 밥을 시어머님댁에서 차려주시겠다며 갑자기 일어나시더니
걸어서 시어머님의 아파트로 돌아가시길래 세 며느리는 아니 왜? 여기에 먹을 것이 지천이고 넘치는 것이 맛있는 음식인데
왜 가신다는 것이지 라고 의아해 했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아들들에게 해주신 마지막 성찬이 되어버린 것.
전조현상이란 뒤늦게 살펴보면 어떤 모양새로도 남겨져 있었던 것이요 흔적을 찾자고 들면
무엇에라도 걸려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응급실에 실려가시기 전날에도 외손녀와 먹고 마시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로 놀이 화투까지 하신 후
막내 아들과 바턴 터치를 한 외손녀가 돌아간 다음에는 막내 아들로 부터 하루동안에 일어난 일과 뉴스 해설과 토막상식까지
죄다 섭렵하여 듣고난 후에 다음 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시고 헤어졌으니
그날의 극대치 행복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였다는 후문.
다음 날 아침 8시 까지 잘 주무시고 쓰레기를 버리러 일층으로 내려가셨다가 갑자기 배가 아파 쓰러져
막내아들 내외에 의해 응급실로 실려간 이후는 대장 천공으로 수술을 감행하게 되셨지만
수술을 죄다 마치지 못하고 혈압이 떨어져 영면의 순간까지 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여기까지.
살아 생전에 어른 노릇을 당차게 해내시며 5남매를 당당하게 잘 길러내시어 그 누구 못지 않은 위세와 유세를 지니실 만큼
잘 자라준 자식들과 어느 누구도 불협화음의 가정을 꾸리지 않은, 외기러기거나 짝 잃은 자식이 없으며
아프거나 모자란 자식이 없음은 물론이요 손자 손녀들 또한 제 이름값을 하며 각자 제 위치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기도 하고 증손주들까지 선사받으시니 다복하기로 치면 시어머님만한 분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돌아가시는 순서 조차 서열을 어기지 아니하시니 시아버님 돌아가시고 그 순서에 맞게 시어머님께서 돌아가시며
혹여 아프신 시 작은 아버님께서 먼저 돌아가실까 노심초사 하였던 것에 비하면 엄격하게 서열 정리를 하신 셈이 되겠다.
시외할머님께서 92세에 돌아가신 고로 당연히 시어머님께서도 아흔은 넘기실 것이라 미리 예측하여 아무도
시어머님께서 이리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하였지만 밤새 안녕으로 서둘러 작별을 고하시니
애통하고 마음 아프다가도 그나마 오랜 고통없이 수를 다하심에 안도하기는 했다.
평소에도 건강관리와 자신의 관리를 단단히 하셨던 것으로 보아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이나
시어머님께서 원하신 대로 빠르게 세상과 이별을 하시고 시아버님 곁으로 돌아가시니
태어난 날이 같으셨음으로 인한 축복이 삶의 마무리에서도 천복으로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삶을 누리시는 동안에 효자 자식들의 건사에 만족해 하시고 잠시 병원으로 자녀들을 불러 모아 짧은 애절의 효도를 받으시고
그 끝에 헤쳐모여의 진수를 보여주시며 안타까움을 남기시니 오랜 병마로 인한 시달림을 거부하시고
긴 병에 효자 없을 일을 원천 봉쇄하시어 끝까지 자신의 삶을 쥐락펴락하시며
남겨진 자식들에게 세력의 후유증을 남기시니 대단하고 대단하신 시어머님의 일생을 돌아다 보자면
일정 부분은 본받아 자신의 삶에 좌지우지 당하지 않는 도도한 인생을 누릴 일이 되겠다.
그렇게 5남매의 온전한 사랑을 가슴에 묻고 하늘 나라로 떠나신 시어머님을 바라보면서
산다는 것은 정말 죽음으로 한 발 가까이 이르는 것 임을 알겠다.
결국 한 줌의 재로 남겨지는 인생인 것을 아둥바둥, 아웅다웅하며 애면글면이라...참 부질 없다.
우리 부부는 이제 천애 고아가 되었다.
십 여년 전에 친정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3년째 되던 똑 같은 날에 친정어머님 돌아가신 이후 시아버님, 시어머님의 세상 이별.
반쪽 고아에서 완전 고아로 그리고 하늘 아래 둘도 없을 부모 없는 천애 고아가 되어버린 남편과 쥔장,
그러나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우리에게도 금쪽 같은 자식이 있으므로 좋은 부모로서의 역할은 물론
남겨진 가족들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형제간의 우애를 잃지 않으며 살아갈 피붙이들이 있어서 이기도 할 것이다.
* 4일장을 치르는 동안 찾아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 시아버님 곁에 계심으로 삶을 마감하신 시어머님의 마지막.
* 상황이 상황인지라 무설재 쥔장의 자녀들만 자리에 없다.
*삼우제
그렇게 죽음에 맞서 대면하고 다짐하고 돌아서는 발 끝에 다시 세상사가 눈 앞에 있다.
이 또한 거스리지 않고 거부하지 않으며 잘 살아낼 일이겠다.
잠깐의 슬픔과 애통함이 남겨져 있어도 그렇게 부모 없는 세상은 또 다시 돌아가기 마련인 것.
벌써 우수 경칩이 머지 않은 듯 하고 봄 날이 살며시 찾아오는 중이겠다.
첫댓글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새삼스럽게 말을 하는 것도 그렇지만
'순환'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우리도 언젠가는 저 길을 훌쩍 갈 것입니다.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는 것이죠.
병마와 오래 싸우지 않고 깨끗하고 가볍게 세상을 뜨신
시어머님은 생전의 업대로 스스로 존엄을 지키며 가셨군요.
어느 시인은 떠난 어머님의 서러움을
이제 배꼽이 떨어졌다고 표현했지만
님도 오래 걸었던 멍에 벗고서
좀 쉬세요.
넵...고맙습니다.
그러나 숨 돌릴 새도 없이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났네요.
도대체 뭔일인지 아직도 혼란스럽고 갈팡질팡입니다.
@햇살편지 가까운 친구라니~? 또 누가~? 하긴 언제 누가 먼저 갈지 알수 없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넘 허망하내요...
고통없는곳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합니다.
애통함에서 벗어나시길요...
그러게요...정말 허망합니다.
그리도 강건하셨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런 연유로 자리를 비우셨었군요.
아마 저세상에서
두분 반갑게 만나셨을 겁니다
아마도 두분이 만나서 즐거워 하고 게실 듯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옴 바아라 도비야 훔
옴 바아라 도비야 훔
옴 바아라 도비야 훔
삼가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다바폐 사바하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다바폐 사바하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 아마리 다바폐 사바하
시어머님께서 제일 좋아하실 듯 합니다.
건강하신 거죠?
봄날이 되니 다시 초선님께서 글을 올리실 것이라 예견하면서.
안녕하세요.
겨울도 물러갈 기미가 좀 보이죠?
계절의 순환 속에서 기다려지는 겨울이고
자기 계절엔 머물러 자리를 지켜주어야 할 겨울이지만,
끝자락 지금 쯤에는 어서 떠나 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도 2월 이 무렵의 정서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봄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늦었습니다.
이제 봤네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 세상을 건너 가셨군요.
잘 들 계시죠?
넵, 저희는 다들 잘 있답니다.
안 식구를 비롯하여 가족 모두 안녕하시죠?
혹시 할아버지 되셨나요?
산다는 것은 어치피 순환의 연속이니 세상사 이치를 거부할 수는 없겠습니다.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구요.
근황이 궁금합니다...조만간 연락 드리겠습니다.